여름의 공터

by 오래된 타자기


유태인 학교 아이들이 떠나간 자리에

한여름의 매서운 폭염이 몰려왔습니다.

키파를 머리에 눌러쓴 채 뛰어놀던 아이들이 떠난 빈터엔

이슬람 아이들이 대신 몰려와 여름꽃으로 피어났습니다.


아이들이 서로가 서로를 부르는 고함소리

시끌벅적한 함성만이 가득한 놀이터

아이들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마음뿐으로

눈치채지 않도록 창문마저 닫아걸었습니다.


이 거친 노쇠한 숨소리마저

뛰노는 아이들에겐 마냥 불편한 참견 같아

얇지 않은 덧창마저 내리고

세상 밖을 향해 가만 귀만 기울여봅니다.


더위가 사그라드는 느낌도 잠시

외마디 비명소리에 놀라

오수의 깊고 불길한 꿈에서 깨어나는

여름 늦은 오후를 지나가는 실바람 소리


바람 소리에 섞여 13년 전에 올라온

캐리 조브(Kari Jobe)의 유튜브 동영상 뜨거운 냉기를 담은

<여기(Here)>와 <안식(Rest)>의 선율이

마지막 남은 아이마저 떠난

마음의 빈자리를 채워갑니다.


동네 녀석들의 귀엽고도 뜻밖의 지저귐처럼

여기 지금 살아봐야겠다는 듯이

졌다가 다시 피는 여름꽃이듯이

심란한 여름 열기마저 잠재우는

차가운 한줄기 빗줄기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