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보느리가 들려주는 로마네스크 예술 이야기 76화
‘황금의 수’ 또는 ‘황금 비율’이란 용어를 만들어 낸 레오나르도 피보나치(Leonard Fibonacci; 1175-1240)는 피사에서 출생한 인물입니다. 그는 토스카나 지방에서 장사를 하던 장사꾼의 아들로 태어났죠. 1192년부터는 아버지를 따라 마그레브(Maghreb)[1]지역에 위치한 베자이아 – 오늘날 부지(Bougie) – 로 이사합니다.
그의 아버지는 피사의 동업자들이 사업을 하는 베자이아로 삶의 터전을 옮겨야만 했습니다. 피보나치는 그곳에서 자신의 표현을 빌자면 ‘존경스러운 스승’을 만나 학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는 9세기 때부터 페르시아인이었던 수학자 무사 알 크와리츠미에 의해 이루어진 인도 수학과 대수학을 비롯하여 수학과 관련한 모든 것을 익히죠.
레오나르도 피보나치는 부친과 함께 이집트를 비롯하여 시리아, 그리스, 시칠리아 등지를 여행하기도 합니다. 여행은 그로 하여금 아랍 세계의 수학에 관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익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200년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1202년에 『산술 교본』을 저술합니다. 그의 저술은 서양에 아라비아 숫자를 전파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하게 되죠. 이로써 위치에 따라 십진법에 의한 번호 매기기가 가능해졌으며, 기본적인 산술 방법에 대한 체계가 세워졌습니다. 예를 들면 더하기, 빼기, 곱하기 등은 로마 식 산술에 의거한 번호 매기기나 산술방법을 대체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피보나치는 자신의 저술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규정합니다. “어느 한 사람이 어린 토끼 한 쌍을 토끼장에 넣어두었다 치자.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계절에 따라 토끼의 숫자는 쌍의 숫자로 정의된다. 계절이 다할 때면 어린 토끼 한 쌍이 생겨나게 된다. 토끼의 수태기간은 계절과 함께 한다. 매달 토끼 한쌍은 어린 토끼 한쌍을 낳는다. 그리고 모든 토끼들이 영원 불사한다면?”
무서운 파괴력을 지닌 번식을 통해 불어나는 쌍의 숫자는 스스로 피사인이라 불렀던 그 자신의 저술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됩니다. U1 = 0, U2 = 1 그리고 Un =Un-1 + Un-2. 이 일련의 숫자들은 되풀이되죠. 0, 1, 1, 2, 3, 5, 8, 13, 21, 34, 55, 89······. 앞자리에 위치한 정수들은 그 둘을 더한 숫자이고, 다음에 이어지는 두 자리 숫자는 앞의 두 수를 더한 숫자에 해당합니다.
정수만 놓고 보면 이 같은 숫자상의 관계가 명확해집니다. 선행하는 수는 저 유명한 황금의 수라 불리는 ‘φ’= 1.618···이거나 2 / (√5 – 1)입니다. 이 수열은 자연계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명확히 규정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예컨대 식물군에 묶이는 것들의 배열을 연구할 때 활용되는 나뭇잎이 싹트는 시기를 측정하는데 도움이 되죠. 해바라기 씨들, 솔방울 껍질, 파인애플 껍질은 나선형으로 되어있습니다. 암수 각각에서 가장 분명한 형태를 보이는, 기생하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도 있겠지만, 나선형 형태의 체감 현상은 저 유명한 수열에 따르면 뒤따르는 두 자리 숫자에 거의 체계적으로 귀결됩니다.
벌통 속에 들어있는 꿀벌 수컷 대비 일벌의 숫자는 거의 ‘φ’에 대등하게 비례합니다. 이러한 이상적인 비율은 파치올리 디 보르고(Pacioli di Borgo) 수도사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의해 표현된 ‘성스러움’에 대하여 1509년에 저술한 『성스러운 비율에 관한 논고』란 글에서 피력한 것과 맥을 같이합니다.
이러한 비율은 또한 이집트의 대형 피라미드 측선의 비율과 중세시대에 지어진 대형건축물들의 비율과 관련되어있기도 합니다. 사실 로마네스크 건축가들이 사용했던 손바닥, 장척(掌尺)[2], 뼘[3], 다리를 벌렸을 때의 폭, 꾸데[4]와 같은 길이나 치수를 재는 단위로 주어진 비율은 ‘φ’의 비율에 아주 근접한 기하학적 형태를 제공했습니다.
황금의 수는 20세기에 와서 ‘φ’라 정의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테네의 파르테논을 건설한 건축가이자 조각가였던 피디아스(Phidias; 기원전 490-431)를 기리기 위함이었죠. 그는 파르테논의 정면 부분을 세울 때 저 유명한 황금 비율에 따른 비율로 길이와 폭을 계산하여 직사각형 형태로 지었습니다.
이 ‘황금의’ 직사각형으로 건설한 공법은 두 세기나 지난 페리클레우스 시대에나 와서야 유클리드(기원전 265년 사망)가 펴낸 『원론』이라는 저술에 의해 밝혀집니다.
황금 비율에 따른 직사각형 건축물은 로마네스크 시대에 주류를 이뤘습니다. 무와싹(Moissac)의 팀파늄에 새겨진 후광에 싸여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권좌에 앉아있는 예수 그리스도는 바로 이러한 황금 비율에 따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르꼬르뷔지에(1887-1965) 역시 후광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 이 황금의 수에 상당한 흥미를 느꼈습니다. 황금 비율의 직사각형 안에는 한 인간의 윤곽이 그림자지어졌다는 것이죠. 또한 한 개인의 배꼽에서부터 지면까지의 길이에 따라 높이 역시 똑같은 비율로 정해진다는 점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인물의 전체적 크기는 개인의 체격에 따라 달라지지만, 이 역시 ‘φ’에 근접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1] 마그리브(Maghrib)라 불리기도 하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한 지역.
[2] 장척(掌尺): 손바닥 폭으로 길이를 재는 단위.
[3] 한 뼘은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벌렸을 때의 벌어진 간격을 의미합니다.
[4] 꾸데(coudée): 팔꿈치에서 손가락 끝까지의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로서 약 50센티미터에 해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