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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래된 타자기 Jun 22. 2023

건축적 상징

앙드레 보느리가 들려주는 로마네스크 예술 이야기 77화


성직자들이 신자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교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 것은 상징적 가치를 지닌 교회 건축물이었습니다. 이러한 상징적 의미들은 신자들을 영성으로 이끌 수 있는 원천임과 동시에 도덕적으로 그들을 교화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했죠.


12세기 중반에 활약했던 성직자들가운데 항렬의 제일 위쪽에 자리한 이는 오노리우스 도툉일 것입니다. 그가 저술한 『연금술』은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교회들은 동쪽을 향해있다. 동쪽은 해가 떠오르는 방향일 뿐만 아니라 사라진 해가 다시 나타나는 곳이다. 교회들이 동쪽을 향해있는 것은 정의의 태양을 숭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쪽은 천국에 해당한다. 성서가 우리에게 일러주듯 우리가 머물고 있는 이곳이야말로 동쪽이요 천국이다.


돌로 지은 교회는 우리가 모여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교회의 상징이다. 반석 위에 세워진 집이요, 단단한 암반과도 같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며 의지하는 교회다.


교회 건물은 네 벽에 둘러싸여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세워진 반면 교회는 4 복음서에 의한 정결한 믿음에 따른 곳이다. 이 집은 견고한 돌들로 지어졌다. 교회는 믿음과 믿음의 실천으로 더욱 굳건해진 신앙인들을 끌어모은다.


투명한 유리창들은 폭풍우를 피하게 해 주며 밝은 빛이 여과 없이 투과되도록 도와준다. 이 투명한 유리창들이야말로 사이비 종교의 폭풍에 과감히 맞서 싸우면서 설교를 통하여 광명을 되찾게 해주는 교회 박사들과도 같다.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둥근 기둥들은 올바른 삶을 통해 정결한 믿음을 갖춰 교회를 더욱 신실하게 이끌어가는 주교들과도 같다.


건축 구조물을 단일하게 유지해주는 대들보들은 교회를 보호할 임무를 띤 세상의 추기경들과도 같다. 집안으로 비가 새는 것을 막아주는 지붕을 덮고 있는 기와들은 이단들과 교회를 비방하는 자들로부터 교회를 지켜주는 병사들과도 같다.


하늘 높이 솟은 종탑은 천상의 이야기를 전해주고자 전교의 종소리를 울려 퍼지게 한다.


첨탑 위에 자리한 수탉은 새벽잠을 깨우듯 잠든 이들을 일깨우기 위한 임무를 맡은 하느님의 수탉인 사제들의 거룩한 사명을 상징한다.”


툴루즈(Toulouse) 생 생흐냉(Saint Sernin) 바질리크 성당의 중앙 회중석, 프랑스.


오노리우스 도툉의 이러한 탁월한 수사에 힘입어 주교들은 교회 건축물들을 설교에 끌어들이는 방법을 모색하기까지 했습니다. 13세기의 4분의 1이 지날 즈음 지꺄르두스 크레모넨시스는 『판막』에서 오노리우스 도툉과 같은 레토릭(修辭)으로 교회 건축물에 대한 상징적 해석을 풀어나갑니다.


“발로 밟고 다니는 돌길은 교회 덕분으로 양식을 얻은 사람을 상징한다. 땅 밑에 자리한 지하교회들은 내밀한 삶을 갈고닦으며 4 복음서들의 가르침에 따라 자신을 이끌어가면서 덕을 높이 함양해가는 은수자들을 상징한다.


교회 건물의 길이는 천국에 이를 때까지 인내심으로 온갖 시련을 묵묵히 견디는 참을성을 상징하고, 건물의 너비(폭)는 하느님을 사랑하듯 형제와 이웃들을 사랑하고 하느님을 향한 원수들까지 사랑하라는 열려있는 영혼에 따른 애덕[2]을 상징한다.


십자가 형태로 지어진 교회들은 우리로하여금 세상 구원을 위하여 십자가 처형당함을 증거해주는 것이며, 또한 우리로 하여금 말씀에 따라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야만 한다는 것을 상징한다. ‘나를 따르기를 원하는 자는 자신을 내던지고 십자가를 짊어진 채 나를 따라와야만 한다.’


둥그런 원환 형태로 지은 교회들은 지구에서 천체에 이르는 광막함을 상징한다.”


12세기에 완공된 산 후안 델레스 아바데쎄스(Sant Joan de les Abadesses) 성당 뒷부분, 스페인.


1287년부터 1296년까지 망드의 주교였던 기욤 뒤랑의 글이야말로 로마네스크 시기 이후까지 가장 널리 읽히고 가장 많이 인용된 경우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역시도 오노리우스 도툉의 상징적 사유에 머물러있습니다. 그처럼 다른 모든 이들도 돌로 지은 교회 건축물에서 천상의 예루살렘을 목격하였으며 또한 복음서에 풍부하게 이를 덧붙이기까지 했습니다.


기욤 뒤랑보다 먼저 교회 건축물에게서 상징성을 읽어낸 오노리우스나 리샤르 드 생 빅토르, 지꺄르두스 크레모넨시스의 지론을 뒤흘랑은 자신의 수상록에 인용하면서까지 직접 증거해 보입니다. 그가 저술한 『미사를 집전하는 성스러운 흉패』는 따라서 그만의 미사 전례서에 해당하며 주교로서의 입장을 명증 하게 밝힌 경우에 해당할 것입니다.


“교회 건물을 사방으로 둘러싼 4개의 벽들은 네 가지 덕행을 상징한다. 첫째는 정의로움이고, 둘째는 용기이며, 셋째는 신중함이고, 넷째는 절제할 줄 아는 지혜로움이다. 이는 묵시록에 등장하는 천상의 도성의 길이와 맞먹는 네 개의 장벽이다.


리샤르 드 생 빅토르는 창문들이야말로 모두를 기쁜 마음으로 대하는 환대와 같으며 너그러움으로 모두를 안타깝게 여기는 자비심과도 같은 것이라 설파했다. 주님께서는 이러한 점에 대해 “우리는 교회를 찾아갈 것이고 교회는 또한 우리가 머무는 곳이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교회가 십자가의 형태인 것은 우리로 하여금 세상의 십자가 고통을 맛보라는 뜻이며, 또한 이 세상 다할 때까지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라는 의미이다. “내 뒤를 따르기를 원하는 자는 자신을 내던져야 하며 십자가를 짊어진 채 나를 따라와야만 하느니라.” 신전에 속한 대화를 나누는 공간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기독교인들을 상징한다.


우리가 서있는 십자가가 자리한 위쪽 하느님의 성전 꼭대기는 원형 천장으로 덮여있다. 둥근 구형으로 된 이 원형 천장은 일탈함 없이 오직 한 길만을 향해 가는 나무랄 데 없는 신앙의 완벽함을 상징한다.


문은 예수 그리스도다! 왜냐면 복음서들이 그렇게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문이다!” 열두 사도들 또한 문이다. 그들 역시도 바깥에 있는 존재들을 향해 열려있다.”


페세브르(Pessebre) 지하교회(크립트), 쿠사(Cuixà)의 성 미카엘 수도원, 1030-1035년, 프랑스.


이 작은 성소는 마리아 탄생 축일에 봉헌되었습니다. 페세브르(pessebre)란 말은 카탈루냐 지방의 탁아소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중앙의 반원형으로 휘어진 둥근천장을 지탱하고 있는 중심 기둥 둘레로 회중석이 들어섰습니다. 반원형 천장들은 다시 버팀 기둥들로 낙하하고 있죠.


원환 형태로 된 내진은 초기 기독교 시기에 지어진 교회 형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교회 건축물들 전체가 성모 마리아께 봉헌되었을 당시 지하교회가 제일 먼저 완성되었습니다.




[1] 황금의 수(黃金數)란 서력기원 연수에 1을 더하여 19로 나눈 나머지 수를 가리킵니다. 부활절 날을 산출하는 데 사용합니다.


[2] 애덕(愛德)은 천주와 사람에 대한 사랑을 의미합니다. 믿음과 희망과 함께 천주교에서 이야기하는 3 덕의 하나입니다.




피레네 산맥 꺄니구 산기슭에 자리한 쿠사 산 미구엘(San Miguel de Cuixà) 수도원은 유구한 역사를 품고 있는 베네딕트 수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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