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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2화

by 오래된 타자기


형사,
프리메이슨 단원,
또한 더없이 자랑스러운 존재인
앙투안 마르카스를 위하여.



앞서 발표한 『제7의 템플 기사단』은 앙투안 마르카스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템플 수도회의 신비한 보물을 사크레 쾨르[1]의 둥근 천장 모자이크 속에서 찾는 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은 템플 기사단의 수수께끼들과 함께 소설이 그런 식으로 끝나는 것을 의도했던 것은 아니다.


7eme templiers par jacometti et Ravenne.jpg 에리크 자코메티 & 자크 라벤느, 『제7의 템플 기사단』, 포켓판.


꾸며낸 보물들 역시 불가사의한 신비들을 쫓는 독자 애호가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에메랄드, 루비, 다이아몬드, 황옥, 황금, 은 등 보물들은 항상 우리를 들뜨게 하지만, 이는 단지 우리의 인성을 저속하게 만드는 세상에 흔하디흔하게 널려있는 물질들에 불과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시대를 뛰어넘어서까지 템플 기사단이 우리에게 매력으로 비치는 이유는 뭘까? 그들의 감춰진 보물? 아니면 그들이 처했던 현실? 그도 아니라면 환상적인 그 무엇? 이루 다 형언할 수는 없지만, 굳이 한 마디로 줄여 말한다면, 그들에 대한 매력은 바로 비밀에 싸인 그 무엇에 있다.


더하여 템플 기사단의 비밀에 감춰진 신비에 열광하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든 이들은 여기에서 다뤄지고 있는 것 역시 매력적이란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물질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세속적인 것보다는 영성적인, 웹 사이트를 장식하고 있는 모종의 음모에 결탁한 듯한 모든 가설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불가사의한 공포소설의 논리들은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는 상태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스릴러가 활약하는 바를 정확하게 캐치할 때 그 묘미가 있다.


아주 젊었을 때 우리 두 사람은 로베르 앙블랭이 펴낸 책 『예수 또는 템플 기사단들의 죽음을 면할 길 없는 비밀』이란 제목에 홀렸었다. 템플 기사단들의 죽음을 면할 수 없는 비밀이라. 이러한 표현은 우리 두 사람의 흥분을 한껏 고조시켰다. 또한 그때의 흥분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채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그런 연유로 우리 두 사람은 또 다른 차원에서 전개되는, 즉 주인공이 템플 신전에 은밀히 감춰놓은 돌을 찾아 나서는 모험을 다룬 글을 쓰기로 맘먹었다.


하여 『제7의 템플기사단』 말미에 이러한 상황을 예정하는 두 개의 실마리들을 복선으로 깔아놓았다.


앙투안은 가브리엘을 두 팔로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에게 그들의 “모험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라고 중얼거린다. 폴란드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은 직후에 벌어진 일이다. 포토츠키 백작은 “진리는 무덤 속에 존재한다”라는 글귀가 적혀있는 문서를 찾아낸다.


두 번째 실마리는 플뢰브 누아르 출판사에서 간행한 『제7의 템플기사단』 소설의 표지로부터 네 번째 쪽에 약호로 표시해놓았다. 네 귀퉁이 모든 면에 연속되는 숫자들을 기입해놓았다.


독자분들은 돋보기를 들고 잘 들여다보시기 바란다. 그리고 프리메이슨 단의 알파벳인 카도슈의 활용을 눈여겨보시기 바란다. 마르카스는 탐문 수사 때마다 이 알파벳을 사용하였다. 메시지가 분명치 않은가?


이번에 발표하는 소설은 『제7의 템플 기사단』의 후속편이다. 물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열린 눈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형제애에 입각한 작품임은 말할 것도 없다.



포스트 스크립툼



3 : 프리메이슨의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숫자. 이는 또한 마르카스를 독해할 수 있는 숫자이기도 하다.


1. 독자들은 끝까지 오로지 역사적인 사건을 다룬 장만을 읽고 난 뒤에 이어서 마르카스가 등장하는 지금 현재를 다룬 장들을 읽어나갈 수 있다.


2. 처음의 방식을 완전히 뒤집어 읽어가는 방법.


3. 완전무결한 방법은 따라서 시기별로 서로 다른 단원들을 갈마들 듯 읽어가는 방식이다.


이 세 가지 길은 모두 같은 목적지를 향하고 있다.






[1] 예수의 ‘성스러운 마음’을 뜻하는 말로서 일반적으로 파리 북동쪽에 자리 잡은 언덕, 몽마르트르(순교자의 언덕) 정상에 자리한 성심성당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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