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4화
프롤로그 2
파리
사크레 쾨르 바실리카 대성당
지금 현재
소음을 내지 않고 공사를 벌이는 쪽으로 일이 진척되었다. 경비원들은 반 시간가량을 계속 순회하며 이를 지켜봤다. 그때 인부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수녀 한 명이 눈에 띄었다.
루딜 신부는 길바닥에 구두를 질질 끌고 가며 걷고 있는 수녀에게로 다가갔다. 먼지로 가득한 바실리카 성당 안의 공기가 목젖 깊숙이까지 느껴졌다. 사크레 쾨르 성당을 오가면서 지난 15년 동안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주 무례하기까지 한 일마저 벌어지고 있었다.
수도회에 소속된 불쌍한 수녀들 역시 마땅히 기도를 드릴만 한 장소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고 다닐 뿐만 아니라 옆에 붙어있는 베드로 성당에까지 찾아가서 기도를 바치는 중이었다. 건축 공사가 시작되었기는 하나 변함없이 그것도 중단됨 없이 하느님께 찬양을 드리는 일만이 절실했다.
신부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두 눈은 빛이 사라진 어두운 상태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신자석을 가로질러갔다. 그 순간 가로 놓여있던 곡괭이 자루에 정강이가 세게 부딪혔다.
머저리 같은 놈들
바닥에 뒹굴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한 일이었다. 의자에 주저앉아 부딪힌 다리 아래쪽을 문질러댔다. 다시 일어서서 둥근 천장을 향해 고개를 들고는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거대한 비계 위에 펼쳐진 방수포 천막에 가려진 천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본당신부인 그는 고개를 저었다. 모든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였다. 그가 건축 자재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할지라도 둥근 천장을 가리고 있는 방수포 천막만큼은 건물을 튼튼하게 보강하겠다는 공사와는 적어도 아무 관계가 없는 듯 비쳤다.
진상을 명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제단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저기 철제 빔들이 널려있었다. 돌바닥은 이미 날카로운 철제 빔들에 심하게 긁힌 상태였다. 거대한 방수포가 천장 전체에 덧씌워진 상태였다. 신부는 가까이 다가가 두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어떠한 철제 빔도 돌을 지탱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루딜 신부는 성모 마리아께 재빨리 기도를 바치고는 철제 구조물로 된 사다리를 타고 기어 올라갔다. 이미 그의 나이 예순, 해마다 여름방학 때면 본당 젊은이들을 데리고 시골로 가서 여름 캠프를 보내던 때가 떠올랐다. 마치 11사단 낙하산 부대 군속 신부처럼 훈련을 즐기던 것도 이미 지나간 옛일이 되고 말았다.
그의 두 손은 사다리 난간을 움켜쥐고 있었다. 2층에 있는 계단까지 천천히 기어 올라갔다. 비계에 가로로 설치된 나무로 만든 기다란 널빤지 위로 발을 디딜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불길하게 허공으로 퍼져나갔다.
그러자 그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경비원들에게 소음이 전달되지 않도록 조심했다. 곡예를 즐기듯 사다리를 타는 자신에게 놀라면서 안색이 한결 밝아졌다. 귀를 기울여보았다. 침묵이 다시 흐르고 있었다. 그는 다시 조심조심 걸어갔다.
다른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여러 용도로 쓰이는 다양한 연장들이 수북이 쌓여있는 좁은 토대 위에 이르러 마치 행운을 만난 듯이 마분지 상자 위에 놓여있는 회중전등을 발견하고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회중전등을 켜고 천장 쪽을 향해 높이 쳐들었다. 그러자 희끄무레한 광선이 돌에 불빛을 튀겼다. 그는 하마터면 벌렁 나자빠질 뻔했다. 으스스하면서 꿈에서나 나올 법한 형상이 어둠 속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전지전능한 모습의 예수 그리스도가 반 이상이 보기 흉한 상태로 불빛 속에 떠올랐다. 얼굴 아래쪽 전부가 뜯긴 상태였다. 남아있는 건 두 눈과 코 그리고 볼록하게 튀어나온 이마뿐이었다.
처음 본당에 부임할 때부터 자신을 황홀하게 만들던 그리스도의 형상을 루딜 신부는 성난 두 눈으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신께 대한 모독이자 불경한 일에 대한 책임이 마치 자신에게 있다는 듯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회한마저 일었다.
밤이어서 인지는 몰라도 그리스도의 두 눈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루딜 신부는 상스러운 무리들이 작업용 연장으로 하느님의 아들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해 저주를 퍼부으면서 가슴에 성호를 그었다.
천장화 나머지 부분을 면밀히 들여다본 그는 혹시나 이마저도 훼손되지 않았을까 걱정이 앞섰다. 모자이크화의 4분의 3은 맨바닥 돌이 드러나 보일 정도로 엉망진창이 된 상태였다.
그는 회중전등으로 천장을 이리저리 비춰보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균열이 간 곳은 없었다. 자신을 속이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짓이었다. 어떻게 자신이 따르는 주교가 그와 같은 신성을 모독하는 음모에 가담할 수 있었을까?
그는 비계가 설치된 공사장으로부터 벗어났다. 통증이 가슴을 억누르면서 가슴 한복판에서 분노심마저 치밀어 올랐다. 내일 당장 공사를 감독하는 상급자에게 달려가 자초지종을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튼 공사장을 지휘하는 상급자를 내쫓고 본당 소속 신자들과 텔레비전 방송국과 언론에 이 참담한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바실리카 대성당의 영성적 수호자는 루딜 신부 자신이었다. 그야말로 저속한 야만인들로부터 성당을 보호해야 할 의무 또한 자신에게 있었다. 그는 리벳이 총총히 박힌 두꺼운 널판때기를 건너뛰어 또 다른 곳을 불경하게 훼손했는지를 촘촘히 살펴보기 위해 교회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그는 마치 전쟁터를 벗어난 탈영병처럼 행동했다. 적이 점령한 땅을 외면해야만 하는 자신의 처지가 가슴을 찢어발기는 듯했다.
교회 후진에 위치한 순환 형 회랑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 순간 갑자기 커다란 잡낭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차가운 바닥에 길게 나자빠진 탓에 손전등이 떨어져 옆쪽으로 굴러갔다.
갑자기 바보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주변 바닥을 더듬어보았다. 물렁물렁한 무언가가 손에 잡혔다. 회반죽 때 사용하는 자루는 아닌 것 같았다. 손전등을 다시 움켜쥐고 바닥을 살펴보았다.
사람 몸뚱어리
무릎을 꿇고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남자는 허리춤에 권총을 차고 있었다. 교회 안을 순찰하던 경비원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교회를 털러 온 도둑놈들에 의해 죽음을 당한 희생자? 그가 다가가자 남자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루딜 신부는 다시 일어섰다. 빨리 경찰을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제의실 쪽으로 난 길을 되돌아가던 중에 베드로 성인 조각상 뒤편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는 멈칫했다. 손전등을 끈 채 살금살금 앞으로 다가갔다. 조각상은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방수포에 덮여있었다.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니 조각상 아래쪽이 사각형으로 활짝 펼쳐져 그 안에서 한 줄기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아둔한 인부 놈들이 바닥까지 파헤쳐 놓았구나!
벼락이 내리치듯 소리를 지르면서 널따랗게 벌어진 구멍 가까이 다가섰다. 그 순간 그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바닥에는 도둑놈 발자국이 분명한 흔적으로 남아있었다. 교회를 아주 잘 알고 있는 작자의 소행인 것이 분명했다! 기다랗게 늘어진 전깃줄에 전구가 매달린 채로 계단을 따라 길게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