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12화
제1부 1-7
성지
알 킬할 도성
1232년 만성절 전날
대원들 각자가 한 명씩 숲이 있는 기슭으로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은밀한 집결지로 모여든 대원들은 웅크린 자세를 취한 채, 땅바닥에 앉아 방패들을 엎어진 상태로 놓아두었다. 방패들이 달빛에 반사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칼자루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누더기 천으로 둘둘 말아놓았다. 대원들 각자는 모두가 복면을 착용하고 있었다. 행동을 개시할 준비를 다 끝마친 상태였다.
드뱅만이 홀로 대원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만의 기이한 제식에 사용하던 단검과 성배는 둘둘 말아 어깨에 둘러맨 가죽으로 된 바랑 속에 집어넣어 두었다. 롱슬랭만이 혼자 남아 숲 속의 빈터를 지키는 중이었다.
구름이 사라지자 창백한 달빛이 한결 밝아졌다. 달빛이 롱슬랭의 왼쪽 손을 비췄다. 롱슬랭은 신에게 기도하면서 자신의 왼손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금반지를 돌려보았다. 그가 돌리고 있는 반지는 막내에게 모든 유산을 상속한다는 의미였다. 그의 부친은 포스(프랑스 오뜨 갸론느(Haute-Garonne) 지방의 한 마을)의 영주였다. 영주는 오로지 자신의 막내에게만 유산을 상속하고는 동방의 성지에서 행운을 찾을 것을 권고하였다.
애꾸눈이 롱슬랭에게 다가왔다. 호리병을 잡고 있는 애꾸눈의 손이 떨렸다. 대원들이 한 모금 달라고 구걸하자 애꾸눈은 대원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술병을 높이 쳐들고는 혼자 게걸스럽게 마셔댔다.
“노간주나무 열매로 담근 술이 너를 도와줄 것이다.” 롱슬랭이 말했다.
“예전에는…….” 왕년에 사제였던 이가 말을 꺼냈다. “예전에는… 난 안 마셨어.”
프로방스 사내는 어둠 속에서 미소를 지었다.
“난 모르겠는걸…….” 용병이 우물쭈물하듯 맞장구를 쳤다.
무거운 발자국에 눌려 가시덤불이 짓이겨져 갔다. 기욤은 손에 각등을 들고 벌떡 일어섰다. 가물거리는 불빛이 악마의 모습을 한 그의 얼굴을 비추면서 방금 전에 일어났던 화재를 재현시켜 주었다. 그러자 기욤은 괴상망측한 웃음을 터트렸다.
“자! 드디어 악마들의 시간이 도래하였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