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창

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107화

by 오래된 타자기


제2부 29-1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

지금 현재



난 당신을 언제까지나 사랑할 거예요.
유우우우우우…….



길 아래쪽으로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사크레 쾨르 정원으로 향한 길목에 세워진 철책 앞 계단에 떼로 모여 앉아 휘트니 휴스턴의 히트곡을 다 함께 떼창하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노래에 도취된 듯한 표정으로 여학생들은 곡조에 맞춰 몸을 좌우로 흔들어 대기까지 했다.


전화를 받다가 아이들의 떼창에 짜증이 난 앙투안이 침실의 정원 쪽으로 난 두 개의 창문을 모두 닫아걸고는 파리 경찰청 소속 정보과 직원과 통화를 계속 이어갔다. 통화를 하면서 앙투안은 준비한 수첩에 무슨 내용인가를 계속 적어갔다. 글자는 오직 본인만이 알 수 있을 정도로 신경질적으로 휘갈긴 난필에 가까웠다. 반면에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전혀 감정이 실리지 않은 평탄한 어조를 담고 있었다.


“차량은 파리 근교인 샤티옹 인근에서 도난당한 차량입니다. 소유주는 데스꼬쓰 씨입니다. 다행히 그가 인근 경찰서에 바로 도난 신고를 하였습니다. 차량은 다음날 아침 고속전철(RER) 비(B) 노선인 1998년 월드컵 주 경기장인 스타드 드 프랑스 전철역 부근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축구 응원단들 때문에 감시 카메라를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예! 그렇습니다. 찾고 계신 범인들은 전철을 탄 뒤 부르제 공항 전철역에서 내렸습니다. 또 다른 정보가 있습니다. 공항 국경수비대 소속 경찰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그들은 자가용 제트 비행기인 에인절플라이를 타고 부르제 공항을 이륙했습니다. 목적지는 더블린입니다.”


앙투안은 전화기를 들고 유리창 앞에서 한 바퀴 빙 돌았다. 행운이 그에게 미소를 짓는 듯했다. 마침내!


“훌륭합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경찰청장께서 개인적으로 제 상관에게 전화 주셨습니다. 아주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니 협조해 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반장님께 전화했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 달라는 간곡한 부탁도 곁들였습니다. 공조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영국 경찰이 중간 수사 결과를 전해온 바에 따르면, 범인들이 이용한 제트기는 스코틀랜드에 본사를 둔 정보 컨설팅 업체에서 전세 낸 비행기로 현재 이 회사는 유럽 각 지역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사건이 점점 점입가경으로 복잡해지면서 커져가고 있습니다.”


떼창에 스스로 도취한 여학생들이 간혹 가다가 내지르는 환호성과 아우성이 계속 창문 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탓에 앙투안은 아무래도 이중창문을 설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에? 뭐라고요?”


“제트기는 영국 칼라일 공항에 착륙했습니다. 기름을 넣기 위해서였죠. 그리고 다시 긴급히 이륙했습니다. 이륙한 지 15분 후에 아일랜드 앞바다에 추락했습니다. 생존자는 없습니다.”


앙투안은 소파 팔걸이 위에 주저앉았다. 여기저기 찢긴 소파는 애 엄마하고 함께 살던 시절의 유일한 흔적이었다.


“범인들은요?”


“정상적으로 보자면, 그들은 아일랜드 바닷속 물고기 밥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칼라일 공항은 그 시각에 거의 텅 비다시피 한 까닭에 범인들이 비밀리에 비행기에서 도망쳐 어둠 속으로 사라졌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신원은 파악했습니까? 비행기를 탑승한……?”


“부르제 공항에서 그들의 여권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쉥겐 조약에 따른 지역 간 비행기 이동이라서 당시 근무자들이 그들의 신원을 전산 상으로 따로 기록해 놓지는 않았습니다. 항공사 운항 기록 상에도 전혀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하였고요. 수사를 필요로 하는 것이 반장님께서 접촉하신…….”


등 뒤로 침실 문이 방긋이 열리면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앙투안! 오래 걸릴 것 같아?”


가브리엘이 모습을 나타냈다. 안색이 아주 정색을 한 표정이었다. 매혹적인 여자가 어느새 차가운 얼음덩어리처럼 굳어있었다.


“영화를 함께 보자고 약속해 놓고는…….”


앙투안은 핸드폰을 귀에서 떼면서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들이 범인들 행방을 찾았대. 영국이래. 10분이면 돼. 그리고…….”


“항상 같은 식이야. 매번 이러니 난 내 집으로 갈 거야.”


“알았다니까. 어? 조금만 기다려.”


핸드폰이 지글거리고 있었다.


“반장님! 듣고 계십니까?”


앙투안은 가브리엘의 팔을 붙잡고 잡아당겼다.


“바보처럼 왜 그래. 잠깐만. 함께…….”


“이 손 놔!”


젊은 여인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팔을 잡은 사내의 손을 뿌리치고는 홱 돌아서서 거실 쪽으로 걸어갔다. 거실로 가서는 가방과 겉에 브랜드 표시가 되어있는 가죽잠바를 주섬주섬 챙기더니 피에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나 갈게. 다음번에도 아이들처럼 위트가 넘치는 만남을 기대할게. 안녕?”


아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가브리엘은 잠시 주춤거렸다. 앙투안의 말투를 지금 그녀가 똑같이 흉내 냈기 때문이었다. 그녀와 아이가 동시에 당혹스러운 눈길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아빠보다는 여자애들하고 같이 있는 것이 네게 여러모로 나을 것 같아 보인다. 얘!”


피에르가 당황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땜에 가시는 거예요? 난 엄마한테 다시 갈 수 있어요. 원하시…….”


“아냐! 전혀 아냐! 아빠하고 같이 있어. 차오 벨로(잘 있어)?”


가브리엘이 열려고 문을 막 당기는 순간 앙투안이 뛰어왔다. 앙투안은 아이가 쳐다보는 걸 가로막고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또 다른 전화가 걸려온 모양이었다. 그는 일단 경찰청과의 통화를 끝냈다. 그가 식탁 앞에 앉았다. 식탁보 위로는 붉은 촛농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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