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어

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106화

by 오래된 타자기


제2부 28-4



예루살렘

1232년 11월



템플 건물



드뱅은 2층 설계도면을 이리저리 들여다보았다. 푸른색으로 표시된 곳에 종잡을 수 없는 회랑들과 기하학적 형태의 다양한 방들과 함께 길게 이어진 막다른 길들이 열을 지어 나 있었다.


다른 것 이상으로 그를 놀라게 만든 것은 구간별로 공간을 토막 지은 형태의 구조물들이었다. 회랑은 수직으로 난 막다른 길에 의해 구멍이 뚫린 형태로 끝없이 실이 풀려나가듯 똑바로 이어졌다. 설계도면을 보고 있자니 어느 정신병자 자물쇠공이 벼려서 만든 열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면에 모든 것이 다 묘사되어 있는데 붕괴되거나 한 곳들은 없습니까?” 템플 기사가 질문을 던졌다.


“전혀 없나이다. 이층에는 칸막이벽들이 완벽하게 설치되어 있사옵니다.” 고문서학자가 질문에 대답했다.


“바닥에는 그 어떤 잔해도 없었나이다. 도면상으로 보건대 그들은 설계도에 따라 충실하게 지하를 먹줄로 정확하게 일직선으로 줄을 그어가며 돌들을 잘라낸 다음 공간들을 확보해 간 걸로 사료되옵니다.”


“처음엔” 템플 기사단장이 좀 더 명확하게 언급하고자 말을 꺼냈다. “우리는 이 지하 공간들이 은신처가 아닐까 생각했다네. 하지만 전혀 방어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은 걸 보고 그와 같은 생각을 접었다네. 더군다나 환기시설도 되어있지 않아서 피난처로 삼기에는 불가능한 구조였네.”


드뱅이 다시 도면을 들여다보았다. 설계도에는 들어가고 나올 수 있는 출구가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았음은 물론 문이 설치된 틈도 없었고, 식량을 비축할 만한 창고도 없었으며, 심지어는 바깥쪽으로 뚫린 창문도 없었다……지하 요새가 아닌 것만큼은 확실했다.


“우리가 다음으로 생각한 것은 혹시 이곳이야말로 비밀리에 제식을 치르던 장소가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었다네. 하지만 똑같은 형태의 길들이 우리가 생각한 것이 잘못되었다는 걸 각성시켜 주었지. 방들은 어느 것 하나 순수한 기하학적 형태를 취한 것이 없다네. 그리고 제식에 참가하기 위해 통행이 가능한 길조차 나있질 않았다네. 막다른 길들까지 계산하지 않더라도 모두가 다 통행이 자유로운 길은 아니었네. 길들이 모두 몇 개였더라?”


“대충 헤아려만 봐도 스물다섯 개의 길이옵니다.” 고문서학자가 단장의 질문에 대답했다.


순간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문이 열리고 수비대 병사가 들어오더니 단장에게 귓속말로 뭐라 속삭였다. 단장의 낯빛이 환해졌다. 그는 벗어놓은 소매 없는 망토를 집어 든 다음 드뱅에게


“하느님께서 아마도 내게 표지를 내려주실 모양이네.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기로 하고 다음에 보도록 함세.”


템플 기사는 몸을 굽혀 절을 했다. 고위 성직자가 나가려 하자 기사는 한사코 입을 근질근질하게 만드는 질문을 끝내 그에게 던졌다.


“단장님께서는 반드시 알 킬할의 랍비를 잡아와야 한다고 제게 늘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고문서학자가 두 개의 설계도면을 집어 들더니 벽난로 쪽으로 걸어갔다.


“자네 스스로 답을 구해 보게나.” 단장이 문을 나서면서 드뱅의 질문에 답했다.


저쪽 불꽃 앞에 놓여있는 뭉치 더미로 그는 시선을 돌렸다.


“이건 제정신으로 만든 것이 아닐세 그려!” 드뱅이 소리쳤다.


약간의 광기가 어린 수사의 두 눈이 무엇을 찾는 듯 두리번거렸다.


“이것 좀 보게나, 이것 좀 보게나!”


서로 겹쳐진 설계도면이 불꽃에 비치자 일련의 표지들이 명확한 모습을 드러냈다. 어리둥절해진 드뱅은 그 표지들을 세어봤다. 모두 여덟 개였다. 이어 자신도 모르게 가슴팍에 성호를 긋고는 뇌까렸다.


“도저히 알 수 없는 히브리어일세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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