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105화
제2부 28-3
예루살렘
1232년 11월
말라비틀어진 나무가 있는 구역
붉은 혈색이 도는 황소 주점에서는 언쟁이 벌어졌다. 제노바 출신인 걸로 보이는 교활한 인상을 한 사내 둘이 마치 지옥에 떨어질 천벌을 받은 이들처럼 서로 멱살을 움켜잡고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잉걸불이 잦아들면서 숯불만이 남은 벽난로 근처에 앉아있던 간수 아르노가 경멸에 찬 시선으로 물끄러미 싸우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포도주를 한 잔 가득 따라 목구멍으로 밀어 넣자마자 앞에 앉아있던 벙어리 순례자에게 이야기를 쏟아냈다.
“저 작자들 좀 보게나. 참 재수도 되게 없는 이탈리아 사람들이야. 성지에 온답시고 바다를 건너온 자들이라네. 예루살렘에 와서는 고작 싸움질이야. 구겨지고 더러운 넝마나 주어 입은 꼬락서니 하고는 아주 상스러운 자들 같아. 만일 내가 교황 특사라면, 난, 나는 오로지 쓸모없는 기생충들만이 득실거리는, 악질만이 판을 치는 이 나라를 깨끗하게 정화할 텐데…….”
그와 마주 앉아있던 순례자가 성호를 그었다. 벙어리였던 만큼 아르노와 같은 생각이라는 걸 표시하기 위함인 것 같았다.
“교황 특사는 참으로 위대한 인물이야. 바라보면 볼수록…….”
간수는 갑자기 더워졌는지 입고 있는 품이 헐렁한 토가의 목 부분을 뒤로 젖혔다. 그러자 희끗희끗한 털이 난 가슴팍에 매달린 은으로 만든 메달이 모습을 드러냈다.
“메달을 착용한 이들 모두는 교황 특사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라네. 이 표지는 교황 특사를 가리킨다네.”
감동을 받은 듯 순례자는 입술로 패물을 깨물어 보기 위해 몸을 구부렸다. 그는 패물에 새겨져 있는 문양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그게 성 베드로의 열쇠임을 알아챘다.
“자네, 자네는 선한 기독교도인가 보네. 자넨 날 이해한 것 같아.” 간수가 지긋이 바라보면서 “간혹 난 말일세, 내가 감시하는 죄수들을 죽여 버리고 싶을 때가 있어. 한 명씩 차례로. 그리고…….”
간결한 제스처 그러나 정확한 몸짓. 아르노는 여생을 떠올리면서 어떤 요행을 바라는 눈치였다. 순례자는 비어있는 잔에 포도주를 따라 다시 그에게 내밀었다.
“특히나 유대인 말이야. 살가죽이 뼈에 달라붙은……. 이 재수 없는 랍비. 지옥의 불구덩이에 타 죽을 날이 멀지 않았어. 우리의 주님을 십자가에 처형한 이것들은 그냥 팍 죽여…….”
그가 술잔을 움켜쥐는 바람에 포도주가 흘러넘쳤다.
“내게는 다른 욕심은 없어……. 단지 그놈을…….”
아르노는 실실 웃기까지 했다. 깜짝 놀란 듯한 표정으로 순례자는 의문의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놈 말이야, 특사께서 그놈에게 호의를 베푸시는 바람에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
간수가 트림을 하는 바람에 말이 끊겼다.
“그놈 말이야, 결국 우물 안에서 죽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