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 진료소

소설 『검은 템플 기사단』 110화

by 오래된 타자기


제2부 30-1



예루살렘

1232년 11월


기다란 복도에 환자들과 부상자들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이질에 걸려 초췌해질 대로 초췌해진 몰골을 한 순례자들이 단발마의 고통을 쏟아내는 기사단원들이 팔다리가 잘려 고통의 외마디를 내지르는 부상자들과 한데 뒤섞여 바닥에 널브러진 채, 아수라장을 이루고 있었다. 진료소 복도에 울려 퍼지는 저주에 가득 찬 아우성 또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온갖 말들로 중얼거리는 기도 소리에 뒤섞여 양쪽 벽들이 습기에 썩어 들어가 곰팡이가 덕지덕지 피어있는 통로를 맴돌았다.


비탄에 빠진 인간들이 쌓아 올린 바벨 탑. 호위대들의 경호를 받으며 복도를 걸어가던 템플 기사단장조차도 아비규환의 숲 한가운데를 뚫고 나가는 일이 곤혹스럽기만 했다. 단장의 발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비명소리에 뒤섞여 애처로운 목소리는 복도를 메우고도 모자라 천장에까지 메아리쳤다.


창문 아래 이르자 한 사내를 발견한 아르망이 가던 걸음을 멈췄다. 사내는 창문을 등지고 웅크린 자세로 끙끙거리며 신음하고 있었다. 아직도 숨을 쉬고 있는 것이 기적일 정도로 사지가 절단된 채, 붕대에 감긴 몸뚱어리는 붉은 피가 흘러 벌겋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템플의 수장을 곁에서 보필하고 있는 베네치아 출신의 의사가 이탈리아어로 웅얼거렸다.


“어제 이곳으로 막 옮겨온 순례자이옵니다. 선박에서 떨어진 닻줄에 넓적다리가 통째로 잘려 나갔나이다. 오늘을 넘기기가 힘들 것 같사옵니다.”


페리고르가 몸을 기울여 사내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사내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대는 어디서 왔는고? 나의 형제여!”


“발루아에서……. 샬리스 인근의……. 돌아가고 싶나이다…….”


사내의 목소리가 숨이 가쁜지 헐떡였다. 템플 기사단장은 힘없이 축 처진 그의 손을 잡았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앞에 이르기 전에 자네의 믿음을 시험하고 싶어 하시는 거라네.”


“전……. 이대로 죽겠지요?”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확신을 갖도록 하게나.”


“제 가족은…….”


“자네는 가족의 품인 천국으로 되돌아갈 것이네.”


죽어가던 사내는 오열하다가 숨이 막히는지 흐느낌마저 멈추었다. 그러더니 하늘에 대고 애타는 마음으로 간구하기 시작했다.


“전능하신 주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전능하신 주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복도 끝에 나있는 문이 열렸다. 템플 기사 한 명이 뛰어왔다.


“단장님! 모든 준비가 되었사옵니다.”


그래도 몸을 일으키지 않던 아르망은 죽어가는 사내에게 몸을 기울여 뭐라 속삭였다.


“그대가 하느님 가까이 이르거들랑 내 영혼을 위해서도 기도해 주시게나…….”


템플 기사단장은 죽음의 문턱을 넘어가는 사내를 향하여 성호를 그었다.


“……당신께서 부르신다면 나 역시 달려가리니.”




매거진의 이전글유로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