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담쓰담 글쓰기 7기
오늘의 글감 ‘가방’을 보고 어린 시절 엄마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주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엄마는 나하고 버스를 타고 백화점에 가거나 장을 보러 갈 때면, 가방 그러니까 핸드백 속에서 자그마한 로션샘플을 꺼내서 꼭 내 손 등에 발라주셨다. 손이 거칠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면서. 그 순간을 떠올리면 아직도 엄마가 발라주던 특유의 로션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장을 보다가 손에 뭘 흘려서 닦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엄마는 핸드백에서 휴지를 꺼내서 닦아주셨었다. 엄마하고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릴 때, 옆자리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나에게 엄마는 핸드백 속에 있던 사탕을 꺼내 내 입에 넣어주셨다. 홍삼맛 사탕이어서 두 개는 안 먹었었다. 가끔은 껌도 들어있었는데 슈퍼 계산대에서 팔던 아카시아 맛 껌이었다. 아! 그리고 더운 여름날이면 엄마 핸드백 속에는 시원한 물이 늘 들어있었고, 목마를 때마다 엄마 가방에서 꺼내 마셨던 기억이 있다. 그리 크지도 않던 엄마 가방 속에는 작은 수첩하고 펜도 들어있었는데 그건 주로 엄마 친구분들의 연락처를 찾아야 할 때 꺼내셨었다. 엄마하고 슈퍼에 가서 물건을 계산할 때면 거스름돈을 받기보다 가방 속 지퍼 주머니에 있던 동전들을 꺼내 지폐와 함께 금액을 맞춰서 냈었다. 지금은 흐릿한 기억이지만 엄마하고 걷다가 지치면 길가 벤치에 엄마 가방을 베개 삼아 누워서 쉬었었다.
나하고 버스를 타고 어디로 갈 때면 내 손등에 발라주고 싶으니까 화장품 가게에 가면 꼭 로션샘플을 챙기셨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었다. 엄마 옆자리에서 꾸벅꾸벅 졸 아들 입에 물릴 사탕을, 기왕이면 몸에 좋을 것 같아 꼭 홍삼맛으로 챙기셨다는 것도 나중에서야 알았다. 매번 주는 사탕이 물릴 것 같으니 가끔은 아카시아 껌을 챙겼다는 것도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물을 찾을 것 같은 나를 위해 냉장고에서 한껏 시원하게 했다가 수건으로 싸매서 가방에 넣었다는 것도, 기다림이 지루할 수도 있으니까 낙서하라고 노트하고 펜을 챙기셨다는 것도 그때는 잘 몰랐었다.
고마워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