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보는 세상
하이미는 몸과 마음, 생각, 감정이 열심히 커가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이미가 보는 세상이 점점 넓어지면서 스스로 답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지고 그때마다 우리에게 질문들을 쏟아낸다. 그 질문들 중에는 나도 아직 답을 찾아가고 있는 것들이 있고, 나중에라도 하이미에게 잊지 않고 이 야이 해주고픈 것도 있다.
Q.1 "유치원에서 아무도 하이미를 안 좋아하는 것 같아."
하임아. 너에게 있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은 웃으며 먼저 인사해 주고, 재미나게 하고 있는 걸 같이 하자고 말해주고, 집에 가서도 엄마에게 까먹지 않고 그 애 이름을 꼭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거지? 다른 아이들보다 생일이 빠른 너는 한 학년을 월반해서 7살 신입생으로 3월이 몇 주나 지난 시점에 중간 편입을 한 거야. 그러다 보니, 다른 친구들은 저마다 친한 애들이 있고 그렇게 또래집단을 이루어서 생활하고 있는데 하임이 혼자 덩그러니 교실에 놓여버린 상황이 힘들었나 보구나. 아빠가 보기에 하임이는 새로운 두 가지 감정을 배우고 있는 것 같아. 하나는 '낯설다'이고 또 하나는 '외로워'야. 낯설다는 건 새 친구, 새 교실, 새 선생님 이렇게 새로운 걸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마음이야. 아빠도, 엄마도 다른 친구들도 '낯설다'는 감정을 만나곤 해. 그럴 때는 조금 시간이 필요하단다. '낯설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크기가 작아지거든. '외로워'는 아무도 하이미를 바라봐주지 않거나, 아무도 하이미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것 같을 때, 또는 혼자 있는 게 힘이 들 때 마음속에 찾아오는 감정이야. 아빠는 아직도 '외로워'라는 감정하고 친해지고 있는 중이야. 그런데 하임아, '외로워'가 찾아왔을 때 가만히 기다리다 보면 마음속에 한 사람, 두 사람이 생각이 나더라. 그 사람들은 늘 내 옆에 있어주며 따뜻한 미소를 선물해 주어서 용기가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더라고. 하임이에게도 그런 사람들이 생각이 날 거야. 그중 한 명은 아빠라는 걸 기억해!
Q. 2 "내가 잘 때 기도했어. 내일 아침에 1등으로 일어나게 해달라고. 그런데 왜 안 들어주시는 거야? 기도하면 다 들어주신다고 했는데.."
(하루일과를 다 마치고 잠자리에 누워서 이불을 덮고 있던 하이미는 갑자기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서 자기 화장대 앞에 가서 무릎을 꿇는다. 다음날 자기가 제일 먼저 일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온 모양이다.)
하임아. 아빠 엄마가 하임이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다는 것 알고 있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가장 좋은 걸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야. 그래서 아빠 엄마는 하이미가 하고 싶은 걸 이야기했을 때, 하이미에게 가장 좋은 게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더라고. 그건 자기 전에 간식이 먹고 싶다는 하이미 말에, 간식을 먹는 게 좋을지 아니면 조금은 배고픈 상태로 잠이 드는 게 하이미에게 더 좋을지 고민하는 마음이야. 하임이가 가장 먼저 일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했을 때, 아마 1등으로 일어나는 것보다 아침잠이 많은 네가 조금 더 자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게 너에게 더 좋은 것이기 때문에 들어주지 않으셨던 걸 거야. 하임이를 무척이나 사랑하시기 때문이지.
Q.3 "엄마!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야?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야? 하이미한테만 비밀로 이야기해 줘."
아빠는 하임이가 이 질문을 왜 하게 된 건지 잠깐 고민해 봤어. 어쩌면 네가 유치원 생활을 하면서 찾아온 '외로워'때문에 헛헛해진 마음을 채우고 싶어서 엄마에게 그런 질문을 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봤어. 지혜로운 엄마는 동생이 아빠하고 잠시 노는 동안 하이미를 따로 불러서 비밀로 이야기해 주었지. 엄마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잔뜩 채워진 너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더라. 그리고는 아빠에게 속삭였지.
'아빠! 엄마가 뭐라고 했는지 알려줄까? 엄마가 그러는데 하이미랑 하성이랑 똑같이 사랑하는데 하이미는 엄마를 엄마가 되도록 만들어준 첫 번째 사람이기 때문에 더 특별하데.'
맞아 하임아. 하이미는 아빠 엄마에게 첫 번째로 찾아온 선물 같은 사람이야. 그래서 더 특별해.
Q.4 "누가 하이미를 잡으러 올 것만 같아."
엄마하고 누워서 잠이 들랑 말랑하다가 갑자기 누가 잡으러 올 것 같다며 우는 너의 모습을 보면서 아빠는 네가 '무서워'라는 감정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했어. 책에서 본 건지, 아니면 유치원에서 본 영상에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서워'가 찾아와서 놀랐겠다 하임아. 그런데 하임아. '무서워'보다 더 커다랗고 힘이 센 게 뭔지 알려줄까? 그건 '사랑해'야. 무섭다며 우는 너를 엄마가 따뜻하게 포옥 안아줬지? 그러고 나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고 처음보다는 '무서워'가 작아졌다는 느낌이 들었을 거야. 그건 엄마가 하이미를 사랑하는 마음이 '무서워'를 작아지게 만들었기 때문이야. 아빠 엄마는 '무서워'가 아예 하이미에게 찾아오지 못하도록 해줄 수는 없지만, '사랑해'가 더 잘 느껴지도록 해줄 수는 있어. 꼭 기억해 하임아. '무서워'보다 더 커다란 감정은 아빠 엄마가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야.
Q.5 "왜 나은이 엄마는 괜찮다고 하고, 아빠는 빌려주면 어떨까라고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유치원에서 만나게 된 동생 나은이가 하이미가 타고 있던 핑크색 킥보드를 타고 싶어서 너에게 타도 되냐고 물어봤지? 소중한 킥보드여서 빌려주기 어려워하는 너를 보고 나은이 엄마는 괜찮다고 말해주었고, 아빠는 너에게 나은이 한번 타게 해 주면 어떨까라고 물어봤었지? 그 상황에서 나은이 엄마 마음하고 아빠 마음이 헷갈릴 수도 있었겠다. 그 순간에 나은이 엄마하고 아빠는 서로를 '배려'했던 거야. '배려'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거나 보살펴주려는 마음인데, 나은이 엄마는 빌려주기 어려운 하이미의 마음을 배려했던 거고 아빠는 킥보드가 타고 싶은 나은이의 마음을 배려했던 거야. '배려'는 간식을 먹다가 하성이에게 하나쯤은 나누어주고 싶은 마음이고, 아빠하고 데이트하며 선물을 살 때 하성이 선물까지 챙겨가고 싶은 마음, 유치원 가방을 챙길 때 하이미랑 친한 예은이에게 줄 색종이 선물을 챙겨서 가고 싶은 마음들이 모두 '배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