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8년간 살면서 느낀 일본의 좋은 점

by 또와 일본생활

나는 일본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는다.

어릴 적부터 그랬고, 미디어에서 반일감정이 화제가 될 때에도

그 미지근한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에 이주한 지 8년이 된 지금,

그 말이 점점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좋아한다는 것


어떤 사람을 좋아할 때,

그 사람이 태어난 배경이나 부모의 직업, 종교, 재산까지 다 알고 시작하진 않는다.

그냥 함께 있을 때 편하고, 마음이 움직이니까 좋아하는 것이다.


나라에 대한 감정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걸 알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그곳에서 내 몸과 마음이 편안한지,

그리고 그곳에서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지다.


일본에서의 8년 동안,

나는 이곳을 조금씩 좋아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단순하다.

이방인으로 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조화 속에서도 개인이 존중받는다는 것.



1. 이방인으로 살 수 있다


내가 해외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내가 생각하는 자유란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삶이다.


한국 사회는 비교의 속도가 빠르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 좋은 집, 좋은 학군.

‘좋은 것들’이 이어진 긴 사다리 위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비교하며 살아간다.


물론 일본에도 그런 커뮤니티는 있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이방인’이다.

주류에 속할 필요도, 기준을 맞출 필요도 없다.

내가 옳다고 느끼는 길을,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걸어갈 수 있다.

그 자유가 내게는 큰 위안이 된다.


2. 조화를 중시하는 문화


일본 사람들은 늘 주변과의 조화를 신경 쓴다.

상대방이 어떻게 느낄지,

지금 내가 어떻게 보이고 있을지를 끊임없이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이게 ‘눈치 보기’로 보이겠지만,

나는 그 덕분에 세상이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고 느낀다.


길거리에 쓰레기가 거의 없고,

교통질서가 유지되고,

서비스가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도

모두 그런 ‘타인에 대한 상상력’ 덕분이다.


지역마다 이어지는 축제(마츠리)와 전통도 그렇다.

자신이 속한 지역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에

각 마을의 개성이 잘 보존되어 있다.

그래서 일본의 어느 지역을 가도 늘 새로운 배움이 있다.


3. 개인을 존중하는 사회


조화를 중시하면서도, 개인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삶을 함부로 평가하거나

정답을 강요하는 일이 드물다.


어떤 이는 이것을 ‘무관심’이라 말하지만,

나는 이것이야말로 ‘존중’이라고 생각한다.

괜한 간섭보다는, 각자의 삶을 맡겨두는 방식.

그게 일본의 사회가 가진 묘한 편안함이다.


그 덕분에 나는 이곳에서

내가 원하는 삶을 나만의 속도로 만들어갈 수 있다.

살아가며 눈살을 찌푸릴 일도 드물다.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것


물론, 일본에서의 삶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건,

항상 다른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즐기고 있다.

그 자유로움 속에서

일본인 아내와 갓 태어난 아들과 함께

조용하지만 따뜻한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에서의 8년은 나의 취향을 많이 바꾸었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 찾아올 8년도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나를 다르게 만들어갈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일본에 정착하며 제가 무엇을 포기했고,

그럼에도 왜 이곳을 선택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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