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여행 오는 한국인 관광객에게

현지인의 작은 바람

by 또와 일본생활

요즘 일본의 공기에는 한국어가 섞여 있다.


편의점에서도, 전철 안에서도, 카페에서도.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제는 그 소리가 반갑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

내 나라 사람들이 여행을 와서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나도 그랬다.

처음 일본에 왔을 땐 모든 것이 새로웠다.

전철을 놓치기도 하고, 식당에서 메뉴를 잘못 주문하기도 했다.

길을 헤매며, 어딘지 모를 불안과 설렘을 동시에 느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요즘 거리에서 헤매는 한국인을 보면

그 모습이 낯설지 않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많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한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면, 여행 온 기분이 깨질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여행자’가 아니라 ‘정착자’로서

이곳을 다르게 바라보게 됐다.


8년째 일본에서 살아오며 느낀 건,

정치적 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려는 개인의 태도라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이곳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몇 가지 이야기를 적어본다.



1. 주변의 시선을 한 번만 더 생각해보기


모든 게 신기할 때는

눈앞의 일에만 집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본의 일상은 생각보다 조용하다.


사람이 많은 전철에서 다리를 꼬고 앉거나,

지인과 큰 소리로 대화하는 모습은

현지인들에게는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은 타인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으려

자신의 행동을 한 번 더 돌아보도록 배우고 자라왔다.


물론 여행은 자유로워야 한다.

하지만 자유는 배려와 함께 있을 때

더 오래 지속되는 것이 아닐까.


2. 충전은 숙소에서, 혹은 보조 배터리로


카페나 식당 벽면에 있는 콘센트를 보면

무심코 충전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콘센트를 허락 없이 사용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물론 일부 테이블에는 ‘사용 가능’ 표시가 있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가게의 전기를 무단으로 쓰는 것으로 여겨진다.

식당 계산대에 충전을 부탁하는 일도 거의 없다.


휴대폰이나 카메라를 위해

숙소에서 미리 충전하고,

보조 배터리를 챙기면 훨씬 마음이 편하다.


작은 준비 하나가

서로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다.


3. 카드가 안 된다고 화내지 않기


이건 일본에 사는 나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다.


지난 8년 동안 일본의 결제 시스템은

눈에 띄게 발전했다.

페이페이, 라인페이, 스이카 등

전자 결제가 가능한 가게가 많이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식당이나 오래된 가게들은

여전히 현금만 받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놀라거나 불평하기보다

“아, 여긴 아직 현금 문화가 남아 있구나.”

하고 받아들이면 좋겠다.


그게 이 나라의 ‘속도’이자,

‘방식’이니까.


일본 여행에서는

항상 약간의 현금을 준비해두는 게

마음의 든든한 보험이 된다.


4. 대도시 밖으로 눈을 돌려보기


일본의 매력은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만이 아니다.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전혀 다른 문화와 사람, 풍경이 기다린다.


각 지역에는 자신들만의 전통과 축제가 있고,

그걸 지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국내 여행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여행 갔는데 한국인밖에 없더라.”

이런 말을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다면

이번엔 소도시로 떠나보길 권한다.


신칸센으로 1시간 반 정도만 벗어나도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일본이 펼쳐진다.


작은 바람


나는 일본을 완벽한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8년째 살아가고 있다.


이 나라가 가진 조용한 질서와,

타인을 배려하는 공기 속에서

나 역시 조금씩 바뀌어왔다.


그래서 이 글은 관광객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나의 경험에서 비롯된 작은 바람에 가깝다.


내 가족을 포함한

한국에서 오는 여행자들이

조금 더 오랫동안, 편안한 마음으로,

일본을 깊이 있게 즐겼으면 좋겠다.


서로에 대한 작은 이해와 배려가 조금씩 모여,

문화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좋은 방향으로 공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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