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8년째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을까(2/3)

더 이상 배울 게 없다고 느꼈을 때

by 또와 일본생활

회사를 떠나려고 마음먹었을 때,

총지배인이 내게 말했다.

“매니지먼트 스터디에 참가해보지 않겠나?”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귀찮았다.

나는 이미 마음이 떠나 있었다.

배울 것이 없는 회사에 굳이 남을 이유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매니지먼트’라는 단어가 마음을 건드렸다.

단순히 서비스나 프런트 운영뿐 아니라,

‘조직의 목표로 사람을 이끄는 일’이 매력적으로 들렸다.


당시 코로나로 인해 관광업계 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기에

나는 서비스업에서의 장기적인 커리어에 불안을 느끼고 있었고,

매니지먼트 스킬은 내 안정적인 커리어 형성에 필요하다고 생각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원래 서류, 면접을 통해 선출되는 스터디에

총지배인이 나를 ‘직접 추천했다’는 사실이 조금은 뿌듯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퇴직을 막기 위한 작전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시작된 매니지먼트 스터디.

그날 이후, 나는 제대로 잠든 날이 거의 없었다.


1. 내가 알던 세상은 너무 작았다


그동안 나는

호텔 운영의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스터디 첫 주차부터 그 생각이 완전히 무너졌다.


하나의 호텔을 운영한다는 건,

프런트 응대나 청소, 식사 서비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인력 관리, 비용 구조, 투자자나 지역과의 관계, 고객 세분화 전략,

심지어 날씨와 계절에 따른 매출 패턴, 그룹 내 다른 호텔이나 경쟁사까지

모든 것이 얽혀 있었다.


나는 눈앞의 손님만 보며 일하고 있었을 뿐,

호텔이라는 ‘하나의 생명체’를 본 적이 없었다.


그 깨달음이 동시에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건 도대체 뭐였을까?’

‘나는 이 조직 안에서 정말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었던 걸까?’


그동안 자신감으로 버텼던 나의 ‘기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2. 도전


스터디가 끝날 즈음, 총지배인이 또 말했다.

“다음 프레젠테이션 대회에 나가보는 게 어때?”


우리 회사는 팀의 리더, 소위 말하는 매니지먼트 포지션을

사내 프레젠테이션 대회를 통해 선출한다.

후보자가 직접 자신의 팀 전략을 제시하고,

전국의 지배인과 직원들이 그 내용을 평가한다.


수년간 지방의 한 호텔 내부만 보고 있던 나에게는 큰 무대였다.

하지만 동시에 ‘한 번쯤 부딪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당시의 나는,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프레젠테이션까지의 3개월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치열했던 시기였다.


3. 80시간의 잔업, 그리고 연습


당시 호텔은 코로나 이후

지역 활성화 캠페인으로 매일이 만실이었다.

나는 하루에 12시간 넘게 근무를 하고도,

남은 시간엔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했다.


매일같이 전략을 짜고,

자료를 만들고,

동료들에게 피드백을 받았다.


점심 전에 출근해 자정 넘어서 퇴근하는 게 일상이었다.

잠은 줄었지만, 머릿속은 이상할 정도로 하루 종일 선명했다.


주변 직원들은 그런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어떻게든 나를 쉬게 하려 들었다.

"현장은 우리가 볼 테니까 뒤에 가서 좀 쉬어요."

그럴 때면 감사한 마음으로 사무실로 들어가

쉬지 않고 자료를 수정했다.


어느 날 자정이 넘어서 사무실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을 때,

누군가 슬며시 내 책상에 커피를 내려놓고 갔다.

입사 당시부터 이상할 정도로 날 견제하던 대만 출신 동료였다.

열심히 할 일을 하고 있었을 뿐인데 좋은 친구가 한 명 생겼다.


4. 무대 위에서 배운 것


프레젠테이션 당일,

다리가 떨려서 제대로 설 수도 없어서

단상에 손을 대고 몸을 지탱했다.


전국의 호텔 직원들이 실시간으로 온라인상에서 지켜보고 있었고,

나는 그 앞에서 여유 있는 척을 하며 겨우 발표를 마쳤다.


어떻게 끝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발표가 끝난 후,

온몸의 힘이 빠져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것은 기억난다.


이상하리만치 아쉬움은 없었고 상쾌한 기분이었다.

‘결과가 어찌 되든, 이 과정 자체가 나에게는 큰 수확이다.’


지식면에서도 많이 성장했지만,

그보다도 내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믿음이

느껴졌고,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리고 깨달았다.

‘배움이 멈췄던 게 아니라, 내가 배우려 하지 않았던 거구나.’


5. 새로운 길로의 제안


2주 뒤, 인사부에서 연락이 왔다.

“채용담당으로 일해볼 생각 없나?”


놀랐다.

원래 노리고 있던 지배인 포지션에는 임명되지 못했지만,

회사는 여전히 나의 가능성을 보고 있었고,

나도 이 회사에서의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되었다.


프런트에서 고객을 맞이하던 내가,

이젠 그 일을 할 사람을 ‘뽑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솔직히 인사나 채용에는 관심도 없었지만,

생각한 적도 없는 포지션에 몸을 던져보는 것도

나를 한 단계 다시 성장시켜 주리라.


그해 겨울, 나는 도쿄로 이사했다.


6. 배움은 멈추지 않는다


채용담당으로서의 첫 1년은 또 다른 전쟁이었다.

처음엔 당연히 아무것도 몰랐다.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하지만 학생들과의 인터뷰를 준비하고,

대학 커리어센터를 찾아다니며 신뢰관계를 쌓으면서

다시 ‘배우는 사람’으로 돌아왔다.


그 과정에서 나는 알게 됐다.

요즘 세상에 적절한 시기에 이직을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내 자리에 남아서 배움을 찾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


그리고 지금


지금은 육아휴직이라는 전쟁통 속에서

이런저런 글을 쓰며 나를 돌아보고 있다.

복직 후에는 채용 책임자로서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이 회사에서

끝없이 자극받고, 또 배워왔다.

한자리에 안주하지 못하게 하는 이곳이

결국 나를 계속 성장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여전히 같은 회사에 다닌다.

배울 것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는, 채용담당으로 일하며 본

‘일본 회사에서 외국인으로 일한다는 것’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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