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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별택시 Sep 10. 2017

[출근 4일째] 본격적인 성장통에 접어들다

"삶이란 우리가 원했던 완벽한 인격체로 거듭나는 것"_오프라 윈프리

#1 출근 한 달째, 오전 여의도 카페 그리고 증권사


출근 한 달째. 여전히 정신없이 바쁘다. 부장님은 내게 증권사들이 우리 회사를 잘 모르니 자주 연락하고 만나서 관계를 트라고 당부하셨다. 나는 기자를 하기전 친한 지인들끼리나 있을 때 활발하고 붙임성 있었지, 밖에 나오면 상당히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낯가림도 있어 전혀 모르는 사람을 무턱대고 찾아가려니 무척이나 망설여졌다.


“(아 진짜 가기 싫다...일단 가보자)”


나는 여의도 한 카페에서 증권사 홍보실에 전화를 걸어 잠깐 인사 차 방문하겠다고 전했다.


"아...전에 한번 연락 주셨던 그 기자님?"


“네..안녕하세요. 저 전에 메신저로는 몇번 연락을 드렸는데...아직 한번도 홍보실에 인사를 못드려서...잠깐 올라가도 될까요?”


“아~ 기자님 저희 사무실 아래에 계세요? ○층으로 오시면 돼요!”


나의 방문을 크게 환영해주는 곳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무례한 곳도 없었다. 물론 무턱대고 들어가 명함을 들이민 다음 뭘 해야할지, 별 잡생각은 다하면서 들어갔다. 증권사 로비 안내데스크 직원들은 정말 친절했다. 빌딩 안으로 들어서자 내게 데스크 직원들이 어떤 용무로 방문했는지 물었고, 간단한 출입절차 후 신원이 확인되자 나를 빌딩 위층으로 안내했다.


“(그냥 명함만 교환하고 오면되나?...그래도 손님이 왔는데 차 한잔은 주겠지?)”


살짝 설레는 마음과 함께 앞으로 증권을 담당하는 동안 계속 마주하게 될 사람들과 첫 대면이라고 생각하니,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목격한 증권사는 풍경은 매우 바쁘게 돌아갔다. 코스피와 환율 등 각종 경제지표가 벽을 타며 지나고 있었고, 직원들은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며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부서에 사람은 굉장히 많았지만 다들 업무에 집중해서 그런지 도서관처럼 조용했다. 출입문 사이로 보이는 사무실 풍경에 젖어 있다가 나는 인터폰으로 내가 만나기로 한 차장님과 첫 대면을 가졌다.


“자!! 여기 잠깐만요!! ○○뉴스에서 우리쪽 담당하고 계신 기자님인데, 우리 인사 좀 합시다”


내가 홍보실에 들어서자 차장님이 직원들에게 소개하기 시작한다. 순간 좀 뻘쭘했다. 조용히 인사만 하고 가려고 했더니 이렇게 큰 소리로 날 소개하다니...어쨋거나 홍보실 직원 한 명씩 내게 다가와 명함을 전달하며 인사를 하고 갔다. 홍보실장님까지 인사를 마치자, 나를 응대해준 차장님께서 날 회의실로 안내해 티타임을 가졌다.


“근데 ○○뉴스는 □□전문매체 아닌가요?”


“네 그렇긴 한데, 저희가 이번에 금융쪽 인원을 충원하게 돼서....(충원은 개뿔...나 혼자하는데...)”


“아~ 그러세요. 거기 ○○○부장이라고 얼마전에 계시지 않았어요?”


“네 그 분이 퇴사하시고, 제가 후임으로 들어왔습니다”


“그 분 한번 뵙었어요. 얼마 안있다 나가셨구나...”


“네...저도 이제 막 들어와서 지난 얘기는 잘 모르겠어요”


“그럼 지금 증권기사 데스킹은 누가 보고 계세요?”


“제 위에 은행이랑 보험출입하고 있는 선배가 봐주고 계시긴 한데, 거의 산업부장님이 데스킹하세요”


“힘드시겠어요”


고생한다는 말에 많은 의미가 내포된 것 같았지만 위로처럼 들리진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하루하루 서너군데의 증권사를 돌아다니며 ‘관계’를 트고나니 일이 좀 수월해지긴 했다. 담당 출입처에 두세번씩 보도자료를 요청하는 일도 없어졌고, 취재를 할때도 응대가 한결 부드러워 졌다. 상대방이 나를 기자로 대해주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 나름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미팅을 마치고 금융투자협회 기자실로 돌아오니 메신저에 부장님 쪽지가 도착해 있다.


“오늘 5시까지 사무실로 들어올 것. 사장님 전체회의”


#2 오후 ○○뉴스 사무실 그리고 회의실

글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활용합니다. 본문 내용과는 관련 없습니다<사진=본인>


이 회사는 매주 금요일 오전도 아니고 오후 퇴근쯤에 회의가 있었다. 회의라고는 하지만 그냥 얼굴 보기가 힘드니 들어와서 국장님이나 부장님께 얼굴 비추고 한 주간 무슨일 하고 다녔는지 보고하는 시간이었다. 보통 사장님은 어지간해선 전체회의를 주도하지 않으셨지만 이날은 왠일인지 기자 모두를 불러모았다. 회의실 사장님 자리에는 전에 얘기했던 기자별 조회수와 기사수, 그리고 부서별 매출현황과 광고 진행현황 등이 정리된 파일이 놓여져 있었다. 회의는 시작하자마자 살벌했다.


“야 정치부 ○○○...너 민주당에서 의원연수 가는거 그거 등록했어?”


“아!? 그거 연수하는건 알고 있었는데, 그렇게 크게 신경쓸만한 행사는 아닌지라 등록은 안했습니다”


“야! 이 XX새끼야. 그걸 왜 니 마음데로 등록을 안해? 너 전에 있던 ○○뉴스에서도 그딴식으로 했냐?”


이날 사장님은 기자들의 동선을 하나하나 체크하시고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크게 혼을 내셨다. 사장님은 평소에는 조회수나 기자수 외엔 기자들에게 연락하는 일이 없었지만, 다른 언론사가 참석하는 행사나 모임에 우리회사가 빠져있으면 지나칠 정도로 화를 내셨다.


“(간다고 얘기하면 다 가나...끼워줘야 가는거지...)”


내가 속으로 생각하는동안 타겟은 산업과 금융쪽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산업부랑 금융부는 왜 이렇게 매출이 안나와? 사람 뽑은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매출이 이래? 부동산○○○!! 너는 들어온지가 3개월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매출이 0이야”


“네...홍보실 사람들 좀 더 많나고 기사도 더 늘리도록 하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사장님은 극도로 흥분한 상태로 화를 내셨지만 건설부동산의 이 선배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응했다. 무언가 굉장히 능숙해 보였다.


“(설마 나한테도 저러는거 아냐?....나 이제 한달됐는데...부장님이 아직 영업해오라고는 안했는데...뭐라고 하지? 저 선배처럼 말하면 되나?)”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설마 아직 수습인 내게 회사 매출 못 올린다고는 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역시 불안한 예감은 항상 맞는다.


“증권 ○○○!!”


“네..사장님”


“너도 이 새끼야, 들어온지가 언젠데 아직도 매출이 0이야!! 너 증권사 사람들 다 알어?”


“네..죄송합니다. 홍보실에는 이제 인사는 거의 다 드렸고, 기사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옆에 있던 편집국장님이 떨리는 목소리로 한마디 붙인다.


“사..사장님, 제가 기자들에게 교육을 잘 시키겠습니다. 지금 다들 열심히 하는 중이니 사장님도 조금만...”


편집국장님은 직급상으로는 편집국장 겸 부사장으로 명함에 찍혀 있었지만 사장님 앞에서는 나와 별 다를바 없었다. 이 회사에서 사장님은 그만큼 절대 권력자였고 여기 직원들도 마지못해 다니는 듯했다. 나도 입사 초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가는구나 느끼고 있었지만, 다른 방도가 있는 것은 아니니 별 수 없었다. 힘겨운 회의가 끝나자 시간은 어느덧 8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카카오톡으로 메세지 하나가 도착한다.


#3 늦은 저녁 종로, 인사동 문화의 거리


“오늘도 늦냐? 언제 올꺼냐? ㅡㅡ”


회의가 끝나자 여자친구에게 카톡 메세지가 왔다. 원래 퇴근하고 여자친구를 만날 계획이었지만 예상보다 회의가 길어져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회의가 길어질 것 같다고 중간에 카톡으로 얘기했지만 내 여자친구는 미루거나 취소하는걸 무척 싫어했다. 만나기로 한 날은 무조건 만나야 했다. 퇴근하자마자 부랴부랴 서둘러서 택시를 타 30분 조금 넘게 카페에 도착했다.


“○○아 미안해 아오!! 오늘 사장이 무슨 얘길 그렇게 많이 하는지...”


“됐어 이럴꺼면 헤어져”


“아아~ 왜그래~~배고프지? 내가 여기 근처에 자기 데리고 갈려고 맛집 알아뒀으니깐 빨리 가자!!”


나는 나 스스로 견뎌낼 수 있을만큼의 애교를 총 동원해 여자친구를 달랬다. 여자친구는 잘 토라지는 편이었지만, 또 잘 달래면 풀리는 성격이었다. 나는 여자친구를 데리고 인사동 근처 맛집으로 알아둔 중국집에 데리고 갔다. 여자친구는 고기보다 밥보다도 좋아하는게 면요리였다. 우린 짜장면과 짬뽕, 그리고 탕수육을 주문한 후 대화를 이어나갔다.


“바리스타 준비는 잘 되가? 시험이 7월이라고 했나?”


“응 히히. 이거 엄청 재미있어 시험볼 때 “시작하겠습니다”하고 공손하게 감독관들한테 얘기해야 된데”


“그래? 시험 난이도는? 괜찮아?”


“음....그렇게 쉬운정도는 아닌데 그래도 집중해서 준비하면 한번에 붙을 수 있을꺼라네”


“근데 그거하면 밤낮 바뀌어서 이제 평일엔 자주 못보겠다”


“왜 자주 못봐? 자기는 퇴근하면 무조건 나한테 와야지”


“푸핫 자기는 안피곤해? 퇴근하고 나면?”


“나 만나는게 피곤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웃으며)그게 아니라 자기 힘든 일 하는데 나까지 신경쓰면 쓰러질까봐 그러지”


“(웃으며)그니깐 자기가 더 잘해야지 나한테. 나 힘들게 일하는데”


“(항상 잘하려고 하지...)...밥먹고 노래방이나 갈까?”


“노래방? 으휴~ 자기 맨날 김연우랑 성시경 노래 밖에 안부르자나!! 지겨워!! 변한건 없니~~~”


일과 연애를 병행하기란 참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버거웠다. 업무적으로 요구되는 일들이 많아 평일에는 가능하면 숙련도를 높이기 위한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여자친구가 있으니 쉽지 않았다. 일주일 중 5일은 여자친구를 만났으니 정말 자주 만나긴 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욕심이라는 것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답은 알고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여자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항상 12시가 넘어 버렸다. 매일 아이템을 발굴해내고 취재를 해야 했지만 기획을 구상할 시간은 너무 부족했다.


“당분간은 내 시간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는데...”


심적으로, 경제적으로도 갈수록 여유가 없어지는것 같아 미안한 마음만 늘어갔다.





“내가 왜 너 좋아하는 줄 알아?…
 진짜 네가 나 좋아하는게 느껴져서 그게 좋아

                                         앞으로도...계속 그럴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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