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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성우 Oct 18. 2024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상상의 나래를 프린팅 하는 법

나는 'ENFP' 다.

글을 쓰는 지금은 좀 시들하지만 '혈액형별 성격나누기' 이후로 제일 뜨거웠던 'MBTI'.

"E라서 그래~ F라서 그래~" 하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성격을 얘기할 수 있는 주제가 되었고, 서로가 서로의 MBTI를 추측하고 가늠하면서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느끼는지 다양하게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자타공인 확실한 'ENFP' 사람으로 거듭나버렸다. 나에 대한 얘기를 하다 보면 언젠가 다른 부분들도 얘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오늘 얘기할 부분은 ENFP 중 'N'에 대해서다.

'N'인 직관형은 다른 사람들보다 영감의 영향을 많이 받고, 비유와 추상적인 것에 대한 선호가 있으며, 상상력이 풍부하고 미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새로운 생각으로 개념을 확립하는 걸 좋아하고, 은유나 비유법을 잘 사용하며 풍부한 상상력으로 갑작스러운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는 사람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그럴까? 나는 누우면 잠이 들 때까지 상상으로 머리를 채우기도 하고, 지나가다 잠깐 보이는 풍경으로도 상상을 하며 출근을 하는, 정말 상상이 많은 사람이다.

그럼, 왜 그렇게 상상을 많이 하냐고? 당연히~ 재밌으니까!

어릴 때부터 상상은 참 즐거운 것이었다. 10살의 어린아이도 '벡터맨 타이거'(내 어릴 적의 가장 멋있는 히어로)와 같은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었고, 최신유행 로봇이 없어도 내 손의 조그마한 레고들로 엄청난 로봇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내가 상상만 하면, 언제든 나는 내가 있고 싶은 곳에서, 내가 되고 싶은 것들이 될 수 있었다. 그러다 점차 어른이 되고 현실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슈퍼히어로의 시간들은 줄어갔지만, 나는 그 사이의 틈새에서도 여전히 상상을 펼치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나이가 들어가며 겪은 현실들이 바탕이 되어 더 다양한 상상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비유하자면, 무수히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영화감독과 같은?


그렇게 상상은 나라는 사람과의 무수한 역사를 자랑하는 엔도르핀이자 도파민이자 장난감인 좋은 친구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건 내가 이 친구를 붙잡고 있지 않으면, 이 친구는 어느샌가 저 멀리 흩어져 사라져 버리는 특성이 있다는 것. 스치듯 안녕이라 했던가, 이 친구는 오는 것도 쉬웠지만 가는 건 더 쉬웠다. 그렇게 나의 억만장자 영화감독의 능력은 잠시 잠깐이라는 제약이 있는 능력이었다. 너무 만능인 능력인 것 같아서 내가 나에게 제약을 두었던 걸까, 아니면 순간의 취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걸까. 단순히 잠깐의 호기심으로 느껴지는 도파민이 터지는 순간만을 즐겼을 수도 있다. 재밌는 친구는, 편하게 볼 때가 더 재밌으니까.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계속 아쉽기도 했나 보다. 이렇게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제목에서처럼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더 이상 흘러가는 상상을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닌, 한 번 미련을 둬보고 싶어서다. '글'로써 내 상상을, 내 생각을 적으며 나라는 사람의 상상의 나래를 프린팅 해보고자 한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나의 사라져 버리는 친구를 기록하여 그동안 안녕했던 내 오랜 친구들을 기념하는 기념비로 세워보고자. 사진을 모은 사진첩처럼,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남겨보고자. 과연 어떨까, 나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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