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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성우 Oct 21. 2024

찰나의 순간, 영원을 담다

사진, 영원한 순간으로 추억하는 방법


한 번씩 그런 순간이 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하는 그런 순간.

봄날의 햇살 내음과 따스함, 살결을 스치며 머리칼을 넘기는 바람, 그 앞으로 펼쳐진 광활한 풍경까지.

차마 눈을 깜빡이지도 못하고, 아이가 처음으로 세상의 새로운 것을 보듯 내 모든 감각으로 마주하고픈 그런 순간.

그런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사람의 오감을 전부 담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음에 안타까워하며, 놓치기 싫은 그 순간을 내 안에 담고자, 나는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언젠가 그 소중한 기억이 내 안에 다시 물들길 원할 때, 타임캡슐처럼 사진은 그때의 그 감동을 다시 불러내주는 마법을 부린다.


그렇기에,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카메라를 잘 모르지만 집에 있던 누나의 필름카메라를 들고 나와, 집 앞 사거리 사진관에서 필름을 사고 무작정 떠났던 10대의 내가 있었다. 무슨 감성에 빠졌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타보지 못했던 버스를 무작정 타고 내가 가보지 못했던 동네에 내려 무작정 걸어가며 무작정 찍어댔었다. 그때의 나는 그런 낭만에 젖어 있었다. 크게 특별할 것이 없어도, 내가 모르는 그 골목들이 나에게는 설레는 경험이었다.


대학생이 되었을 때는 건축과이기에 있을 법했던 사진동아리를 들게 되었다. 가지고 있는 카메라는 없었지만 세상의 발전으로 휴대폰은 내 손에 붙은 작은 카메라가 되어줬고, 그렇게 언제 어디서나 더 다양하게 사진을 찍는 법을 알게 되었다. 출사를 나가고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순간, 다양한 감성을 마주하며 사진은 내 최고의 추억거리이자 추억을 남기는 방법이 되었다.


그 뒤로 여행을 가는 것이 더 즐거워졌다.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은 10대 때의 설렘을 다시 불러오기에 충분했고, 이제는 그 설렘을 영원히 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안 뒤였다. 여행지에서 나는 다시 순수한 소년처럼 내가 가보지 못했던 골목들을 돌아다니며, 그 순간들이 주는 감동에 물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들은, 나에게 영원한 추억으로 남아가고 있었다.
하나, 둘.. 쌓여가는 사진첩에는 그때의 시선들이, 순간들이 가득해졌다.


어느덧 삶의 즐거움 뿐이 아닌 다른것들을 더 바라보게 된 30대가 되었다. 회사생활과 함께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하루하루로 회색빛의 물레가 된 것 같은 오늘날, 더 이상의 낭만은 사치이자, 현명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짐에 일상의 감성은 이미 메말라버렸다. 그렇지만 아무리 씻어도 조그마하게 남아있는 얼룩처럼, 나에게는 아직 낭만과 감성에 설레는 아이가 남아있다.


뜨거운 햇빛을 담으면 내 가슴마저도 뜨거워질 거라 생각하던 그때의 내가, 그때의 그 순간들이 영원한 추억으로 나에게 남아있기에 나는 지금도 그 순간들과 함께 살아간다. 그렇기에 나의 회색빛은 어제든지 다시 노을빛으로 물들 수 있다. 오늘도, 내일도.


이제는 그때와는 또 다른 추억들이 쌓여갈 때다. 찰나의 감동적인 순간들이 매일, 매주 있지는 않더라도, 소소한 행복과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순간들은 또 넘쳐날 것이다. 그렇게 그 순간들은 내 안에서 계속 쌓여갈 것이다. 어떨 땐 풍경의 모습으로, 어떨 땐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그리고 그렇게 모인 순간들로 또 다시 나는 다양한 빛으로 물들 내가 된다.


이제는 더 이상 내가 타보지못했던 버스를 무작정 타고, 아무렇게나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을 가보는 내가 아니더라도,


나는 사진을 찍는 것을 아직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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