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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필복감독 Aug 16. 2022

럭셔리했던 프라하 숙소

9일 차 : 버스 타고 프라하로!

2019/10/16


아침부터 정신없이 달렸다. 일찍 일어나서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마무리 패킹하고 공병 환급하고 조카 집에 트렁크를 맡기고 돌아오니 10:30. 

땀을 너무 흘리는 바람에 다시 샤워하고 아점 먹으니 11:30이다.

막상 떠나려니 일주일밖에 안 지냈음에도 매우 아쉬웠다. 그만큼 편했기 때문이겠지..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것만 빼면 부족함이 없는 숙소였다.


고속버스 터미널의 황량한 모습

숙소에서 버스 터미널까지는 10분 거리지만 비도 오고 여러모로 악조건이었다.

터미널엔 10분 전에 도착했지만 공사 중이고 시스템이 엉망이다. 종점이 부다페스트인데 프라하로 알고 있던 나는 게이트를 찾아 헤매고... 그럴만한 것이 버스가 5분을 늦게 도착했기에 버스가 안 보여서 한참을 헤맸다. 이럴 때마다 대한민국의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이 얼마나 정확한가라는 생각에 놀라곤 한다. FLIX 버스의 내부는 청결하고 깔끔했다. 촬영을 하려고 하니 실내 촬영은 안된다고 운전사 아주머니께서 엄한 표정을 지었다.


독일은 지도상으로는 가까운 거 같은데 실제로는 많이 멀게 느껴진다. 베를린에서 프라하까지는 서울에서 부산 정도의 거리인데 실제 주행 시간은 논스톱으로 4:30 정도다. 길이 최단 거리가 아니라 그런 건지.. 차 속도도 꽤 빠르게 느껴졌는데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중간 휴게소 정차는 없었다. 다행히 flix 버스 내엔 화장실이 있어서 맘껏 물을 마실 수 있었다.


독일과 프라하 사이 국경에 검문소가 없다. 그냥 문자가 와서 국경을 지났구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국경을 지날 때에 체코 경찰이 여권 검사를 한다고 어디선가 봤는데 그런 건 없었다.

긴 시간을 달려 프라하 중앙버스터미널 근처에 다다랐을 무렵 체코 경찰의 검문이 있었다. 처음엔 승객들 여권 검사하는 줄 알고 여권을 준비했는데 계속해서 운전사와 대화를 나누고 계기판을 점검하는 걸로 보아 속도위반 아니면 신호위반 같은걸 한 모양이다. 아까 나에게 버스 내에서 사진 찍지 말라고 엄한 표정을 지었던 그 운전사가 위반한 모양이다. 덕분에 한 15분은 길에 서있었던 거 같다.

연착이 되는 바람에 중앙 기차역에 내리니 5시가 지났다. 숙소까지 우버를 타고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리 먼 거리가 아닌 거 같아 걸어가기로 했다. 언덕이라 좀 힘들긴 했지만 걸어서 15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프라하의 야경

집주인이 자신의 남자 친구 어머니가 맞이해줄 것이라 했는데 초인종을 아무리 눌러도 대답이 없었다. 결국 전화를 하니 바로 받으신다. TV라도 보고 계셨던 건지.

5층인데 다행히도 여긴 엘리베이터가 있다. 편하게 올라가니 할머니가 날 맞이하신다. 문 앞에 가방을 두라 그러시더니 화장실 주방 방 순서로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숙소 시설은 최신식 시설이 다 갖춰진 빌트인이었는데 식기세척기에 에소 머신까지 있었고 테이블 위엔 신선한 과일부터 와인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가장 반가운 것은 냉장고 안에 있는 필스너 우르켈이었다. 집주인이 전문적으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사람인지 시스템이 거의 호텔 수준이었다. 에어비앤비에 나와 있는 이용수칙 역시 체계적이었던 것으로 보아 프로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할머니는 너무 친절하셔서 거의 30분 동안 주변 레스토랑이나 관광 포인트들까지 설명해주시곤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가셨다.

호텔 수준으로 좋았던 프라하 숙소

점심을 차 안에서 초콜릿으로 버텼던 나는 일단 바나나를 흡입하고 필스너 우르켈을 시원하게 한 잔 했다. 한국에서 여태껏 마셨던 필스너 우르켈은 뭐였던가.. 병맥주가 이리 맛있을 수가.. 내일은 생맥을 꼭 마셔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베를린 숙소에 비해 이곳엔 세탁기가 있어서 너무 좋았다. 밀린 세탁이 관광보다 급했다. 옷이 마지막 한 벌 밖에 남지 않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세탁을 돌리고 환전을 하러 나섰다.


환율이 너무 좋은 환전소가 있다고 해서 반신반의했는데 환율이 정말 예술이었다. 구글 환율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환전 수수료가 남기나 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관광객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이곳에만 줄을 서고 있었다. 다행히 줄은 금방 줄어들었다.

150유로를 환전하니 대략 20만 원 돈이다. 이 정도면 체코 2박 3일은 충분하리라 생각을 했는데 오산이었다. 체코 물가가 베를린보다 훨씬 비쌌다.

환전하기 위해 줄을 선 관광객들

저녁식사를 위해 구글 지도로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평점 4.5가 있어서 일단 그리로 향했다. 도착했더니 멋진 탑만 보이고 식당이 보이지 않는다. 

저 탑 안에 식당이 있다고?

건물 입구로 들어가니 탑 안에 Zvonice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이 있었다. 1,2층은 바. 7,8층은 레스토랑으로 활용되고 있었는데 실내에 엄청난 사이즈의 종이 매달려 있었다.  알고 보니 Zvonice는 체코어로 종탑이라는 뜻이었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이 종은 1518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종이 7,8 층 사이에 매달려있다.


500년도 넘은 탑에 있는 인테리어가 훌륭한 레스토랑이라.. 가격이 불안했지만 체코 첫날이니 기분 좀 내보기로 했다. 메뉴판을 펼쳐 보니 역시 가격은 꽤 비쌌다. 식사에 맥주까지 마시면 대략 1000 크루나(5만 원) 정도 들 거 같았다. 베를린에선 스테이크에 맥주 다해서 4만 원 정도였는데.. 여행객에겐 비싼 식사였지만 첫날이니 먹어보기로 했다. 

필스너와 굴라쉬 같이 생긴 체코 전통 요리를 주문했다. 필스너는 역시 예술이었다. 애피타이저로 나오는 빵 이에 올라간 새우도 맛있었다. 드디어 메인 요리가 나왔는데.. 실망이었다. 소스는 너무 짜고 고기에서 소 간 맛이 났다. 

음식 맛은 인테리어만큼 좋지 못했고 종업원은 불친절했다. 이게 프라하의 첫인상이 되었다. 

화려하지만 알맹이가 없다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의 도시로 인식되었다. 

그럼에도 야경은 역시 멋졌기에 좀 더 즐기고 싶었지만 세탁이 급선무였기에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럼에도 건물은 정말 멋지다


숙소로 돌아와 보니 역시 너무 훌륭했다. 프라하는 이걸로 됐다 싶었다.

갑자기 에어비앤비 숙소 비용을 비교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일일 단가로 따져보았다.


베를린 1차 8박 49만 : 61,200원

프라하 2박 167,000 : 83,500원

드레스덴 3박 167,000 : 55,000원

베를린 2차 15박 92만 : 61,300원

프랑크푸르트 2박 226,000 : 113,000원


음.. 드레스덴이랑 베를린이 가장 싸다. 프랑크푸르트의 거의 절반 가격이다. 

프라하 숙소는 시설로 따지자면 납득할만한 가격이긴 했다. 다만 와인, 과일, 과자 같은 서비스를 빼고 가격을 좀 낮췄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라하는 2박 3일 일정이다. 그리고 드레스덴으로 떠난다. 에어비앤비에서 드레스덴 체크인 시간을 알아보다가 즉흥적으로 프라하 단체 투어를 신청했다. 11~2시까지 현지인 가이드와 15명이 함께 다니는 투어인데 짧은 일정이니 설명을 들으며 따라다니는 것도 괜찮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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