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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필복감독 Jul 09. 2022

여행갈 때 차기 좋은 시계는?

듀얼 타임 시계들

여행을 떠날 땐 함께 할 물건들을 챙기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다.

시덕이라면 어떤 시계를 가지고 갈까라는 행복한 고민도 하게 된다. 시차가 있는 국가를 여행할 때 한국 시간과 현지 시간을 비교할 수 있는 시계가 있다면 더없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스마트워치를 이용하면 되겠지만 충전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을뿐더러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에서 스마트 기기들에 속박되긴 싫으니까 제외하기로 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듀얼 타임 시계는 아마도 롤렉스 GMT 시계 들일 것이다. 최근 돈을 주고도 사기 힘들고 백화점 매장에 들어갈 수도 없다는 롤렉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제품인 GMT 펩시, 배트맨, 루트비어라는 별칭의 시계들이다.

GMT(Greenwich Mean Time)는 그리니치 표준시를 의미한다. 때로는 UT(Universal Time)라고 부제가 붙은 시계들이 있는데 이는 세계시를 의미하므로 역시 듀얼 타임 시계임을 나타낸다.


롤렉스 16700 구형 펩시. 삼각형 붉은색 핸즈와 베젤의 24시간 계를 보고 시간을 알 수 있다.


롤렉스의 GMT 시계는 1954년 미 항공사의 요청으로 제작되었다. 애초에 비행사를 위해 만들어진 시계라는 얘기다. 이 시계가 세계 최초의 듀얼 타임 시계가 아님에도 GMT 시계의 화석처럼 여겨지는 이유는 독보적인 디자인과 성능 때문일 것이다. 예쁘고 튼튼하고 시간 잘 맞고 이보다 좋은 여행의 동반자가 있을까?

하지만 문제가 있다. 이 시계는 치안이 불안한 나라에서는 항상 범죄의 표적이 된다. 리테일가로 1300만 원이 넘고 리세일가로는 3000만 원이 넘는 시계를 차고 다니면서 마음이 편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이 시계는 더 이상 여행자를 위한 시계는 아닌 것 같다. 체 게바라가 차고 다닐 때만 해도 고급시계라기보다는 전투에 어울리는 견고하고 시간 잘 맞는 툴워치였지만 이젠 고급시계의 상징처럼 되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체 게라바의 손목에서 떠나지 않았던 롤렉스


터프함으로 따지자면 파네라이도 롤렉스에 빠지지 않는다. 갓삼삼으로 알려진 pam233이나 pam537 등 GMT 모델들도 꽤 있다. 예쁘고 존재감도 넘친다. 그리고 줄질(스트랩 교체)이 용이하기에 여행 다니면서 패션에 맞춰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크고 무거움 그리고 고급시계라는 부담감 등은 단점으로 작용하겠다.

파네라이 42mm pam537


개인적으로 전자시계나 쿼츠 시계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편리함에 있어선 그 이상의 시계도 없다. 한 가지 불안 요소라면 여행 중 배터리가 나가서 시계가 멈춰버리는 것이겠지만 보통 그럴 일은 없다. 그래도 그 불안함을 제거하기 위해 카시오는 터프솔라라는 방식의 배터리를 제작했다. 태양에너지로 배터리를 충전하여 사용하는 방식으로 배터리 교체 없이 20년 가까이 사용하고 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도 전해진다.

지샥 GMW-B5000. 터프솔라 방식.

차가 밟고 지나가도 계속 작동된다는 지샥인데 5개국 나라의 시간이 표시되고 터프솔라 방식이라 배터리 방전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심지어 버튼 하나만 누르면 GPS로 현재 위치를 인식하여 현지 시각으로 변경도 해준다. 모든 것을 갖췄다.

하지만 전자시계다. 갬성이 부족하다.


1953년에 제작되어 세계 최초의 GMT 시계로 알려져 있는 글라이신의 에어맨은 어떨까?

글라이신 에어맨. 베젤도 다이얼도 24시간 계로 표시되어 있어 적응하는 데까지 다소 어려움이 있다.

글라이신은 국내에는 덜 알려져 있지만 유명 시계 유튜버를 통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다. 24시간계로 표시되어있는 다이얼로 유명한데 12시간계에 익숙해져 있는 일반 사람들이 딱 보는 순간 몇 시인지 알아보기는 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베를린 여행할 때 함께 했던 글라이신 더블트웰브. 바깥 베젤링을 돌려 2개의 시간을 보는 방식이다.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인지 글라이신은 더블트웰브라는 시계를 내놓기도 했다. 말 그대로 12시간계가 2개로 이루어져 있다는 의미인데 아이코닉한 24시간계가 아니기에 글라이신 매니아들에게는 외면을 받았던 비운의 모델이기도 하다. 아무튼 글라이신의 경우 한 때 50만 원 선에서도 구입이 가능했으니 이 정도면 아날로그 감성도 즐기고 함께 여행 다니기에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인 경험으론 시간 확인하는 것도 직관적이고 좋았다. 24시간계가 아니라 낮/밤을 구분할 수 없다는 단점은 있지만 여행하면서 동굴 안에만 갇혀있을 건 아니니 그 정도는 포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듀얼 타임은 아니지만 정말 가볍고 여행에 잘 어울리는 시계라고 생각되는 시계는 바로 타이맥스의 군용 시계 복각 캠퍼 MK1이다.

타이맥스 캠퍼 MK1


베트남전에 참전한 미 육군에게 보급되었던 시계의 복각인만큼 부담 없이 툴워치로 사용하기엔 최적이다. 사이즈도 36mm로 아담하여 요즘은 여성들도 패션 아이템으로 많이 찾고 있는 제품이다.

물론 플라스틱 케이스의 조잡함이나 불안정한 쿼츠의 구동방식 등으로 언제 멈출지 모르는 불안감 등은 있지만 어차피 여행용 시계의 반은 갬성인 것을 감안할 땐 아주 좋은 동반자가 되지 않을까?




이상 수천만 원에 달하는 롤렉스에서 10만 원 이하의 타이맥스까지 다양한 시계를 살펴봤는데 결국 가장 좋은 시계는 내 마음이 가면서도 편한 시계가 아닐까 싶다.

역시 여행은 그 순간을 온전하게 즐기며 마음 편하게 다니는 게 제일이다.


함께 하는 즐거움도 있어야 하고 누가 훔쳐갈까 봐 두렵지도 않은 시계. 그런 시계를 차고 여행을 가면 즐거움은 배가 될 것이다.


#GMT시계 #롤렉스펩시 #파네라이갓삼삼 #글라이신더블트웰브 #지샥반메탈  #타이맥스M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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