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잘 살고 있는가?
최근 인기리에 방영을 했던 '태풍상사'의 주인공 강태풍(이준호)과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의 김낙수(류승룡)는 둘 다 공교롭게도 72년 쥐띠로 설정되었다.
태풍상사는 IMF 여파로 무너진 중소기업 대표의 아들이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과정을 가볍고 유쾌하게 그렸고, 김부장 이야기는 이 시대 아버지의 힘겨운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시청자에게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돌이켜보면 72년생은 파란만장한 대한민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받아들였던 세대였던 것 같다.
새마을 운동으로 대표되는 경제적 풍요가 시작되는 시점이자 군사독재로 인한 정치적 암흑기였던 70년대 초에 태어났고 신군부 시대였던 80년대에 10대를 보냈기에 오후 5시 국기하강식, 극장에서 애국가 및 대한뉴스 상영, 최루탄 가스, 등화관제 등을 당연하게 여겼던 세대이거니와, 비디오와 컬러 TV,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 해외여행 자율화 등에 힘입어 엄청난 문화적 혜택을 청소년기에 받아들인 세대이기도 하다.
대학에 들어갈 때쯤엔 압구정 오렌지족이니 X세대니 하는 신조어와 함께 흥청망청의 대명사가 되는가 싶더니, 제대 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할 때엔 IMF가 터져 저주받은 91학번이라는 말이 돌기도 했었다.
태풍상사의 주인공 강태풍은 IMF 시절에 패기와 긍정적 마인드로 무너진 사업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드라마는 IMF 구제금융이 끝날 무렵에 맞춰 끝을 맺는다. 그 이후 태풍상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계속 승승장구했을까 아니면...?
김부장은 비슷한 시기에 대기업에 취업해 25년의 기간 동안 회사에 영혼을 갈아 넣었지만 결국 회사에서 버림받는다.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자아를 찾게 된다는 이야기로 결론을 맺는다. 그 이후는 어떻게 될까? 역시 궁금하다.
드라마를 보며 생각이 많아졌던 이유는 내가 지나온 삶의 궤적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고 내가 살아갈 미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일 거다.
태풍상사의 강태풍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앞만 보고 달려 사업을 성공시키는 스타일이 정답이었던 시대의 가치가 김부장의 명대사로 인해 헷갈리기 시작한다.
"언제는 앞만 보고 달리라며.. 이제는 또 주위를 둘러보라고?" (정확한 대사는 아닐 거 같은데 내 기억엔 저렇게 자리 잡았다.)
환율이 계속 올라 IMF의 PTSD가 다시 떠오르고, 물가 상승에 경제는 어렵고, 남들처럼 잘 먹고 잘 살지 못하면 FOMO 증후군이 생기고, 가족을 돌보면서 워라밸 지키자니 지갑이 가벼워져 여러모로 불안한 시대다.
나름의 헤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김부장은 세차장 사업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아내의 부동산 중개업은 성공할 수 있을까? 드라마를 보며 이런 걱정까지 하는 건 아마도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고, 이렇게까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김부장 이야기'는 아주 잘 만들어진 드라마라고 말하고 싶다.
이 시대 모든 김부장과 그 가족의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