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경 '서기 2000년이 오면'이 불러낸 시간 여행
넷플릭스 드라마 ‘애마’는 1982년 영화 ‘애마부인’이 개봉했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실제 영화 제목을 차용한 드라마지만 등장인물이나 이야기 전개는 모두 픽션으로, 작품은 애마부인이라는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사실감 있게 그려낸다.
80년대 초반은 격동의 시대였다. 군사정권의 그림자 속에서 서울이 88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었고, 그 영향으로 37년 만에 야간 통행금지가 해제되기도 했다. 드라마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촘촘히 엮어내며, 웃지만은 못할 에피소드들을 흥미롭게 담아낸다.
드라마를 보던 중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노래 한 곡이 팍 하고 귀에 꽂혔다.
“뭐지? 이 노래? 좋아했던 노래인데..?”
바로 민혜경 씨의 ‘서기 2000년이 오면’이라는 노래였다.
당시만 해도 에어로빅 복장의 백댄서들이 춤을 출 만큼 흥겨웠던 이 노래는 극 중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장면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멜로디가 흥겨워서 해당 씬이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지게 되는 역설적인 명장면이었다.
오랜만에 들으니 너무 반가워 내친김에 가사를 찾아봤다.
서기 2000년이 오면 우주로 향하는 시간
우리는 로켓트 타고 멀리 저 별 사이로 날으리
그때는 전쟁도 없고 끝없이 즐거운 세상
그대가 부르는 노래소리 이 세상을 수놓으리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싸바 그날이 오면은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우리는 행복해
다가오는 서기 2000년은 모든 꿈이 이뤄지는 해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싸바 행복한 그날을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우리는 기다려
서기 2000년이 오면 더욱더 편리한 시대
그대의 즐거운 모습 나는 그 어디서나 보리라
그때는 가난도 없고 저마다 행복한 마음
우리가 부르는 노래소리 이 세상을 수놓으리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싸바 그날이 오면은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우리는 행복해
이런 내용인데.. 뭐랄까 좀 충격적이었다. 노래가 유행했던 시절에는 “싸바 싸바”가 재미있어서 그 파트만 따라 불렀기에 가사 내용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
노랫말을 천천히 다시 음미해 봤다.
82년 당시엔 아주 먼 미래라고 생각했던 서기 2000년이 이미 25년 전 과거가 되었다.
82년에 기대했던 2000년대는 우주여행도 하고, 전쟁도 없고, 끝없이 즐겁고, 모든 꿈이 이뤄지고, 행복하고, 편리하고, 가난도 없고, 행복하게 노래를 부르는 그런 세상이었던 것 같다.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누군가가 타임머신을 타고 82년으로 돌아간다면 그 노래를 즐기던 대중들에게 뭐라고 말해줄 수 있을까?
“서기 2000년엔 우주여행 못 간답니다.”라고?
스마트폰을 들고 편리한 세상에 대한 자랑을?
아니면
그 시절이 좋았던 시절이니 한번 잘 살아보시라고?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 보니 입맛이 씁쓸해졌다.
저 노래 가사처럼 좋은 세상이 되지 못한 건 왜 때문일까?
그럼에도 노래가 너무 좋아 수없이 반복해 듣다 보니 잊고 있던 또 하나의 장면이 떠올랐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 였던가?
아마도 이경규 씨가 저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옆에서 “싸바? 싸바?” 하면서 되묻던 주병진 씨가 결국 물총을 꺼내 들어 얼굴에다 물을 '쐈던', 당시 배꼽 잡고 웃었던 기억이다. (사실 누가 물을 맞았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어찌 됐든 시대를 초월하여 위로를 주는 건 역시 웃음이 최고다.
40년이 지나 다가올 서기 2065년엔 과연 저런 세상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