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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유 Apr 29. 2020

한국에서 애자일 하기 힘들 것만 같은 이유

존댓말, 질문, 위아래

최근까지 나는 홍콩에서 애자일 문화를 크게 장려하는 회사에서 일했었다. 외국인 비율이 높고 서양 문화가 많이 스며든 조직이었었다. 스크럼 마스터로서 팀 내에 스크럼을 정착시키면서, 내가 한국 조직에서 스크럼을 도입한다면 어떻게 다를지를 생각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방해 요소가 떠올랐다. (*사고 실험 결과)


존댓말, 질문, 위아래


1. 존댓말


영어를 사용해서 일하면서 나는 내 나이나 직위 같은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상대방이 나보다 나이가 적은 지 많은지, 직위가 높은지 낮은지가 내가 뭐를 어떻게 말하지에 있어서 고려할 사항이 아니었다. 내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에만 집중해서 대화했다. 그래서인지 내가 한국에서 일했을 때보다 발언이 더 자유롭다는 것을 느꼈었다. 보다 활발하게 발언했다. 이는 스크럼 마스터로서 누구에게든 코칭이나 가이드를 주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편했다. 

영화 "컨택트" (2016)

그러다 한국에서 이 역할을 하면 어떻게 말할까를 생각해 보았다. 한글에는 존댓말과 반말이 명확히 다르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말하는 가에 따라 그것은 사고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존댓말을 하면 보다 쉽게 상대방을 존중한다. 반말을 하면 상대방을 편하게 여기게 되고 더 많은 것을 솔직하게 말하게 된다. 둘은 각각 스크럼의 5가지 가치 중에 Respect 와 Openness 를 강화한다. 반대로는 각각의 가치를 저하시키게 되는 요소이다.



2. 질문


애자일 팀에서는 팀원 간에 대화할 일이 훨씬 많다. 애자일 팀 내부에서도 또 외부의 관리자나 직원과도 더 많은 대화를 할 기회와 필요가 생긴다. 애자일은 팀워크와 함께 일하는 것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나도 질문하는 데에 있어서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반면 그 예전 한국의 직장을 떠올려 보니, 그때는 모르는 것 질문하는 데에 주저주저했었던 게 생각났다. 그 직장에서도 애자일을 한다고 하는 팀이었는데, 애자일 철학과 가치는 직장 고유의 문화에 덮여 있었다. "같은 것 2번 질문하면 짜증 난다.", "질문하기 전에 생각해 보고 질문해라." 등등의 조언이 오가는 조직들이 아직도 있을까? 직장 내 구성원 간 질문은 대화와 논의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그로부터 새로운 생각이 나온다. 질문조차 편하게 하지 못하는 조직에서 팀원들간의 활발한 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3. 위아래


애자일과 스크럼 팀은 역할 중심의 조직이다. 기존의 수직적 구조와 같은 관리자와 부하 직원 개념이 아니다. 홍콩의 직장에서는 애자일이 지향하는 수평적인 관계는 위아래 구분이 없는 언어가 주는 자유와 함께 잘 지켜졌다. 중국 고유문화 영향이 큰 홍콩 기업은 수직적이지만 내가 속했던 곳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크럼 마스터로서 직언(?)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었다. 한국에서 애자일 문화를 지향한다는 기업들은 과연 어떨까. 윗사람이 내가 양보하는 거다 이해하는 거다라는 마음 없이 진정한 수평적 문화를 누리는 조직이 있을까?



이러한 3가지 방해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말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모두가 서로에게 존댓말을 할까 반말을 할까. 아니면 하던 데로 할까. 한국의 애자일 조직에서 생각해 볼 이슈이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애자일 문화의 확산 노력이 더 필요한 이유이다. 애자일은 방법론 뿐이 아니라 정신적인 측면이 그 이상이며, 이것은 변화하는 경영 환경과 직원 세대에 보다 적합한 방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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