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입사 커트라인은 아무도 모른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10대들은 대학 입학을 목표로 살아간다. 내가 뭐가 될 진 모르겠지만 우선 대학을 그것도 너도 알고 나도 아는 높은 순위의 대학을 목표로 공부한다. 그리고 정말 하고자 하는 확고한 분야가 없다면 점수에 맞는 대학에 응시하고 대부분은 본인들의 점수(여러 가지가 포함된)에 적당히 맞춰진 대학에 진학한다. 그렇다면 기업에 취직하는 것은? 잘 모르겠다. 물론 학벌을 중시하는 회사나 특정 전공이 기업의 주력 사업에 부합해 입사가 결정되는 당연한 경우도 많지만 비슷한 조건의 A라는 사람은 합격하고 B라는 사람이 왜 떨어졌는지, 당락의 커트라인은? 아무도 모른다.
내가 소위 말하는 대기업에서 일하며 느낀 점 중 하나는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체계적이지 않고 기준들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모집한다고 했을 때 큰 회사일수록 지원서가 어마어마한 양으로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검토하는 담당자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일 거고. 그들은 그 일 외에도 다른 산적한 업무들이 많다. 알다시피 입사지원서는 객관식이 아닌 서술형이니 당연히 딱 맞는 정답은 없다. (가이드는 있을 테지만 주관식을 수치화 하기는 어렵다는 건 모두 아는 사실) 만약 당신이 지원서를 검토하는 담당자로써 당락을 결정해야 한다면 수많은 것들 중 무엇을 뽑을 것인가? 아마 처음 내용부터 상투적이라면 끝까지 보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투적인 내용은 참고 자료가 있거나 첨삭을 받는 경우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
면접을 준비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경험상 면접에서 중요한 것은 본인만의 핵심 가치를 잘 전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고 열정적이고 등등의 보편 가치는 누구나 강조하는 상황에 스펙도 종류만 다를 뿐 비슷한 수준이라면 면접관은 누구를 뽑을까? 바로 회사에 필요한 사람일 것이다. 당연히 그 회사 내부 사람이 아닌 이상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상에 대한 디테일을 알긴 힘들다. 아마 내가 면접관이라면 본인이 필요한 인재라는 것을 어필하는 과정에 도달하는 논리를 중점적으로 볼 것 같다. 설사 내용이 좀 어긋나더라도 논리가 합리적이고 명민하다면 그 지원자가 뽑힐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내 동기 중 한 명은 면접에서 ‘저는 대기업을 싫어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 얘기를 듣고 저 인간도 정상이 아니구먼 하고 생각했지만 그 동기는 합격했다. (엉뚱하지만 착한 사람이었다!) 또 다른 나의 친구는 샤랄라 원피스 입고 면접에 갔지만 무사히 합격했다. (역시 그 친구도 미국에서 학부 졸업 후 취업전선에 뛰어 뭘 몰랐다...) 일련의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내가 생각한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것들이 취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키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모두 알고 있듯이 첫인상은 매우 중요하다. 취업의 모든 것 또한 사람 대 사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서면이든 면접이든 첫인상에서 나를 보여줄 한 끗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이 포토샵으로 다듬어진 증명사진이나 무채색의 정장 그리고 누군가의 합격 사례를 참고하거나 충고를 듣는다고 생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내가 얼마나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이게 뭔 개소리인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서 무슨 일을 하든 Reference에 집착하는 것이 좀 안타까웠다. 때로는 그런 여러 사례에 본인을 맞추느라 정작 본인 자체의 매력이 광택이 사라지듯 평범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취업을 하는 데 있어 분명 매우 무모했다. 하지만 마냥 운이 좋아서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박사과정을 그만두고 귀국을 결정하면서 엄청난 내면의 폭풍을 견뎌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나에 대해 정말 많이 생각했다. 그때 난 나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 고민했고, 그 생각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그것들을 진정성 있게 풀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입사 여부를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어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글로 풀어내다 보니 입사 후 14년 동안 일하면서 어떤 것들을 잃고 방황하게 되었는지가 명확하게 보이는 것 같다. 나 자신에 대해 다른 누구보다 내가 더 많이 생각했어야 했는데,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에 의해 판단되는 나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니 내 안의 핵심가치들, 내가 정말 원하는 것들은 점점 흐려져가고. 가장 중요한 건 내가 가장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확고할 때 나도 가장 행복하고 반짝반짝 빛날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