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천진난만한 '어른이'가 되면 좋겠어
최근 들어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단순히 나이 많은 사람이 어른이라고 한다면 그 나이의 기준은 몇 살일까? 나이의 기준이 있다 치고, 그럼 아무 노력하지 않고 가장 쉽게 먹는 나이도 무기랍시고 함부로 거들먹거리는 사람들도 모두 '어른'인 걸까?
최근 이런 생각을 더 깊게 하게 된 건 Y를 보면서다. Y의 성장과정을 다 알진 못하지만 20살 무렵부터 근 몇 년 간 변하지 않은 듯 미세하게 변해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는 대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내가 신은 아니니 그가 하는 생각이나 행동의 의미를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 (아마 본인도 다 모를 거라 생각한다) 20대 초반의 그는 또래에 비해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확실히 설정하고 나아가는 진지한 면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천진난만했다. 본인은 스무 살을 지나며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이모뻘 되는 내가 보기엔 여전히 아이처럼 보였다. 하지만 점점 나이 들며 장난기도 사라지고 2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는 제법 차분해졌다. 여전히 친구들과 있을 땐 장난기 가득하지만 몇 년 전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해야 할까...
물론 나이가 듦에 따른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지만 왜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걸까? 곰곰 생각해 보니 Y가 달라져 가는 모습, 좋게 말해 성숙해지는 것이 결국 세상의 쓴맛을 점점 더 많이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세상이 하나의 존재에 얼마나 가혹한지, 특히 사람들이 얼마나 이중적이고 이기적이며 믿을 수 없는 존재인지 등등. 나이를 먹으며 하는 인생 경험들(좋은 것들도 물론 있지만 부정적인 임팩트가 더 큰)이 쌓이면서 순진함과 천진난만함이 사라지는 것, 그것이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철들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 듯하다.
‘어른’의 사전적 의미는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표준국어대사전> 여기서 가장 핵심인 단어는 '책임'인 것 같다. ('다 자라서'라는 기준이 아마 몸만은 아닐 거다. 그러기에 이 세상엔 이미 다 자란 몸을 가졌으나 정신연령이 그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내가 하는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
가끔 나의 인스타 추천 피드에 노홍철 님의 피드가 올라오는데, 요즘의 그를 보면 소위 말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란 이런 사람을 말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삶. 어떤 사람들은 그를 보며 철딱서니가 없다고, 나잇값을 못하는 아직 '애'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그 나잇값이라는 거 누가 정한 거지? 그가 점잖은 옷을 입고(또는 알록달록한 등산복?)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을 만나 자식 교육이나 부동산 얘기를 하면 나이에 걸맞게 사는 것일까? 그가 자신이 하는 일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닌 이상 자기 하고 싶은 데로 사는 것에 대해 쓴소리를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삶'에서 그 자신의 말과 행동에 충분히 책임지고 있으니 그는 충분히 어른인 것이다.
나는 Y가 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장난기 많고 천진난만한 '어른이'가 되면 좋겠다. 나는 내가 나이라는 숫자와 타인의 시선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번아웃을 겪으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것이 결국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어른이'라는 말이 철딱서니 없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어른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의 책임질 줄 알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덧, 제목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노래제목에서 따왔다. 제목 자체가 어른이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서. 그리고 그림은 무직타이거의 배경화면이다. 이 그림을 보는 순간 뭔가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