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찍히는 돈이 내 돈

돈을 버는 방법이 정당하길 바라는 마음

by 애나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도 물론 돈 좋아한다. 특히 눈먼 돈이나 적게 일하고 버는 돈이면 더 좋아! 그렇다면 그 좋아하는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소위 투자라는 것을 하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아니 못한다. 이유는? 나는 사람마다 다른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마도 신이 나를 만들 때 경제적 관심/능력을 넣는 것을 잊지 않았나 싶을 만큼 그쪽으로는 잼병이다. 숫자에 약한 타입도 아닌데...


아무리 이런 나라도 뭘 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얼마 전 S의 추천으로 주식투자 관련 책을 읽고 남들도 다 하는 거 잃어도 인생공부한 셈 칠 수 있는 적은 돈으로 한번 시작해 봐? 라며 호기롭게 주식계좌를 만들기는 했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법. 그 계좌는 순식간에 나의 관심밖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작전세력에 의한 주가 폭락 사태를 보니 그냥 가만히 있던 것이 다행인 듯싶기도 하다. 잘은 모르겠으나 한 투자회사가 투자자들을 모집하고(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포함되었다고), 그 돈으로 오랜 기간 동안 특정 종목들에 집중하여 주가를 올렸다고 한다. 그러다 갑자기 엄청난 물량의 주식이 매도되었고, 몇몇 사람들은 큰돈을 벌면서 주가는 크게 폭락했다. 나머지 작전세력은 물론 애꿎은 개미투자자들까지 큰 손실을 보았으니 큰 뉴스인 건 당연한데, 더불어 더 주목받는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유명 연예인이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 금감원에서는 그를 이 사건의 주요 인물 중 하나로 특정하고 출국금지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언론에 자신 또한 억울한 피해자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했다(한다). 그는 자신과 부인의 계좌에 총 15억씩 돈을 넣고 그것을 단순히 투자의 목적으로 그들에게 일임했을 뿐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하며, 자신도 또한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아니 30억이 뉘 집 애 이름인가, 그 큰돈을 맡기면서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멍청한 건지 눈감고 아웅 하자는 건지...) 계속해서 공개되는 여러 자료에서 그는 조작세력과 사업을 도모하고, 그들의 사적모임에 참석해 조작세력의 우두머리를 찬양하며 종교에 비유하기까지 하는데 자신은 절대 투자권유를 하지 않았다고, 자신은 주가 조작세력은 무관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과연 그는 그의 주장처럼 순수한 피해자이기만 할까? 이에 대해 한 대학의 교수는 "애매하다"라고 얘기하며 다음과 같이 비유했다고 한다. (출처: 4월 28일 YTN 더뉴스)


"도둑질을 한다고 가정해 보면, 그 집에 들어가서 100만 원을 훔쳐와야 하는데 실패할 수도 있고 다리를 접질려서 의료비가 더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도둑질 자체가 실패했다고 해서 범죄가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만약 그가 투자한 세력이 조작에 성공하여 그가 큰돈을 벌었다고 해도 그가 무결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 조작에 따른 피해자들이 분명 생길 테고, 설사 직접적인 피해자가 없다 해도(그럴 리가 없겠지만) 불법을 통해 이익을 실현한 그에게 죄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그저 무지하다는 이유가 모든 것의 면죄부가 될 리 없다. 그에게 별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의 그의 행태를 보면 정말 역겹기 그지없다.


앞서 말했듯이 돈 싫어하는 사람 없고 최근엔 돈과 관련된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이 바보 취급당하기도 한다. (그저 할 줄 아는 게 그나마 높은 금리의 상품에 돈을 예치하는 것인 전부인 나는 매우 친한 사람에게 '너는 평생 그냥 그러고 살아'라는 말까지 들었고 매우 모욕적이었다) 내 주변 많은 사람들 또한 만나면 어떻게 돈이 돈을 벌게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별한 친분이 없을수록 공통된 관심사가 없다 보니 이것이 가장 만만한 주제이기는 하다. 그런데 돈과 관련된 주제에 열변을 토하는 사람들일수록 놀랍도록 분배의 문제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내가 돈을 벌 수 있다면 남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생각 그리고 돈을 번다는 것 기저에 깔려있는 생각은 잘 먹고 잘 사는 것보다는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것이 목적인 것처럼 보였다.


내가 사람들과 멀리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이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회사에 다닐 때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소모되었다. 특히 성과급이 나오는 1월 말까지 연말시즌이면 회사 내부에선 이에 대한 소문이 무성해지는데, 만약 소문보다 적은 성과급이 나오는 경우 사람들은 자신의 돈을 빼앗긴 것처럼 분노했고 나는 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지쳤다. (성과급 관련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회사의 1차 책임은 다른 문제고) 또 어떻게든 자기 일은 남에게 떠넘기면서 핸드폰으로 주식만 들여다보는 무능한 인간들에 부동산 정보에 목매는 사람들까지... 다시 생각해도 숨이 턱 막힌다.


나에게는 통장에 찍히는 돈이 내 돈이고, 내가 돈을 버는 방법이 정당하길 바란다. 누군가는 바보라고 해도 할 수 없다. 누군가에게 내가 돈을 벎으로 인해서 고통을 가하고 싶진 않다. 설사 내가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리고 그런 사람들(위와 같은 작전세력들, 작금의 전세 사기범들, 보이스 피싱범들 등)은 제발 좀 그에 상응하는 큰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그들에 의해 고통받은 사람들이 흘린 눈물만큼만이라도. 제발 법 만드시는 분들, 시대의 흐름을 읽고 일 좀 하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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