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문신이란 걸 해보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여자인가?
그렇다면 주위에서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눈썹 문신을 했는지 알 것이다.
여성뿐이랴...
이젠 남자도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눈썹 문신하는 세상이다.
내가 대학생인 2003년, 많은 여대생들이 반영구 눈썹 문신을 했다.
어떤 친구는 아이라인 문신도 했는데, 한번 하면 그게 그렇게 편하고 좋다고 했다.
화장하는데 시간과 손이 덜 든다고 강추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한참 꾸미고 다녀서 반영구 문신을 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그 당시 엄마가 반대하셨다.
간호사셨던 우리 엄마는 사람 얼굴에, 특히 눈에는 인위적으로 무언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전성이나 여러모로 따졌을 때 눈은 가장 예민한 부분이기에 건들지 말라고 강하게 권유하셨다.
1970년도에 당시에는 흔치 않던 쌍꺼풀 수술하신 우리 엄마의 말을 나는 잘 들었다.
그렇게 엄마 말대로 얼굴에 아무것도 안 하고 살다가 결혼도 하고 애들도 낳았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들어서일까?
얼마 전부터 눈썹 문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생각을 넘어서 이제는 실행에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자연주의를 고집하던 내가 왜 이런 생각이 했을까?
변한 내 모습에 그 원인을 찾아 골똘히 생각해보았다.
7살인 아들이 얼마 전부터 유치원에 가기 시작했다.
가끔 아이들을 데리러 유치원에 직접 가거나, 아이들 하원 차량을 마중하러 간다.
그런데 아이들끼리 누구누구 엄마가 예쁘다~란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평소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아이들을 데리고 다녔는데
이제는 7살 꼬꼬마들도 누구 엄마가 예쁜지 판단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내가 20대 꽃다운 나이일 때 누군가를 위해서 화장을 했었고.
30대 외국계 회사에서 일할 때 또 누군가를 위해 화장을 했었다.
한참 청춘이던 나는 엄마의 말대로 얼굴에 간단한 시술조차 안 하고 가벼운 화장만 하고 다녔는데...
40대인 나는 7살 유치원 아들의 말에 문신을 결심하는 아이러니라니.
아...
여자는 평생 누군가에게 예뻐 보여야 하는 것일까....
그렇게 아들에게 우리 엄마도 아직은 괜찮아! 란 말을 듣기 위해
나는 문신을 하기로 크나큰 결심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몇 주가 흘러 오늘 드디어 눈썹 문신이란 걸 해보았다.
세트로 하면 싸다길래 하는 김에 반영구 아이라인 문신까지 예약했다.
뭐... 눈썹 문신이야 마취제를 바르고 했던 터라 살짝 따끔할 정도였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라인 문신!
눈의 가장 민감한 피부인 눈 안쪽 깊숙한 곳, 점막.
거기에 문신을 하려고 하니 정말이지 불편했다.
이건 아프고 간지럽다는 말로 부족할 터.
문신하는 침이 무서웠던지 눈물이 줄줄 나왔다.
굳이 그때의 내 상황을 표현하자면...
나무를 갉아먹는 작은 흰개미들이, 아니면 사나운 병정개미들
천마리가 내 눈 안으로 침투하는 느낌이다.
내 여리고 여린 눈꺼풀을 계속 개미들이 돌진하며 공격하는 느낌적인 느낌.
아! 내가 왜 이걸 한다고 했을까.
후회했다.
하지만 이미 내 아이라인에는 문신이 새겨지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 엄마는 하지 말라고 하셨구나!'
이제는 돌아가신 엄마지만
괜스레 엄마 말씀을 끝까지 못 지킨 것 같아 죄스러운 마음이었다.
회개가 절로 나왔다.
문신 시술이 끝나고 얼음찜질을 한참 한 후에 나는 돈을 지불하고 샵을 얼른 빠져나왔다.
그 돈은 이제는 유치원 아들 친구들 앞에서
당당하고 싶은 아줌마가 되기 위한 대가였다.
여자는 언제까지 예뻐야 하나....
참 쉬운 게 하나 없는 세상이다.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