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항상 아빠와 자녀들만 챙기던 그 이름...
딸이 대학에 떨어졌을 때는 딸보다 더 아파서 우울증에 걸리고...
딸의 임신이 늦어질 때는 지나가던 임산부만 봐도 눈물짓던 엄마...
딸이 트럭을 타고 아프리카 대륙을 이동하며 그룹 여행할 때는
지금쯤 이 나라로 이동하겠구나 라며
가보지도 않은 나라에 대해 공부하고 관련 영상을 찾아보며 딸을 그리워했던 엄마...
딸이 승무원 최종 면접 보던 날 서울까지 운전도 잘 못하는데 데리러 와줬던 엄마...
딸 회사 면접 본다고 서울 지리도 모르는데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지역을
용감하게 차로 데려다준 소심한 엄마...
고등학생 때 점심 저녁 도시락 2개를 매일 싸 달라는 나의 요구에 요리에 취미도 없는데
도시락 3단 찬합에 조기 나물 과일까지 겹치지 않는 반찬으로 매일 싸줬던 엄마...
고3때 학교에서 집으로 이동하는 시간 아낀다고
다른 친구 엄마처럼 매일 학교 앞으로 데리러 와 달라고 말하는 무식한 딸의 요구에
그다음 날부터 학교 앞에 차를 대고 딸을 기다리던 엄마...
없는 살림이었지만 학교에서 친구들과 걸어오는 딸을 보고 당시 비싸 함부로 사 먹을 수 없었던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친구들에게 모두 사주던 엄마...
생활비를 쪼개 쓰는 상황에도 7살 딸이 친구들과 함께 목욕탕에 가고 싶다고 해
친구들 목욕비까지 계산하고 친구들까지 모두 씻겨줬던 30대의 젊었던 엄마...
딸이 이다음에 커서 스트레스받는 상황이 있을 경우를 대비 해 수영을 하며 이겨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빠듯한 살림에도 수영 배우라고 학원에 보내주었던 40살의 엄마
딸기 좋아하는 딸에게 많이 사주고 싶지만 딸기는 항상 비싸서
동네 과일 트럭이 오면 약간 물러 박스로 싸게 파는 떨이를 사다가
하나하나 상한 부분을 잘라내고 설탕을 넉넉하게 뿌려
딸이 집에 오면 신나게 딸기를 퍼 먹던 모습을 뿌듯하게 지켜보던 엄마
과일 좋아하는 딸의 손을 잡고 아파트 단지 내 장터에서
양손 무겁게 과일 봉지를 들고 오며 함박웃음을 짓던 엄마
딸의 초청으로 중동 항공사에 근무하는 딸을 보러 처음방문한 중동 공항에 내려
히잡을 두르고 다니던 아랍인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엄마
딸이 임신한 쌍둥이를 자연 분만하고자 분만실로 같이 들어갔던 엄마
아무리 힘을 줘도 아기들이 안 나오고 딸은 소리를 지르며 힘들어하자
딸의 다리를 붙잡고 꺼이꺼이 울던 엄마
딸과 함께 갔던 베트남 여행에서 나룻배를 타며 즐거워하던 엄마
딸이 결혼하기를 그렇게 기다렸으면서
딸이 결혼한다고 하자 혼란스러워하던 엄마
혼자서 청계천 등불 축제에 가서 이런저런 사진을 찍어
타국 멀리 떨어져 있던 딸에게 사진 보내던 엄마
대학생 딸이 하루 종일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서 빈손이면
외출 후 들어오신 아빠 양 손에 무언가 들려 있길 바라는 아이처럼
아무것도 안 사 왔냐고 집에 있는 사람도 좀 생각하라며 토라지던 엄마
내가 방에서 무언가 하면 방문을 빼꼼히 열어보며
딸이 무얼 하나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딸을 보던 엄마
교회 야유회 때 공동 줄넘기를 힘차게 하는 딸을
멀리서 미소를 지으며 빼꼼히 보던 엄마
원하는 대학에 떨어져 깊은 슬픔에 빠져있는 딸에게
강른행 눈꽃열차를 타러 가자며 기차 여행을 권하던 엄마
그 열차 안에서 편지 읽어주던 이벤트에서 딸을 위로하는 편지를 썼던 엄마
정작 그때는 내 슬픔만 생각하느라
엄마의 편지가 전혀 감동 안 되었는데
지금은 그 편지를 너무 다시 읽어보고 싶은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