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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엄마를 사랑하지 그랬어 2편


친구 자전거를 빌려 혼자서 두 발 자전거 타는 법을 터득한 딸에게

바로 다음날 두 발 자전거를 사주었던 엄마


딸이 좋아하는 간식을 만들기 위해서

음식 하는 걸 싫어하지만

도너츠 가루로 도너츠를 튀겨주던 엄마


딸이 일하며 사는 중동에 왔으니

중동 대표음식인 후머스를 권하는 딸에게

얼굴을 찌푸리던 소녀 같던 엄마


평생 낮은 코가 콤플렉스던 딸의 손을 잡고

함께 성형외과에 상담받으러 가던 엄마


마음이 힘든 날이면 딸에게 심부름을 시키며

옛날 과자 오란당을 사 오라던

달달한 간식 좋아하던 엄마


뻥튀기를 사 오라고 보냈는데 어린 딸은

그 뻥튀기란 이름이 생각이 안 나

슈퍼 아줌마한테 그 왜 하얀 엉덩이 사이로 똥이 조금 보이는 과자 어딨냐고 물었다는 딸의 말에

빵 터졌지만 이내 씁쓸한 표정을 짓던 엄마


두부 사 오라고 심부름시켰는데 7살  딸이 하도 안 오자

얘가 잊어버렸나 보다 체념하며 두부 없이 그냥 찌개를 끓였는데

1시간이 넘게 들어온 딸의 손에 두부가 들려 있자

반색하며 좋아하던 엄마


남들 다 가지고 있는 스마트 폰인데 비싸다고 사지 못하는 엄마에게

그럼 딸이 사 드린다고 하니

안된다고 너무 비싸다고 엄마는 2G 폰으로 만족한다던 엄마


새 스마트 폰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엄마에게

그럼 중고 스마트 폰이라도 사자며 방문한 핸드폰 중고 매장에서

20만 원의 중고 갤럭시폰을 사고 한없이 기뻐하던 엄마


그 핸드폰 케이스를 사러 핸드폰 케이스 매장에 갔는데

옛날 폰이라 맞는 케이스 종류가 두 개만 있다던 주인 말에

그래도 좋다며 노란 케이스를 사던 엄마


그다음 날 그 핸드폰 케이스 매장에서

나머지 하나  민트색도 구입하며 번갈아 껴보고 싶다던 엄마


이제 그 노란 케이스의 중고 폰이

엄마의 첫 스마트폰이자 마지막 폰이 되어

엄마가 남긴 유품이 되었다.

이제는 엄마 추억 상자에 가지런히 놓여 

엄마가 보고싶을 때마다 꺼내본다.


피아노 입시를 준비하느라 하루 8시간 이상 피아노 치는

딸의 어깨근육을 풀어주려

목욕탕 뜨거운 탕 안에서 딸 어깨를 주물러 주던 엄마


뜨거운 목욕탕을 좋아하던 엄마와

뜨거운 물에 들어가지 못해 목욕탕 안을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한참 후 다시 엄마가 있는 뜨거운 탕으로 오면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던 엄마


목욕하고 딸과 함께 팥빙수를 같이 먹는 게 제일 좋다던

소녀 같던 엄마


햄버거보다 샌드위치가 좋다던 엄마


역마살로 외국을 자주 들락날락하던 딸을

항상 공항에 같이 데려다주고

딸이 입국할 때는 언제나 공항 같은 자리에서 딸을 환영해주던 엄마


시험을 망쳤다는 딸에게 매운 뽈찜을 사주던 엄마


어린 딸 옷을 알뜰하게 사러

버스 타고 한시간 가서 남대문 시장을 몇 바퀴를 돌던 30대 젊은 엄마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거 먹자며

9살 딸을 데리고 서울 삼성본관(지금의 신한은행 본점)에 가서

피자 한 조각을 시켜 둘이 나누어 먹었던 30대 엄마


내가 남동생과 죽도록 싸우자 처음에는 매를 때렸지만

나중에는 엄마 팔에 빨간 손수건을 두르셨던 엄마


그 빨간 손수건의 의미는

엄마가 많이 화가 났지만

매를 때리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해주던 엄마


아침밥 먹을 때 동생이랑 싸우고 있던 내게

설거지 중이던 엄마는 홧김에 숟가락을 던졌는데

딸 얼굴 인중에 숟가락이 스쳐

살이 찢어지고 피가 나자 당황하던 엄마


딸이 학교 반장 선거에 나가는 날인데

인중이 찢어진 딸을 데리고

서울로 버스를 타고 가 성형외과를 급하게 찾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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