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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에 대한 기억 1

내가 7살 때였다. 

다음 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그 나이에 친구들 대부분은 시계 볼 줄 알았다. 

나는 대다수에 속하지 않았다.

엄마는 나에게 시계 보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 

시계 보는 법을 가르치는데 엄마 표현에 의하면 

머리가 빠릿빠릿하지 않아서 아무리 엄마가 설명해줘도 

시계 보는 법을 깨우치지 못했다. 

시침은 알겠는데 긴 침으로 분을 읽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갔다. 

한 시간 정도 인내심으로 가르치던 엄마는 결국 

소리를 빽 지르며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 

마침 다니던 피아노 학원에 갈 시간이었다. 

엄마는 피아노 학원이나 빨리 가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엄마에게 호되게 혼난 나는 엉엉 울면서 집을 나섰다. 

피아노 학원 가방 챙기는 것도 까먹은 채로 그렇게 학원까지 걸어갔다. 

당시 내가 다니던 피아노 학원은 집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었다. 

지금이야 동네에 한 두 개씩 있는 피아노 학원이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동네는 한 개도 없었다. 

차량 운행은 당연히 없었다. 

옆 동네 피아노 학원까지 걸어가야만 했다. 

서럽기도 하고 대체 그놈의 시계는 꼭 읽어야 하는지 

억울한 감정에 눈물은 그치질 않았다. 

그렇게 하염없이 엉엉 울며 피아노 학원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나를 부른다. 

“왜 우니? 아저씨가 아이스크림 사 줄까?” 

낯선 아저씨다. 

모르는 아저씨가 말을 걸며 아이스크림을 사 준다고 한다. 

다른 아이한테 묻는 것 같아 나는 어수룩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저씨는 나한테 물었다며 다시 묻는다.

그때 동시에 두 가지 생각이 스쳤다. 

첫째는 엄마가 모르는 사람이 뭐 사준다고 해도 

절대 따라가지 말 것! 

둘째는 난 지금 너무 서럽고 아이스크림이라면 먹고 싶어! 

당시 우리 집은 어려운 살림에 아이스크림이란 어쩌다 가끔 한번 사 먹을 수 있는 존재였다. 

슬피 울고 있는 7살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이란 존재는 마법 같은 단어였다. 

엄마는 혹시라도 모르는 아저씨가 가자고 해도 따라가면 안 된다고 

평소에도 누누이 말하곤 하셨다. 

하지만 나는 왜인지 그냥 그렇게 아저씨를 따라가고 있었다. 


아저씨는 동네 슈퍼에서 100원인가 200원 하는 아이스크림을 사 주었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어갈 때쯤 내 눈물은 모두 그쳤고

난 좀 진정이 되었다. 

아저씨는 왜 우냐고 물어보았다. 

난 시계 보는 법을 몰라서 엄마한테 혼났다고 말했던 것 같다. 

순진한 7살짜리 다운 대답이었다.


저녁이 다 되었을까? 

아저씨는 어느 집에 들어가서 밥 좀 달라고 하겠단다. 

딸이 배고파서 밥 좀 달라고 말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한테 아빠라고 부르라고 한다. 

겨우 7살인 나는 기가 막혔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이스크림을 얻어먹어서였을까?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아저씨는 어느 집으로 가서 노크했다. 

아저씨는 나를 가리키며 딸이 배가 고픈데 밥 좀 달라고 구걸하였다. 

문을 연 아주머니는 아저씨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곤 나를 한번 보고는 마지못한 표정으로 그러라고 한다. 

내가 불쌍해 보였나 보다. 


그 집에서 밥을 먹는 동안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아니 안 했다. 

아저씨 보고 '아빠'라고 부르라고 했지만 

그건 7살 여자아이 자존심에 할 짓이 못 되었다. 

차려주신 밥에 반찬 하나를 못 먹고 

물에 말아서 몇 숟가락 먹는 시늉을 했다. 

도저히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았다. 

그 집을 나올 때 고맙다고 인사하던 아저씨는 나를 데리고 어디론가 갔다. 

야산같이 음침한 곳이었다. 

그곳은 내가 모르는 동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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