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는 물었다.
아버지는 뭐하냐고?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다.
아마 우리 아빠가 돈 좀 있는 사람이라면 돈을 뜯어낼 심보였나 보다.
원하는 대답이 안 나오자 아저씨는 실망한 눈치다.
내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그러다 내가 교회에 다닌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놀라며 교회 다닌다는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진짜 교회 다닌다면 그 증거를 대라고 했다.
나는 그때 교회학교에서 부르던 노래를 불렀다.
“돈으로도 못 가요 하나님 나라
힘으로도 못 가요 하나님 나라
거듭나면 가는 나라 하나님 나라
믿음으로 가는 나라 하나님 나라”
왜 그런지 나는 율동까지 하면서 불렀다.
아저씨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아저씨는 뭔가 결심한 듯 보였다.
나를 데리고 근처 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그리고 아무 버스나 처음 오는 버스에 무작정 나를 태워 보냈다.
엄마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당부까지 한다.
7살 순진한 여자아이는 이 버스가 집으로 가는 버스 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타버렸다.
어느 버스던 아저씨보다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였을까.
버스 안에서 지나가는 길을 자세히 살펴본다.
조금이라도 아는 동네가 보이면 내릴 작정이다.
그때 엄마랑 자주 가던 동네 시장을 지나간다.
아는 동네라 무작정 내린다.
그 시장에서 30분 정도만 걸어가면 우리 집이 나온다.
그렇게 시장에 내리니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린다.
빨리 달려가고 싶었다.
엄마가 보고 싶었다.
그렇게 시장을 막 벗어나는데 저 멀리서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엄마였다.
엄마는 반쯤 실성한 여자처럼
보라색 쓰레빠를 신었고
머리는 산발이다.
엄마는 내 이름을 부르며 달려온다.
엄마를 보니 울음이 터졌다.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오후에 시계 못 읽는다고 된통 혼내서였을까?
엄마는 미안한 마음에 터질 듯이 나를 안는다.
어디 갔다 이제 오느냐고 막 뭐라 한다.
나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이스크림 먹고 모르는 아저씨 따라갔단 말이 안 나온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엄마와 나는 서로를 다시 찾았다.
까딱하면 새우잡이 배로 팔려갔을 수도 있고
나쁜 일을 당할 수도 있었을 텐데...
어쨌든 나는 엄마를 다시 만났다.
그렇게 우린 손을 잡고 다시 집으로 걸어왔다.
다음 날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을 다 말했다.
엄마는 경찰서에 신고했다.
다음날 경찰 아저씨와 엄마와 나는 낯선 아저씨를 처음 본 곳으로 갔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 밥 얻어먹으러 갔던 집도 찾아갔다.
어제 왔던 여자아이가 경찰을 대동하고 다시 오니
그 집 아주머니는 놀라는 눈치였다.
자초지종을 들은 아주머니는 아저씨의 인상착의와 입었던 옷을 설명한다.
아마 사람들의 진술로 경찰은 유괴범을 잡으려 했나 보다.
후에 그 아저씨가 잡혔는지는 모르겠다.
까불고 명랑하던 나는 그 후로부터 조용해졌다.
세상이 무서웠다.
낯선 사람이 무서웠다.
아니 남자가 무서웠다.
남자란 기회만 있으면 나를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되었다.
내 인생에서
7살 아이의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