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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한 달 살기'

속초한달살기 D-1

요즘 전세대란이다. 전세 품귀현상이다.

우리 부부는 정말 몇 개 없는 전세 중에 힘겹게  다음에 들어갈 집과 계약을 했다.

하지만 전에 살던 집에서 나와야 하는 날짜와 그다음에 들어갈 집과의 날짜가 안 맞았다.

무려 한 달이!! 처음에는 이사 날짜가 딱 맞는 날짜로 전세를 구하려 했으나

몇 없는 전세 중에 우리가 원하는 날짜의 집은 하나도 없었다.


그럼 한 달 동안 집이 없는데 어떻게 하지?

그러다 한 달 살기가 생각났다.

날씨가 추운 한 겨울에 거기다 코로나가 심한 이 시국에 어디에서 살 것인가?  

그러다가 강원도가 한 달 살기로 요즘 뜬다는 소식을 알아냈다.  

검색 중에 강원도 속초에 있는 한 숙소가 딱 마음에 들었다.

그래 바로 여기야!!

깨끗해 보이고 무엇보다 바로 앞에 산책 가능한 호수가 있다니 이곳으로 결정!!

그렇게 우리 가족은 숙초로 한 달 살기 하러 오게 되었다.


그전에 살던 아파트는 아랫집 사람이 우리를 너무 힘들게 해 쥐 죽은 듯이 지냈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까치발로 발꿈치를 들고 다니고

물건 하나라도 실수로 떨어 뜨릴까 봐 늘 긴장상태였다.

그렇게 2년을 살았는데...

지금 이 한 달 살기 숙소는 무려 1층이다!!

아이들은 여기서는 뛰어도 되는 거냐며 신나 했다.

나도 아이들에게 주의 주지 않고 소리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한 달 살기 준비물을 나름 바리바리 싸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뿔싸! 쌀을 안 가져왔다.

흰쌀에 현미 잡곡 콩까지 알차게 한 달치 분량을 준비해놨었는데

제일 중요한 쌀을 안 가져오다니...

기름이랑 양념통을 모아둔 박스도 안 가져왔단 사실을 늦게 깨달았다.

에그그.... 이건 정말 나 다운 일이다.

뭘 하나씩 빼놓고 다녀서...


할 수 없이 속초에서의 첫 식사는 라면으로 결정!!

시어머니가 싸주신 김치와 라면으로 첫날은 쉽게 가는야!

우리 부부는 진라면 매운맛, 아이들은 사골 라면으로 간단한 저녁을 먹는다.

속초에 와서 먹는 라면은 꿀맛이었다.

아이들도 재빨리 자기에게 주어진 양을 다 먹는다.

한달 살기 첫날이라 그런지 남편이 설거지도 한다.

남편의 뒷모습이 듬직해보인다.


우리 가족이 코로나 상황에서 한 달 살기를 잘 하수 있을까?

날씨도 겨울이고, 바이러스는 더 심각해진 상황이라 무엇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속초 한 달 살기 하면서 우리는 가족 간의 시간

그리고 나만의 시간을 잘 가져보기로 한다.

관광지를 찾아다니기보다

한 달 살기 숙소에서 알찬 시간을 갖기로 했다.

가족과의 시간은 도서관과 산책으로 해볼 생각이다.

숙소 근처에 있는 도서관을 가고

집 앞에 있는 영랑호를 돌아봐야겠다.


그리고 육아는 남편과 서로의 시간을 잘 배분해서 해보기로 약속했다.

남편은 그동안 일로 인해 바쁘고 우리 가족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그런 남편과 감사하게도 한 달의 시간을 낼 수 있게 되었다.

남편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피곤한 몸과 마음도 충전한다고 내심 좋아했다.

또 아이들과의 시간을 더 많이 갖는다며 설레어했다.



한 달 동안 밥도 거의 집밥을 먹을 예정이다.

우리의 주 무기는 김, 계란, 참치, 김치, 고등어다.

한 달 동안 물리지 않게 가족들을 위해 밥을 해야 한다.

그런데 쌀을 안 가져왔으니...

내일은 속초에 있는 마트도 가봐야겠네...


우리 가족만의 조용하고 고요한 한 달 살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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