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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살기'에도 엄마는 밥을 해야 하나?

속초 한 달 살기 D-2

속초에서의 두 번째 날인 밝았다.

아이들은 평소처럼  아침 7시에 스스로 일어나 나에게 왔다.

잠에서 덜 깨 비록 찡그린 얼굴이지만

일어나자마자 엄마를 찾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다.


쌀을 아직 못 산 우리는 아침으로 빵을 먹기로 한다.

어떻게 하면 식빵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남편이 프렌치토스트를 해 먹자고 한다.

그래! 빵과 우유, 계란만 있으면 간단하고 맛있는 프렌치토스트 완성!

우유를 곁들여 먹으면 아주 좋다.


첫 아침을 식사를 하고 아이들은 레고를 가지고 논다.

요즘 들어 아이들은 더 레고에 빠졌다.

원래도 좋아했지만 요즘은 더 레고 만들기에 집중한다.

아이들도 이 시국에 밖에 나간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아는 모양이다.

엄마가 같이 놀아주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이것저것 만들어 보면서 놀이를 하는 모습에 고맙기만 하다.


어제 풀지 못한 짐을 마저 다 정리했다.

청소기도 돌렸다.

새로운 공간이 주는 힘은 정말 대단하다.

적당한 긴장감은 나를 설레게 했다.

낯선 숙소에서 비록 이틀째날이지만 점점 적응이 되어간다.

비록 한 달 살기 할 집이지만

우리 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속초에서 가까운 이마트로 향했다.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마트가 있다.

전에 살던 동네에서는 마트란 장소는 가기 귀찮은 존재였다.

급하지만 않다면 쿠팡에서 주문하는 게 더 쉬워진 요즘이다.

주차하고 원하는 물건을 찾고 계산하는 게 보통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낯선 도시에서의 마트는 또 달랐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호기심 어린 눈길로 속초 이마트를 찾았다.

가자마자 식품매장을 찾아 과일과 채소를 살펴보았다.

한겨울인데도 체리가 있었다.

체리를 사달라고 칭얼대는 아이들에게

안된다고 말할까?

아님 속초에 왔으니 한번 사줄게~ 할까

잠시 고민을 했다.


과일코너에는 용과, 딸기, 키위 등 맛보고 싶은 과일이 많았다.

그중 어떤 딸기는 꼭 망고처럼 개별 포장되어 파는 것도 있었다.

딸기 한알 한 알이 정성스럽게 포장되어 있었다.

가격도 후들후들할 정도였다.

비싼 만큼 더 맛있을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체리도 딸기도 우린 선택하지 않았다.

우리 부부가 눈이 돌아간 코너는 바로 반조리 제품인 피코크 반조리 코너!

그 다양한 가짓수에 놀랐고

유통기간이 얼마 안 남은 아이들은 50% 세일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얼마 전부터 먹고 싶던 부대찌개와 까르보나라 파스타를 골랐다.

외식하기가 두려워진 요즘 한 달 살기 하는

우리 가족에게 딱 맞는 형태였다.

다른 사람들도 정말 많이 사가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강원도 초당 두부도 샀다.

강원도 하면 두부가 유명한데 초당 두부 한모가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그리고 쌀 10KG을 샀다.

잡곡에 콩, 현미까지 집에서 바리바리 잘 챙겼는데

마지막에 속초로 올 때 차에 싣는걸 깜박했다.

한 달 살기 할 동안은 그냥 흰밥만 먹기로 결정!


그리고 각자 먹고 싶은 거 하나씩 고르기로 했다.

첫째는 스트링 치즈를 먹겠다고 한다.

둘째는 바이오 요구르트 드링크를 사고

나는 플레인 요구르트 드링크를 골랐다.

그리고 남편은 커피우유를 샀다.


전반적으로 속초 이마트 물가는 내가 살던 곳보다 약간 가격이 더 높은 것 같았다.

하지만 지방이라 해도 부족함 없이 모든 제품을 쉽게 공급받을 수 있는 마트가

가까이에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그리고 내가 평소에 그렇게나 궁금해하던 도서관!

속초시립도서관은 코로나로 인해 휴관을 해 안타깝게도 들어가지 못한다.

하지만 딱 한 곳 연 도서관이 있었으니...

바로 속초 교육도서관이다.

작은 규모인 이 도서관은 감사하게도 연다고 했다.

또 얼마 전 리모델링을 마쳤다고 해서 단정한 첫인상이 들었다.

우리 가족은 그 도서관에 가서 각자 필요한 책을 찾아보았다.

새롭게 그 도서관 카드를 발급도 받았다.

아담한 규격의 도서관이었지만

이 시기에 우리에게 대출 서비스를 해준다는 도서관이 있기에 참 감사했다.


그렇게 책을 빌리고 우린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점심시간을 훌쩍 지나 너무 배가 고픈 가족을 위해

나는 피코크 까르보나라를 빨리 만들기 시작했다.

평소 우리 가족은 파스타를 좋아하여 집에서 자주 만들어 먹었었는데

이런 반조리 제품은 어떨까 궁금했다.

자세히 보니 강남의 어느 유명한 파스타 매장의 셰프와

합동으로 면과 소스를 만들었다고 한다.

쉽게 후다닥 만들어 먹으니 정말 간편하고 맛있었다.

정말 맛집에서 먹는 그런 느낌이었다.

배고픈 우리들은 그렇게 파스타 한 접시를 다 먹었다.




속초에서 한 달 살기 할 동안

나는 계속 밥을 해야 할 것 같은 슬픈 느낌이 든다.

하지만 가족끼리 한 달간 푹 쉴 수 있다는 것!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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