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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미셸손 토이 피아노와 함께 한 프랑스 시골마을 여행

미셸가 딸들의 특별한 추억을 듣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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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프롤로그 링크



7편링크




린다의 방을 나와 브리짓이 다과를 준비하는 동안 거실을 둘러보았다.


거실에 놓여 있는 가구나 장식품, 라디오 등은 모두 세월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지나간 흔적이 보였다.


그리고 테이블 옆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악기에 다가갔다.




장난감 피아노를 가장 잘 관리하는
방법은 매일 연주를 하는 것



린다의 거실에 자리잡고 있는 4옥타브 미셸손 토이피아노는 조율이나 관리 상태가 매우 훌륭했다.


그리고 4옥타브 미셸손은 건반 뚜껑을 여닫는 곳이 다른 악기들과 다르게 마치 일반 피아노처럼 열쇠구멍이 있어서 잠글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악기를 만져보며 린다에게 물었다.


“상태가 매우 훌륭해요! 당신은 이 악기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요?”


그녀의 내 예상과 빗나간, 그러나 어디선가 들었던 대답을 내놓았다.


“나는 악기들을 거의 관리하지 않아. 그저 먼지가 쌓이지 않게 깨끗이 닦아줄 뿐이지. 제일 관리를 잘하는 방법은 연주를 하는 거야. 자동차를 안 타고 놔두면 고장나는 것 처럼 악기는 매일 연주를 하는 것이 가장 좋아.”


그리고 장난스럽게 농담을 던졌다.


“그러니 혜리(필자)가 매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와서 연주를 하고 가면 돼.”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그대신 지금 한 곡 정도는 연주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프랑스 음악가 얀 티어슨(Yann Tiersen)의 음악으로 쁘띠 연주를 했다.


내가 외우고 있던 몇 안되는 연주곡 중 하나였다.


4옥타브 미셸손 토이피아노로 연주한 영화 ‘아멜리에’ 사운드 트렉



짦은 연주를 마친 뒤 맛있는 과자 냄새에 이끌려 테이블로 갔다.


브리짓이 준비한 손수 구운 과자와 빵, 차가 있었는데 과자 접시와 테이블보가 크리스마스에 걸맞는 장식으로 되어 있었다.


함께 다과를 즐기며 나는 린다의 방에서 물어보지 못했던 조금 사적인 질문들을 던졌다.


“린다, 브리짓. 저는 당신들이 갖고 있는 이 쁘띠 피아노와 관련된 가장 특별한 기억이 궁금해요.”


통역가를 통한 내 질문에 그들은 다시 추억속으로 여행을 시작한 것 같았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이 미셸손 피아노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그들은 전혀 겉모습으로 보이는 나이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말투나 행동이 변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윽고 브리짓이 먼저 입을 열었다. 기억을 더듬어 가며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나네... 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 약 두달전 쯤이었어. 우리 공장에는 난로가 없어서 미셸손 피아노를 만들고 남은 나뭇조각으로 불을 때웠지. 그리고 그 불 앞에서 귤껍질을 뜯어서 땔깜으로 넣었는데, 그때 귤향기가 공장에 퍼져 남았던 것이 인상 깊었어.

또 나는 매일 오후 3시 티 타임때 불을 뗀 곳에서 주전자로 물을 덥혀서 직원들에게 차를 줬지. 그래 이것도 인상 깊은 일이야.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시기에는 매우 바빴어. 아이들의 선물로 판매될 미셸손의 제작때문에 그 시즌에는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을 했고 저녁을 먹은 뒤 7시 반부터 다시 일을 시작해서 새벽 1시에 끝냈어. 겨울이라 날이 추웠고 불도 밝지 않아서 어두운 공장안에 일하는 책상 하나만 불빛이 있었지.

그리고 피아노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테스트를 해야하는데 빠르게 건반을 검수해야 하니까 (손가락으로 건반을 글리산도 하듯 훑는 시늉을 했다.)또로록 하고 빠르게 건반을 훑었어. 공정을 거의 다 마친 미셸손 피아노는 더럽기 때문에 닦는 것도 10~20초 만에 빠르게 닦아서 보내야 했어.”


“그냥 모든 일을 빠르게 해야 했고 모든 과정도 다 나눠서 섬세하게 작업을 했지.”


린다가 브리짓의 말을 받아서 말했다. 브리짓이 고개를 끄덕였고 린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난 3가지 에피소드가 있어.”


차분하게 과거를 회상한 브리짓과 다르게 린다의 표정에는 장난끼 많은 소녀의 얼굴이 보였다. 언니와 다르게 린다는 어릴적부터 일하진 않았다고 하며 자신의 에피소드를 이어갔다.


“브리짓은 나보다 언니여서 공장일을 계속 도왔지만 나는 방학때만 일을 도왔어. 공장은 항상 바빴기 때문에 가족끼리 따로 여행을 갈 시간이 거의 없이 모두 일에 매진했지. 내가 한 일은 나무에 구멍을 뚫는 것이었는데 한참 어릴때여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웃고 장난치느라 구멍을 제멋대로 뚫곤 했어. 그렇게 엉망이 된 나무조각들을 모아서 불에 태웠던 기억이 있었네.

그리고 우리가 살던 곳은 공장 사무실 위였는데 매주 목요일은 학교를 안 가는 날이라 아침에 일어날때 피아노를 만드는 소리 - 검수하거나 망치질 하는 소리 등)를 들으며 일어나는 것이 좋았어.

아 파리에 있는 공장에서 나는 아버지랑 가끔씩 큰 백화점... 그러니까 라파예뜨 같은 곳을 둘러보러 갔었지. 택시에서 내려서 백화점에 가면 아버지(빅터 미셸)가 잘생겨서 다른 여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고, 종종 말을 걸곤 했는데 딸로서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었다고.”


인형같이 작은 소녀가 자신의 아빠를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져 미소를 지었다.





다음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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