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은 연세 지긋한 모습으로도 오고, 어린 모습으로도 온다. 예쁜 동생으로도 오고, 심술궂은 얼굴로 오기도 한다.
때로는 구부정한 농부의 모습으로, 불보다 뜨거운 가슴을 가진 소방관으로, 작은 주머니가 달린 가운을 입은 의사로, 학생의 불안한 미래와 흔들리는 오늘을 지켜주는 선생님으로, 시민은 막는 대상이 아닌 지켜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찰관으로 오기도 한다.
스승은 아침엔 시와 노래로, 저녁엔 노래와 시로 이야기하며 왔다가 밤에는 별처럼 침묵하는 모습으로 오기도 한다.
마음만 달리하면 이슬 머금은 들꽃이 스승이고, 나무가 집이 되고 무대가 되는 산새가 스승이니 산 또한 아닐 수 없다. 키 작은 고양이와 개가 큰 나를 멈추게 하니 스승이고, 빗물이 낳은 강과 바다가 스승이고, 이들이 죽어 하늘의 구름이 되니 스승이다.
책은 두말할 필요 없고, 침묵은 말이 필요 없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림자 달린 모든 것이 스승이 되니 목에 힘줄 날이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