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막 30대 초입에 진입한 동갑내기 부부.
20살이 막 되어 성인이라는 기쁨에 취해 있을 때부터 만나기 시작해 1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해오면서 우리가 절대적으로 쉬지 않고 해왔던 한 가지가 있다.
“대화”
우리 부모님은 한마디 이상하면 싸우기 때문에 대화를 안 하신다 했다. 어차피 말이 안 통한다고..ㅋㅋㅋㅋㅋ
우리도 정말 많이 싸웠다. 진짜 많이 싸웠다. 싸우고 화해하고 돌아서면 또 싸웠다.
많으면 하루에 10번씩도 싸우고 화해하고를 반복했다. 그것도 피 터지게 싸웠다.
오랜 기간 연애를 하다 보니 주변 친구들과 모두 친했는데, 우리를 보고 이렇게 싸우는데 왜 계속 만나는지 의아해할 정도였다. 나도 너무 진절머리 나게 이 인간이 싫었다.
기억도 나지 않을 법한 사소한 것들로 매일같이 싸웠는데, 어이없이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너는 숨을 왜 그렇게 쉬냐고…
이 수많은 싸움으로 인해 배운 점이 있다.
“인간은 고쳐서 쓰는 게 아니다. 절대 변하지 않는다.”
결국 10년이 지나고 난 뒤에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 하는 걸 인정해 버렸다.
우리는 싸우면서 정말 많은 대화를 했다.
요즘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내는지, 요즘 우리는 행복한지, 뭘 하며 살고 싶은지,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지, 회사 생활은 어떤지 등등에 대해서 끊임없이 대화를 했다.
저녁에 싸우고 새벽 3시까지 화해하고 싸우고를 반복한 적도 수 없이 많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어려서부터 여행을 참 좋아했는데 (대학 방학 때 매년 여름마다 내일로를 꼭 다 써먹어야 직성이 풀렸음)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도 새로운 곳에서 남편과 하루 종일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새로운 곳에 가면 더 재미있는 것들이 우리의 대화를 싹트게 하는 이유이다.
얼마 전 온라인에서 읽은 글이 너무 웃기면서 묘하게 공감이 되었다.
10년 차 각방을 쓰던 부부가 우연히 같이 자게 되었는데
그날 밤 잠을 못 이뤘다고 한다. 이야기하느라..
그리고 그날 밤 너무 행복했다고 한다.
부부는, 연인은, 대화를 많이 해야 하는 것 같다.
미혼인 친구들이 많이 하는 질문이 너는 왜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냐고 물어본다.
“사실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 나의 대답이다.
우리 엄마도 나에게 너의 장점이자 단점은 생각이 짧고 행동이 빠른 거라 했다. 그렇다 그 나의 장단점을 결혼하는데 썼다. 그냥 다른 이유는 없었고. 결혼하 자네? 그래 그냥 해야지. 였다.
티브이에 나오는 연예인들은 자신의 파트너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다들 있었데, 아무리 생각해도 난 그 이유가 그냥.. ㅎㅎㅎㅎ
그렇다 난 26살 막 대학을 졸업한 백수와 결혼을 해쏙, 하던 일을 다 떄려치우고 호주에 이민을 도전하는것을 스스로 뿌듯해했다.
그래서 우리 아빠가 결혼을 엄청나게 반대했다. (우리 남편이 10장짜리 결혼 계획서를 제출할 정도) 그 와중에 나는 이 사람을 키워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사명감도 있었다. 무슨 듣보잡 사명감이었는지 모르겠다.
무튼, 우리는 아직도 할 이야기가 너무 많다. 모든 부부가 그렇든 우리 대화의 80프로는 농담 따먹기다. 그리고 나머지 20프로가 내가 오늘 느낀 것, 배운 것, 있었던 일에 대한 회포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서로에게 습관적으로 묻는 질문이 있다.
“지금 행복해?”
해보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새로운 것들 재미있는 것들도 너무 많다.
각박한 세상에서 남 눈치 안 보고 지금처럼만 행복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