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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칠마루 Sep 01. 2023

1방 1기

영어 선생님께 배운 신조

“1방 1기” 이 말은 1994년 고등학생인 내게 열정적으로 영어를 가르치셨던 최남열선생님께서 무더위에 지친 우리들에게 나중에 대학 가게 되면 방학 때 무턱대고 놀지 말고 의미있게 시간을 보내라는 뜻에서 해주신 본인의 경험담이었다. “1방 1기”란 말의 뜻은 방학을 맞이할 때마다 기술이나 운동, 자격증 등 뭐든 한 가지를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을 것을 의미했다. 당시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얘기는 아래와 같다.      


1994년 역대급의 무더위, 보충수업시간에 힘들어하는 제자들을 보며 영어 선생님의 얘기 中     


얘들아, 너희 이제 1년 반만 참으면 대학생 되는 거야, 그럼 지금처럼 보충수업이나 야간 자율학습 안 해도 돼. 덥고 힘들지? 그래도 수업은 해야 하니까 잠깐만 선생님이 대학생 때 얘길 해볼게.      


내 친구 중에 00라고 있었어. 지금 말하려는 것도 그 친구를 보고 크게 깨우친 바가 있어서 나 역시 그 친구에게 배운 걸 말해주는 거야, 너희들 “1방 1기”라고 들어봤냐? (아이들 : 아니오) 하긴 들어봤을 리가 없지, 그거 나랑 내 친구가 만든 말이야, 방학 때마다 뭐든 한 가지를 배운다는 뜻이다.      


너희들, 대학 가면 누가 이렇게 자상하게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야, 너희들 모두 스스로 무슨 수업을 들을 것인지 결정하고 수강신청을 하는 거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골고루 수업을 듣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업을 이틀 만에 모조리 몰아서 듣는 사람도 있어, 어떤 선택을 하건 너희 마음대로야, 시험 성적이 떨어졌다고 야단맞는 일도 당연히 없지, 수업 듣기 싫으면 나가서 술 마시고 놀아도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 없어, 왜냐고? 너희는 이제 성인이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자유도 있지만 그에 따른 결과 역시 너희 몫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     


신입생이 되고 나서 신나게 놀다 보면 중간고사 치르고 1학기가 금방 지나게 돼. 특히 방학이 되면 아무 생각 없이 놀고 마시고 여자 꽁무니 뒤쫓다 보면 어느새 2학기가 시작되지, 나 역시 그런 대학 생활을 보냈어, 그런데 1학년 때 만난 과 친구는 방학 때마다 뭔가를 하더라, 그래서 그 녀석이 뭐 하나 물어봤어, 당연히 술 한 잔 사주면서 물어봤지, 그 친구는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었어, 너희들 좋아하는 당구 있지, 그니까 내 친구는 방학 때 딱 1가지 목표를 세워, 자격증이면 자격증, 영어 시험 점수면 점수, 달구면 당구 200, 이렇게 하나의 목표를 세운 후 방학 내내 그 목표를 잊지 않고 이루려고 애쓰는 거야, 물론 놀기도 하지, 다만 나와 달랐던 건 계획을 세워서 놀았다는 거야, 흐지부지 방학을 보내지 않고 틈날 때마다 방학 때 세웠던 목표를 되새겼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루더라, 그런 그 친구의 모습이 좋아서 “1방 1기”라는 말을 만들게 됐지, 선생님이 5년 전부터 너희 선배들한테 이 얘기를 했었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너희가 나중에 대학생이 되거든 선생님이 했던 말 잊지 말고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방학 때마다 뭐든 하나씩 하는 거야, 알았냐?     


그렇게 선생님의 경험담은 끝이 났고 바로 영어 수업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그 말씀은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내 머릿속에 새겨져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생활 때 놀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래도 선생님의 말씀처럼 시간이 날 때면 뭔가 한 가지는 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경기도에 사는 여자친구와 장거리 연애하기, 아르바이트해서 등록금 벌기, 각종 취업 대비 교육 수료, 토익 시험 등 여러 가지 목표를 세우고 도전했다. 선생님의 가르침과 더불어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내 00친구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내게 가만히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하나씩 시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소방관이 된 이후로는 업무 관련 자격증 두 개를 취득했다. 위험물 산업기사와 소방설비기사(전기) 자격증이다. 위험물 산업기사는 화재 진압 시 물질의 종류에 때라 불을 끄는 소화약제와 소화방법이 다르다. 그래서 그 부분(소방관 입사 시험에도 나오지만 산업기사시험은 주관식이 있어서 화학식 40개 정도는 외워야 한다)을 알기 위해서, 소방설비기사(전기)는 소방시설 오작동 출동 시 관련 지식이 필요해 공부한 게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이었다.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컴활 1급을 열두번만에 합격한 전적 때문에 떨어지기 싫어서 더 열심히 했다. 비번 날 놀거나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보내지 않고 뭔가 하나씩은 해보려고 지금까지 노력한 결과가 이것이지 않을까 싶다. 내겐 “1방 1기”가 아니라 “1년 1기” 변했지만 말이다.     

    

1. 소방설비기사 실기시험, 2. 위험물산업기사 실기시험


가만히 생각해 보니 “1방 1기”라는 선생님의 경험담이 내 인생의 새로운 신조가 되었나 보다.

인사시스템에 등록된 자격증, 하트세이버 인증서

이미지 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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