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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칠마루 Aug 14. 2023

단백질 보충제 變遷史

마이프로틴 광복절 할인 815WEEK

요즘 같은 더운 날에도 화재는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날씨가 무척 덥지만 정해진 순서(3일 중 이틀은 운동하기)를 지키며 운동하고 있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하기 싫을 때도 있습니다. 귀찮고 피곤해서 건너뛰고 싶을 때도 많습니다.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지 왜 스트레스 받으며 운동하냐구요? 한 마디로 대답하자면 살아남기 위해서입니다. 제 대답이 이해가 되지 않으신다면 오후 2시쯤 공기가 통하지 않는 땀복을 입고 그 위에 오리털 파카와 방한바지를 겹쳐 입은 후 10kg가 넘는 등산배낭 하나 메고 20분 정도만 밖에 서 있어보면(방화복+헬멧+공기호흡기+안전화+랜턴+도끼 등 개인장비 full set를 장착하는 것과 같은 정도) 자연스런 몸의 반응에 저절로 그 이유를 공감하게 될 겁니다.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아내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청중이 안다”는 래너드 번스타인의 말처럼 보통 체격의 보통 사람인 내가 이 직업을 하기 위해선 귀찮다고, 피곤하다고 도망가지 않고 계속해서 땀을 흘려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운동의 주 목적은 근력과 심폐지구력 향상입니다. 그래서 꼭 스쿼트나 턱걸이 같은 상하체 근력 운동과 더불어 자전거 타기, 달리기 등 유산소운동을 하루에 1시간 30분 정도 한 뒤 근육량 증가를 위해 단백질 음료를 마십니다. 우유나 두부, 계란 등을 먹어 단백질을 섭취할 수도 있지만 보통 단백질 보충제를 2수저 정도 물에 타서 마시는 방법을 자주 이용하고 있습니다.

        

첫 단백질 보충제 옵티멈 골드웨이

처음으로 먹었던 단백질 보충제입니다. 2006년 극진가라데 도장에서 열심히 운동할 때 주변 친구들에게 추천받았던 옵티멈 골드웨이, 그 때 4.5kg을 8만원 정도에 샀는데 요새는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그 때만 해도 국내에서 구하기 쉽지 않아 SPEEDNS라는 사이트에서 해외 직구를 통해야 구할 수 있었던 제품입니다. 제품 가격에 더해 항공배송비 1만원까지 추가부담해야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너무 아까워서 살 때면 관원 여럿이 한꺼번에 구입해야 그나마 속이 덜 쓰렸습니다). 당시 외모를 중시하는 추세가 17년이 지난 지금은 몸짱 열풍으로 확대되었고 그만큼 제품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이제는 해외직구가 아닌 오프라인 유통채널인 코스트코에서도 옵티멈 골드웨이를 살 수 있게 되었네요. 이 단백질 보충제의 장점은 운동을 시작하는 초심자에게 쉽게 권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초콜릿 맛을 선택한다면 다른 브랜드의 단백질 보충제와는 달리 역겹거나 비린 맛이 거의 없으며 아이들이 마시는 제티와 비슷한 맛이 나서 운동을 마치고 꿀꺽꿀꺽 물 마시듯 먹을 수 있습니다. 비싼 돈 주고 산 제품인데 맛이나 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먹거나 버리게 된다면 정말 속상한 일일텐데요, 저 역시 좋다는 말에 속아 다른 브랜드 제품을 몇 번 사봤지만 제품 특유의 맛과 향에 질려, 버리거나 남들에게 준 적이 많습니다. 그렇게 옵티멈 골드웨이를 접했지만 그 후 여러 번의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단백질 보충제를 굳이 사서 먹진 않았습니다. 회사를 관두고 수험생이 됐고 입사 후엔 아이 둘을 낳고 키우며 남는 용돈을 모아 1~2년에 한 번 단백질 보충제를 사 먹는 정도(운동할 때만 먹으니 4kg을 사면 6개월은 먹을 수 있었네요)였습니다. 그러다 한 2년 전쯤 아내가 필라테스와 헬스장에서 1:1 PT를 받는 동안 단백질 보충제 얘기를 꺼내길래 이때다 하며 내가 알고 있는 제품이 있는데 이게 싸면서 좋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아내는 단백질 보충제 2.5kg이 10만원이라는 가격이 깜짝 놀랐지만 뭐 저는 오히려 싸다며 아내에게 얼른 허락받아 샀던 기억이 납니다. 

     

2번째 보충제 마이프로틴

아내가 처음 먹어본 옵티멈 골드웨이가 다 떨어져 갈 때쯤, 같이 일하는 후배에게 새로운 브랜드의 단백질 보충제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마이프로틴이라는 영국업체에서 파는 브랜드인데 1년에 보통 3~4번 이상 할인을 한다고 합니다. 그 할인 시기에는 보충제 5kg을 8만원 정도에 살 수 있다는 귀가 솔깃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직 자기가 먹을 보충제가 남아 있다는 후배를 졸라 5kg(정말 겉포장만 보면 개나 고양이 사료와 똑같이 생겼음) 2개를 후배 것과 같이 주문했습니다. 아내와 같이 먹을 것이니 일부러 카페라떼 맛을 선택했습니다. 10년 넘게 한 브랜드의 제품만 먹다가 새 브랜드로 갈아탔는데, 아내에겐 싸고 맛있는 새로운 제품이 있다며 자신있게 소개했는데 혹시나 이번에 비린 맛이 나거나 냄새가 강한 것이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이어졌지만 그래도 꾹 참았습니다. 하필이면 후배가 주문했을 시기의 주문량이 많아져서 배송받는데 평소 배송 기간의 2배인 2주가 걸렸습니다. 이젠 새 제품의 맛을 볼 차례입니다. 일부러 아내가 퇴근하기 전 내가 서둘러 운동하고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새 제품을 개봉했습니다. 일단 야무지게 포장된 박스상태는 합격입니다. 박스를 열어 내용물을 들어내고 지퍼백 윗부분의 홈을 잡아 봉지를 뜯은 후 활짝 엽니다. 그리고 2스푼을 덜어내 물통에 물을 담아 30여번 흔들어줍니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냄새와 맛, 정말 카페라떼라고 해도 될 정도네요, 이 정도면 아내에게 자신있게 권할 만합니다(하지만 아내는 저와는 달리 먹을 만하네라는 평을 했네요, 뭐 제가 괜찮다고 여기니 상관없습니다. 아내가 별로라면 제가 다 먹으면 되니까요). 그렇게 단백질 보충제 브랜드를 옵티멈 골드웨이 → 마이프로틴으로 바꾼 후부터는 꾸준히 이 제품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신장에 부담이 간다는 말을 신문 기사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평소 하루 2끼 식사하면서 얻는 단백질도 있으니 운동하는 날에만 하루 1번 단백질 보충제 2스푼을 가득 퍼내어 물에 섞어 마십니다. 운동 마치고 난 뒤 후련함을 느끼며 마시는 초콜릿 맛 보충제, 그래 이게 보약이다 아니 보약보다 훨씬 낫다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남들보다 운동을 못하는 제가 여러 해 운동을 해왔지만 아직 바디프로필을 찍을 정도로 몸이 좋아지진 않았습니다. 그걸 위해서는 식단 조절을 해야 하는데 매번 생각만 할 뿐 음식조절에 실패하니 살짝 나온 배가 아쉬워집니다. 아직은 보기 좋은 수준에 불과합니다. 여기저기 다친 곳도 낫고 담배를 끊었던 것처럼 식단 조절에도 성공한다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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