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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칠마루 Sep 13. 2023

소방관도 시험이 있다

1년에 2번 치르는 평가

정확한 공식명칭 : 20**년 상, 하반기 소방전술훈련 평가

사유 : 현장대응능력 강화, 소방활동에 필요한 전술능력 평가

날짜 : 3월(상반기)과 9월(하반기) 초

종목

팀 전술 : 차량 방수포 조작, 소방호스 연장 후 방수 시간 측정

개인 전술 : 개인보호장비 착용 숙련도

(단, 차량 운전원은 담당하는 차량별 관련 장비 숙련도 평가)     

   

1~2. 굴절차 시험 매뉴얼, 3. 팀전술 평가 흐름도

내가 입사한 2010년 이후로 계속해서 평가를 받아왔다. 소방관의 평가는 업무별로 화재진압대, 구조대, 구급대가 받는 평가가 다르다. 이번엔 내가 소속된 진압대 위주로 설명한다.     

 

평가 종목도 유행을 타는 것 같다. 시기별로 점점 변했다. 입사 초기만 해도 지금과 같은 평가 항목이 없었고 각종 로프매듭법(말뚝 매듭, 한겹 고정매듭 등), 기구 묶기(공기호흡기 용기, 갈쿠리, 동력절단기 등 장비를  위층으로 올릴 수 있게 로프에 묶는 것), 수관 전개 및 회수(불을 끌 때 쓰는 호스를 여러 방법으로 펴고 접는다, 개인보호장비를 모두 착용하고 이 훈련을 할 경우 20분만 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중 1개를 골라 평가를 받아왔다.      


본부장(서울, 경기 등 각 지역별 소방관  서열 1위, 경찰로 치면 지방경찰청장)이 중점을 두는 방향에 따라 평가항목도 바뀌었다. 5년 전쯤부터 로프매듭이란 종목 대신 건물 진입 후 1차 방수 → 2차 장소 이동하며 수관 연장 → 3차 다시 방수 → 상황 종료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평가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관점이 변했다. 아마도 언론에 보도되는 각종 사고 등으로 인해 지도부의 관심 변화가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생각된다.     


우리들은 1년에 2번 치르는 평가를 위해 평소 행정업무와 훈련을 열심히 한다. 소방관들은 출동이 없으면 사무실 안에서 놀고 있을 거라 우스갯소리를 하는 분들이 더러 있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전국에서 정말 한가하기로 소문난 어느 1~2곳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대부분의 수도권 소방서는 꽤 바쁘다). 24시간 일하는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한다. 사무실에서 행정업무(의외로 업무량이 꽤 됩니다)를 처리하고 남는 시간엔 차고 안이나 청사 바깥에서 여러 훈련을 한다. 그중에는 응급처치, 각종 체력단련, 화재진압에 필요한 각종 장비 운용, 5톤~10톤이 넘는 소방차량 운전요령 등을 배운다. 훈련하다 보면 2~3시간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간다. 그 후 남는 시간엔 출동대기 상태로 쉰다. 그러다 화재나 구조, 펌뷸런스 출동이 걸리면 그때부터는 상황이 끝날 때까지 계속 일하는 시간이다.      


암튼 소방관들도 보통의 직장인들처럼 평가를 통해 인사고과를 받는다. 오늘은 그냥 소방관들의 일상이 궁금한 분들이 있을까 싶어 써봤다. 가끔 엉뚱한 지시가 내려와 당황스러울 때도 있고, 급한 마음으로 출동했는데 허망하게 아무 일도 아니었던 상황도 있었다. 그래도 난 이 곳이 좋다. 내가 소방관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제목 이미지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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