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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칠마루 Sep 18. 2023

그거 아니? 수영도 까먹을 수 있다

22년 만에 자유형 재도전

원래 나는 수영을 못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군 복무를 위해 해양경찰에 지원했고 훈련소에서 하는 전투수영은 겨우 수료만 했다. 하지만 그 교육과정은 수영 못하는 사람이 수영 잘하는 사람으로 변하는 과정이 아니라 잠영이든 수영이든 헤엄만 쳐서 25m를 건너면 되는 일이어서 어느 정도의 보여주기식 과정이라고 볼 수 있었다. 물론 그 시험을 치를 때도 25m를 한 번에 건너지 못해 중간에 멈췄고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소속이 해군이었다면 수영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외출, 외박이 제한되지만 해양경찰인 내게는 적용되지 않는 규제였다. 그렇게 훈련소를 마치고 나서도 여전히 나는 수영을 못하는 상태였다. 군 생활 동안 18개월 정도 배를 탔지만 내가 수영할만한 일은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제대를 했고 수영은 내게 언젠가는 극복해야 될 일 중의 하나로 남겨져 있었다.    

  

제대하고 1년 6개월 동안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한 후 학교로 복학하니 그제야 수영을 배울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고 드디어 수영을 배우게 됐다. 당시에 한 달 10만 원 가까이했던 수영 강습료는 비쌌지만 나를 위해 하는 투자라 아깝지 않았다. 복학 전 1년 반동안 일해 모은 돈을 집안 살림에 보태 학교를 다니려면 평일에도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부족한 시간에도 수영은 중요한 목표라 포기할 수 없었다. 내가 아무리 몸치라지만 스물다섯의 젊은 나이라서인지 2달간의 수영 강습을 통해 완벽하게 자유형을 익힐 수 있었다. 신기했다. 물에 들어가기만 하면 가라앉았던 내가 25m 레인을 왕복해서 수영할 수 있다니 장족의 발전이었다. 그땐 내가 자유형을 제대로 배웠으니 배영이나 평영은 배울 필요가 없다고 여겼고 그저 시간 날 때 수영장에서 자유수영을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계속해서 연습하지 않으면 한 번 익혀 놓은 재주가 쉽게 사라질 거라는 사실을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자유형을 익혔다고 생각해 수영을 그만둔 지 6개월이 지났을 때 지금의 아내와 수영장에서 데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땐 예전처럼 25m 레인을 왕복해서 수영하는 게 힘들었지 자유롭게 물 위에 떠서 수영하는 것은 가능했다. 다만 전처럼 왕복해서 수영하는 게 왜 어렵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연습하면 될 거야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다시 1년쯤 지나 회사를 다니며 아침 7시에 수영을 다녔을 때도 여전히 난 수영을 잘할 수 있었다. 아침 6시 20분에 집에서 나와 저녁 10시 넘어 퇴근하는 직장인의 삶이 팍팍해 1달만 가까스로 수영했지만 여전히 내겐 수영은 불가능한 운동이 아니었다.      


문제는 그로부터 2년쯤 지난 뒤다. 그동안 수영을 푹 쉬었다. 그러니까 수영을 처음 배운 지 4년 정도 지난 때였을까? 여름에 물놀이를 할 때였다. 난 수영할 수 있으니까 자연스레 물로 뛰어들어 수영하려고 했다. 그런데 내 몸은 기대와는 달리 풍덩 소리를 내며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놀라 물을 먹고 콜록거리기를 서너 번, 속으로 깜짝 놀랐다. “어, 나 수영 배웠는데, 자유형 마스터하고 그만뒀지만 얼마 전에도 수영할 수 있었는데 왜 이러지?” 머릿속에서 물음표가 헤엄쳤다. 몇 분간 생각했지만 내가 수영 가능자라는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없었다. 다시 수영 가능자에서 수영 불가능자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용인대 체대 출신에 해병대 수색대까지 거쳐 물과 아주 친숙한 친구에게 물어보니 그 친구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의아해했다. “야, 그거 자전거 타는 거랑 똑같데이, 한 번 익히면 안 잊어먹는 건데, 넌 참 신기하데이.” 또다시 내 부족한 운동신경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군대를 제대하며 내가 도전한 운동은 크게 2가지였다. 수영과 자전거 타기, 둘 다 내가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수영은 여전히 내게 넘어서기 힘든 장벽이 되어버렸다.      


시간은 흘러 흘러 그로부터 20년이 훌쩍 지났다. 이젠 내 나이가 40대 중반이다. 저번 달 둘째와 파도풀에서 놀다 구명조끼를 입었지만 내 키보다 깊은 곳에 들어가게 되니 나도 모르게 물을 먹었고 한순간에 패닉상태로 빠질 뻔했다. 그때 결심했다. “아, 다시 수영을 배워야겠다.” 마침 집에서 2km 거리에 수영장이 있었다. 그리고 9월 초부터 다시 자유형을 배우기 시작했다. 발차기가 왜 이리 힘든지, “음~~, 파~~” 연습하다 물을 마시는 일은 셀 수 없었다. 그래도 이번엔 자유형, 배영, 평영까지는 배워보고 싶다. 12월까지 하면 세 가지 영법을 모두 익힐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내년 부산에서 열리는 1주일짜리 선박화재 교육에 가고 싶다. 원래 올해 그 교육에 지원하려 했으나 지원자격에 수영가능자라고 명시되어 있어 지원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전처럼 자유형을 익혔다고 해서 강습을 중단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20년 더 살아보니 내 몸은 꾸준히 연습하지 않으면 갖고 있던 것도 잃어버리는 상태라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내년 이맘때는 계획대로 수영 가능자가 되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선박화재 진압 교육(부산소방학교) 설명 자료


이미지 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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