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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칠마루 Nov 14. 2023

다치려고 그랬어, 부러지려고

자전거 타다 입은 부상 2번째

"그러려고 그랬어 돌아가려고"


다치고 보니 백지영의 사랑 안 해라는 노래가사가 자꾸만 맴돈다. 내 경우를 대입해 다시 가사를 써본다면

"다치려고 그랬어 부러지려고"가 될 수 있겠다. 올 3월부터 11월까지는 비가 오지 않는 한 자전거로 출퇴근을 해왔다. 출근하는 10월 7일과 퇴근하는 8일 아침에도 비가 오지 않았기에 자전거로 출근했고 다시 사무실을 나설 차례였다. 원래 루틴은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음악을 켜고 삼성헬스어플에서 자전거 운동 시작버튼을 누르고 횡단보도 앞에 선다. 차량이 지나가는 상황에 따라 바로 갈지 기다렸다 갈지가 결정된다. 그런데 어제는 이상하게도 평소와 달리 자전거를 손에 고 횡단보도를 걸어서 건넜다.


그리고 100m쯤 공원을 건너가는데 순간 갈등이 생겼다. 10m 앞에 한 아주머니가 개 2마리와  산책 중이었다. 개들을 살짝 피해 인도와 공용으로 쓰이는  자전거 도로를 탈 것이냐, 아주머니 왼편에 있는 잔디로 지나갈 것인지 결정하는 문제였다. 히 강아지 옆을 살짝 피하다 강아지가 자전거 쪽으로 달려드는 경우가 생각나 그냥 잔디밭을 지나기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큰 실수였다. 잔디밭과 인도 사이는 평평한 바닥이 아니라 대략 7cm 이상의 높낮이 차가 있는 상태였다. 지금껏 그 길을 2년 가까이 다녔지만 나 역시 이번에 다치고 난 후에야 잔디와 도로 사이의 단차를 알게 되었다.


강아지를 피해 잔디밭을 지나 아주머니를 충분히 앞질렀다고 생각해 다시 길이 좋은 자전거 도로로 진입했다. 그때 속도를 더 냈어야 했다. 그리고 높낮이 차가 있는 곳을 지날 땐 직각으로 진입해야 하는데 난 그러질 못했다. 평소보다 속도도 30% 정도 느렸고 잔디밭에서 자전거도로로 진입할 때도 직각이 아닌 5~60도 정도로 진입했다. 그러니 넘어질 수밖에, 오른쪽으로 넘어지는 중 오른발에서 뚝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모르게 악하는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별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무색하게 오른발목의 통증이 상당했다. 내 뒤에서 강아지와 산책하시던 아주머니가 몇 번이나 괜찮으세요 물었는데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30초쯤 지나 겨우 괜찮다고 대답하고 몸을 일으켰다. 바로 옆의 낮은 돌담에 앉았는데 오른발은 이미 부어올랐다. 이건 최소 인대가 끊겼거나 발목뼈가 나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로 전화해 자초지종을 알리니(출근을 못할 정도의 부상을 당한 경우 바로 상급자에게 보고해야 합니다) 다른 팀에서 근무하는 동생이 대신 자전거를 가져갔다. 그리고 도저히 혼자 힘으로 이동할 수 없어 구급차를 요청했다. 


엄청 아팠다. 5년 전, 양 팔꿈치가 부러졌을 땐 몇 시간이 지나 아팠던 것 같은데 이번엔 통증이 꽤 심했다. 구급차를 타고 집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차가 흔들릴 때마다, 때론 파도가 들이치듯 고통이 찾아들었고 이를 악물거나 숨을 내쉬며, 또는 신음 소리를 내며 참았다. 응급실에서 x-ray 검사 결과 명백한 오른 발목 골절이었다. 10월 8일인 오늘과 9일인 내일은 모두 휴일로 정형외과 진료를 재개하는 10일까지는 반깁스로 고정하는 보존치료를 한다는 말과 정형외과 선생님이 출근 후 검사 결과를 검토한 후에 수술 여부가 결정된다는 얘길 들었다. 생리식염수와 근이완제, 진통제를 맞고 들어선 입원실은 공동간병인 한 명이 환자 4명을 도와주는 병실이었다. 4인실 모두 다리를 다쳐 남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하루에 5만 원의 비용이 든다고 했다.


다리가 아프니 화장실 가는 것과 씻는 게 큰 문제였다.

또 코로나로 인해 보호자의 출입이 안 되니 아내가 와서 입원 준비물을 사물함에 정리해 줄 수도 없었다. 이 모든 걸 간병사님이 어느 정도 해결해 주었다. 화장실은 소변기통으로 대신했고 소변기통만 간병사님비워주었다. 식사를 병실 침대로 가져오고 되가져가는 일도, 더우니 창문을 여닫는 일도, 아픈 다리에 아이스팩을 올려주는 것도 모두 간병사님(공동간병인이지만 병실에선 모두 간병사님이라고 불렀다)이 대신 해주었다. 아직 씻는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5년 전, 양팔 골절 때는 아내가 씻겨주었는데 이젠 코로나 때문에 안 된다. 일단 물티슈로 세수만 하고 양치만 겨우 하는 꾀죄죄한 상태다.


13일엔 큰 아이 대안학교 면접이, 20일에 부모 면접이 예정되어 있는데 모두 아내 혼자만 참석할 예정이다. 아내에게 2년 치 갈굼 예약이다. 부디 내일 진료 결과 수술 없이 회복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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