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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칠마루 Nov 14. 2023

골절 수술은 처음이야

첫 수술이라 무지 긴장했으나 견딜만함

10월 11일 수요일 10시 15분이었다. 오른발목 골절 수술을 위해 병원 이송팀이 왔고 난 침대에 누운 채 6층 병실에서 3층 수술실로 내려가는 중이었다. 가는 동안 긴장했는지 숨이 거칠어졌고 이런 내 모습을 본 이송팀 직원은 "걱정 말아요, 수술 잘 될 테니"라며 격려해 주었다. 수술실에 들어서니 간단한 신원 및 장신구 착용, 금식 여부, 수술 부위를 재확인하는 절차가 있었고 1분쯤 지나 수술방으로 들어갔다. 영화에서나 보던 수술실의 모습이 펼쳐졌다. 대형 수술등, 그리고 싸한 소독약 냄새, 4명으로 이뤄진 수술팀이 나를 반겼다.


수술팀 : 성함 불러보세요

나 : 000

수술팀 : 오른쪽 발목 수술 맞으시죠? 마취 부작용 있나요?

나 : 네, 부작용 없습니다


긴장된 표정과 살짝 떨리는 목소리 때문일까? 수술팀 중 마취과 의사로 짐작되는 이가 앞으로 있을 수술과정을 자상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기억나는 대로 쓴다)


마취과 의사 : 000님은 하반신 척추마취를 할 거고요, 혹시 전에 수술하신 적 있나요?(내 대답 : 아니요) 그럼 지금 좀 무섭겠네, 이거 아픈 거 절대 아닙니다. 척추 사이로 마취 주사 놓을 건데 그냥 따끔한 정도예요.  놀라지 마세요. 주사 놓기 전에 먼저 태아가 엄마 배속에 웅크린 것처럼 해야 한 번에 마취할 수 있어요.

척추마취 실패하면 전신마취해야 하는데 저희 주문대로만 하시면 금방 끝나니까 걱정 마세요. 도와드릴 테니 자세 잡아볼까요?(몸을 웅크린 지 2분쯤 지나 척추 사이로 약물이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마취는 잘됐고요, 오른 다리 느낌이 어떠신가요?(내 대답 : 화끈하기도 하고 좀 애매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 그게 마취되고 있는 상태 맞습니다. 지금 바로 수술하진 않고요, 몇 분 기다렸다 필요한 처치  개 더하고 수술 들어갑니다.


오른쪽 다리를 포비돈으로 닦아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수술이 시작될 즈음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집도의의 목소리가 들려 눈을 떴지만 보이는 건 없었다.


집도의 : 와, 이거 생각보다 난이도 높은 수술이었네, 깨진 조각이 작으니까 진짜 힘들다. 이제 마무리해볼까? 거기 씨암(수술실에서 쓰는 이동형 엑스레이) 가져와서 찍어봐, 내가 여기 잡는다, 어, 그래 계속 찍어 수술 부위 최종 확인할 테니까(약 10여분이 지나 주치의가 내쪽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000님, 수술은 정말 잘 끝났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요, 골절로 깨진 부위가 작아 와이어로 고정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었습니다. 고생하셨어요.


집도의가 수술실에서 퇴장 후 다른 직원이 와서 주의사항을 빠른 속도로 얘기했다.


수술팀 직원 : 수술 끝난 지 4시간인 17시 15분까지 물 드시면 안 되고요, 19시 15분까지는 무조건 머리 들지 말고 누워 있어야 합니다.


아이고야, 한 모금 못 마신 지 10시간이 훌쩍 넘었는데 금식시간이  늘어났다. 배고픔보다는 시원한 물 한 잔 생각이 간절했다.


병실에 도착하니 담당 간호사가 와서 수술 끝나고 머리 들면 안 되니까 19시 15분까지 베개 없이 누워있으라고 했다. 10시 15분에 수술실에 들어가 마치고 나니 13시 15분이었다. 발목 골절 수술치고는 오래 걸린 편이었다.


항생제, 무통주사, 근이완제, 진통제, 부기 빼는 약 등


20시가 다 되어 저녁 식사를 마치고 누웠는데 체온이 점점 올라간다며 얼음팩을 겨드랑이 사이에 넣어 체온낮춰보자는 권유를 받았다. 병실에서는 2시간마다 생체징후를 측정하는데 다음 측정 때는 내 체온이 38.4도라며 해열진통제를 놔준다고 했는데 사양했다. 이미 내 옆에는 무통주사 등 각종 수액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이 정도면 됐지, 괜찮을 거야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수술부위는 누가 물어뜯는 것 마냥 아프기 시작한 지 오래였고 최대한 추가 진통제 없이 통증을 참아보려 했지만 30분쯤 지나자 식은땀이 나는 등 앞으로 열이 오를 낌새가 느껴졌다. 게다가 간호사 선생님의 권유도 있었다. "000님, 통증을 계속 참으면 나중에 더 아파질 수 있어요(원래 통증 역치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을 들었는데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 말까지 듣고 나니 수술 부위 통증에 몸살기운까지 미련하게 왜 참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호출벨을 눌렀다.


나 : 선생님, 그냥 진통제 맞을게요.


추가 진통제 없이 버틴다는 생각은 시작은 좋았으나 금세 꼬리를 감췄다. 그래도 간호사 선생님의 빠른 대처로 몸살 기운은 다음 날 아침이 되니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날 오후, 집도의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나와 상태가 비슷한 사진

집도의 : 수술시간이 총 2시간 30분 걸렸습니다. 뼛조각이 작아 1차로 와이어 고정한 게 맘에 안 들어 풀고 다시 작업했고요. 예쁘게 고정해 놓았습니다. 1년 후에 와이어 제거 수술해야 하는데 일단 회복에 전념하시고요, 뼈가 부러지면서 생긴 경비인대 손상은 어제 MRI 확인하니까 다행히 자연회복해도 될 수준입니다. 3번, 4번 중족골 미세골절은 수술 없이 그냥 계셔도 자연 치유되니 걱정 마세요, 제가 수술할 때 신경 많이 썼습니다. 수술 결과 대만족하니 회복하는 것만 신경 쓰세요.

나 : 감사합니다


그렇게 내 첫 수술은 끝났다. 나이를 먹어도 처음 겪어보는 일은 언제나 두렵고 떨린다는 걸, 그럴 때 듣는 상대방의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은 꽤나 큰 힘이 된다는 걸 몸소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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