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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칠마루 Feb 28. 2024

극기훈련 같았던 가족여행

일본 오사카(2.15 ~ 2. 19)

2월 15일 목요일 : 흐리고 눈, 비


일본으로 출발

24시간 근무를 끝내고 집에 왔다. 아내가 80% 짐을 싸놓은 트렁크(대형, 중형, 소형 2)에 내 짐을 넣고 여권과 멀티충전기, 보조배터리 등을 챙겼다. 아내가 출근하며 건조기에 빨래를 넣어놨기에 빨래 개키는 일은 보너스였다. 난 집에 오자마자 할 일들로 머릿속이 가득한데 애들은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우리 언제 출발해요? 일본 가서 뭘 해요?" 묻기 바빴다. 1시간 남짓 남은 짐을 챙기고 집을 둘러보며 전기 콘센트를 체크했다. 2년 전 경주로 여행 갈 때는 4일 내내 실내 환풍기를 켜 놓은 적이 있어서 꼼꼼히 확인했다.


오늘이 2월 마지막 강의인 아내를 태우고 인천공항으로 출발한 게 11시 10분이었다. 비가 와서 평소보다 많이 막히는 바람에 예상보다 20분 정도 시간이 더 걸렸다. 영종도에 도착하니 비가 눈으로 변했고 바람이 상당히 거세게 불었다. 이런 날 비행기가 뜰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출발하기도 전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장기 주차장으로 가던 중 자리가 별로 없으니 난 P1이나 P2 주차장 중 자리 보이는 대로 주차하자는 입장이었고 아내는 주차타워가 만차지만 찾아보면 자리가 있을 수 있으니 가서 찾아보자는 입장이었다. 4년 전 베트남 여행 갈 때 주차문제로 크게 싸웠던 기억이 떠올라 이번엔 못 이긴 척하고 아내 말을 들었다. P1 주차장 주차타워를 1바퀴 돌았으나 자리는 없었고 다행히 주차타워 출구 앞에 1대를 주차할 자리를 발견했다. 주차 후 아이들과 공항까지 이동하는 100미터가 참으로 길게 느껴졌다. 진눈깨비와 거센 바람에 캐리어를 끌고 있는 손이 무척 시렸다.


그동안 P2 주차장만 이용했을 때는 주차장에서 공항 안으로 들어서면 바로 1층이었다. 그러나 P1 주차장에서 공항 안으로 들어가니 그게 아니었다. 계속해서 출국장을 찾았지만 헤매기만 할 뿐이었다. P1 주차장에서는 무빙워크를 타고 1 터미널 방향으로 이동하고 지하 1층에서 1층으로 올라가야 했다. 그걸 몰라 온 가족이 15분간 헤매다 공항 관계자에게 물어 출국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1층 12번 출구 앞으로 300미터 이동 후 예약한 와이파이 도시락과 유심 2개를 찾았다. 그리고 셀프 체크인 카운터에서 발권을 하고 에어부산 카운터에서 수화물을 맡겼다. 그러고 나니 오후 1시 40분, 늦은 점심 식사를 마치니 2시 35분, 다시 출국 수속 끝나고 면세점 거리로 들어서니 3시 5분이었다. 2분 동안 걸어가며 면세점을 구경했고  다시 117번 게이트로 이동해서 비행기를 타니 3시 22분이었다. 3시 35분 출발 예정인 비행기는 많은 비행기의 이착륙으로 55분이나 지연되어 4시 30분에 출발해 간사이공항에 6시 15분에 내릴 수 있었다. 비짓제팬웹(Visit Japan Web, 어플은 없으니 이상한 어플 설치하지 마세요,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등록하세요) 등록을 미리 해놓아(국내에서 등록 후 QR코드를 미리 전화기에 다운로드하세요, 간사이공항에서 도시락이나 유심이 생각보다 잘 터지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편하게 입국 수속을 마무리했다.


간사이공항에서 오사카 주유패스를 찾으러 1층 관광 정보 안내소에서 줄을 섰다. 내가 줄은 서는 동안 아내더러 ATM에서 엔화를 찾아오랬더니 1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20분 지나서 씩씩대며 돌아온 아내는 2층의 ATM 대신 공항 1층에서 헤매다 공항 끝쪽에서 겨우 엔화를 찾아왔다고 했다. 아내가 찾아온 돈으로 이코카 카드(일본의 교통카드)를 사고 공항 2층에서 저녁을 대충 때웠다. 한국에서 예매한 공항 리무진을 타고 OCAT(Osaka City Air Terminal)로 이동했다. 숙소는 거기서 600미터 거리라 온 가족이 캐리어를 끌고 가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터미널에서 내려오자마자 한여름의 소나기처럼 비가 내렸는데 무척 난감했다. 우산으로 가릴만한 비가 아닌데 지금 출발해야 하나, 택시를 타야 하나? 600미터인데 그냥 비 맞고 걸어갈까? 그러다 애들이 감기 걸려 여행 망치는 거 아냐? 순식간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지 아내 몰래 속으로 무척 망설였다. 실내로 들어가 우산을 빼고 숙소가 어디인지 검색하는 사이 비는 약해졌고 그냥 약해진 비를 맞고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비가 그쳤다. 허허허(그냥 웃지요)!!


근처 편의점에 가서 내일 아침 먹거리를 샀는데 영어 발음이 너무 달라 이해하는데 애를 먹었다. 터치를 다찌라고 해서 세 번이나 되물어 겨우 이해하는 정도였다. 그래도 무사히 일본에 도착해서 다행이었다.


2월 16일 금요일 : 흐리고 춥다, 체감 영하 2도 이하, 바람이 세게 불어 더 춥게 느껴짐


아이들을 위해 유니버셜 스튜디오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왔다. 입장권 4장, 아이 둘을 위해 익스프레스 티켓 2장을 사니 60만 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한국서 예매했기에 그나마 조금 더 싸게 할 수 있었다. 숙소 근처의 사쿠라가와 역에서 유니버셜 스튜디오까지는 총 다섯 정거장인데 사쿠라가와 역에서 한신난바선을 타야 하는데 센니치마에 선으로 잘못 타서 10분간 헤맸다. 일본은 지하철이 국철과 사철(국가가 아닌 기업이 만들고 경영하는 듯)로 나뉘어 있어 오사카만 해도 전철 회선이 6개는 넘었다(총 9개). 우리나라로 치면 3호선과 5호선이 다니는 환승역에서 원래 탈 3호선 대신 5호선을 타버린 꼴이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일본, 중국, 한국, 동남아, 기타 유럽 쪽으로 추정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그날 본 사람들만 최소 만 명은 넘는 것 같았다. 놀이기구 대기시간은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처럼 2시간은 기본이었다. 이왕 간 것, 비싸더라도 익스프레스 티켓을 사지 않으면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사람들의 말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아이를 위해서라면 돈 들여서 익스프레스 꼭 사세요, 안 그러면 후회합니다!!!).


큰애와 작은애가 간단한 총쏘기 게임을 하다 작은애가 게임을 잘해 4500엔에 파는 미니언즈 인형을 부상으로 얻었다.


위저딩 월드 오브 해리포터에서 파는 버터맥주가 맛있었다. 무알콜에다 달콤해서 추운데 몸에 열을 낼 겸 간단하게 마시기 좋았다. 말이 맥주지 그냥 꿀물에 버터를 넣은 느낌이었다. 가격도 한잔에 5000원으로 사악한 유니버셜 스튜디오 물가치고는 싼 편이었다. 작은 애가 마법용 지팡이 사달래서 가격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하나에 5500엔(우리 돈으로 약 5만 원)이어서 그냥 다른 걸 사자고 둘러대고 나왔다. 나무 막대기 1개에 5만 원이라니 칼만 안 들었지 정말 강도 맞다 너희들!!!


집에 와서 하루 동안의 걸음수를 보니 2만 보가 넘었다.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로손 편의점에서 도시락, 에그 샌드위치, 물을 샀다.


2월 17일 토요일 : 흐리지만 어제만큼 춥지 않음


일본 여행 느낌 제대로, 교토 버스투어

오늘은 교토 여행이다. 한큐패스, 간사이패스, 오사카에서 교토까지 이동하는 교통편을 정하고 관광지까지 고르려니 머리가 아팠다. 그러던 중 교토 버스투어를 발견하고 이거다 싶었다. 인당 5만 원에 한국인 가이드까지, 나 같은 초보 여행자에겐 최고의 선택이었다.


현지 여행사인 유투어버스에서 자체 제작한 아라시야마, 금수사, 청수사 지도이다. 단, 마지막 방문지인 후시미이나리 지도는 없었다. 추가로 아라시야마 장어덮밥집(7번) 올해 초 문을 닫은 것이 빠져 있으니 참고만 하세요. 이 정도면 꽤 보기 좋게 정리해 놓은 지도입니다.


어젠 추웠으나 가이드 왈 "오늘이 올해 중 제일 따뜻하다. 그런데 교토 날씨가 변덕이 심해서 외투를 들고 다니는 게 좋다. 오후 3시 지나면 기온이 내려간다", 교토 관광지는 그냥 우리나라의 명승지를 둘러보는 느낌이었고 그저 그랬다. 그저 여기가 일본이라는 걸 재확인하는 느낌이었다. 내겐 오사카에서 교토로 버스 타며 둘러보는 주변의 경관(집, 차, 하늘, 풀발 등)이 더 마음속으로 다가왔다. 유명 관광지라 사람이 넘쳐났고 오늘 역시 20000걸음을 넘겨 온 가족이 눕자마자 잠에 빠졌다.


2월 18일 일요일 : 흐림, 봄 날씨, 20,000보 넘음, 오사카 시내 여행


오사카 주유패스를 제대로 쓰는 하루

우리나라와 일본 지하철 차이점 : 출구 번호가 지상에 크게 표시되어 있지 않음.


환승역의 경우 출구를 각 노선별로 나누지 않고 1번부터 8번까지 표시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각 노선별로 출구번호가 지정되어 있었다. 한신난바 선 1번~4번 출구, 센니치마에 선 1번~4번 출구 이런 식이라 출구 번호로 현재 위치를 찾는 것은 주변 지리가 익숙해지지 않는 한 어려웠다.


오사카성을 보던 중 작은아이가 주유패스를 잃어버렸다. 초등학생은 주유패스 없이 오사카성의 천수각을 볼 수 있다는 관계자의 안내에 다행히 천수각은 관람할 수 있었다. 오사카성이 생각보다 넓었고 천수각 7층의 전망대에서 보는 전경은 멋있었다. 날이 갑자기 더워져 꼭 4월 말 정도의 기온처럼 느껴졌다. 오사카성 관람을 마치고 오늘 하루의 오사카 관광을 위해 다시 주유패스를 사야 했다. 다행히 다음 목적지인 우메다역에서 둘째의 주유패스를 살 수 있었는데 오사카 관광안내소를 찾는 일이 정말 힘들었다. 거의 서울역 한복판에서 특정 목적지를 찾는 느낌이었다. 인터넷을 뒤지고 표지판을 참조하며 20여분 정도 헤매다 겨우 관광안내소에서 둘째의 주유패스를 살 수 있었다.


주유패스 1일권의 가격은 2800엔이었다. 헵파이브 관람료 600엔, 우메다공중정원 관람료 1500엔, 저녁 7시 30분 도톤보리에서 탈 예정인 원더크루즈 1200엔, 기타 오늘 하루 이동하는데 드는 지하철 요금을 생각하면 새로 구매하는 게 훨씬 이득이었다. 내가 주유패스를 사는 동안 3일 동안 많이 걸어 다리가 아팠던 나머지 가족들은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헵파이브 관람차(일종의 대관람차)를 타고 높이 올라가니 우메다 역 주변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사진 찍길 싫어하는 나와 달리 아내랑 아이들은 주변 사진을 찍느라 바빴고 이어 오후 4시까지만 우메다 공중정원을 무료로 볼 수 있었기에 1.5km를 바삐 이동해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춰 우메다 공중정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메다 공중정원 역시 40층의 높이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제야 빌딩숲에 가린 오사카를 제대로 봤다는 느낌이 들었다. 낮에 방문해서였을까? 우메다 공중정원의 입장료는 비싸지만 그 입장료만큼의 감흥은 없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건담과 피규어때문에 닛폰바시역 인근의 덴덴타운에 왔다. 다리가 아프고 지쳐 일본 와서 처음으로 택시를 탔다. 10년 정도 된 도요타 크라운이었다. 첫 일본 택시를 탄 느낌은 그저 그랬다. 차가 오래되서인지 승차감이 우리나라 택시보다 덜했다. 20분 남짓 택시를 타고 낸 요금은 3400엔으로 3만 원 정도의 금액이었다. 처음이니까 탔지 두 번은 못 탈 택시였다. 약 2시간의 쇼핑 끝에 면세 할인을 받아 5000엔으로 두 아이의 피규어 쇼핑을 마치고 도톤보리 원더크루즈(주유패스로 공짜, 인터넷 예약가능)를 탔다. 글리코 싸인 전광판 앞에서 멋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배의 맨 앞이나 뒤에 앉는 게 좋다.


글리코 사진


보너스로 도톤보리 오코노미야끼 맛집인 치보 오코노미야끼로 이동 중 버스킹 하는 2명의 연주자를 봤다. 원더크루즈에서 내린 후부터 색소폰과 드럼 소리가 들려 근처 가게에서 틀어놓은 음악으로 여겼다. 그곳이 가까워질수록 이게 누군가 직접 연주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알고 보니 명의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소리였다. 드럼은 플라스틱 통과 쇠덮개로 직접 만든 것 같았다. 드럼 높이가 꽤 낮아 연주자의 허리가 아프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약 2분 정도 연주를 들으며 자리를 채우고 있자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고 아이들을 시켜 200엔을 연주자의 앞에 놓인 모금통에 넣었다. 그러자 연주자들이 즉석으로 음을 바꿔 연주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도톤보리에서 버스킹하는 연주자 사진


치보 오코노미야끼는 원더크루즈 타는 곳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있으며 유자 하이볼 강력하게 추천한다. 현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니 시간 나면 꼭 가보시기를.


2월 19일 월요일 : 흐림, 비


비가 내리는 간사이 공항 가는 길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일기예보에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고 했다. 그래, 오후면 난 여기에 없으니 많이 와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 왜??? 숙소 체크아웃 시간인 10시부터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이유는 뭘까? 오사카의 시작과 끝은 모두 비와 함께였다. 숙소에서 OCAT(오사카 시티 에어 터미널)까지 600미터만 걸어가면 된다고 생각하니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그래도 걷다 보니 한 번 가본 길이라고 금방 터미널에 도착했다. 이제 와서 보니 오사카에 도착한 첫날 비가 억수로 내리는 밤에 참 막막했던 게 떠올랐다.


공항버스 티켓은 한국에서 예매한 것을 간사이공항에서 왕복 티켓까지 모두 출력해 놓았다. 간사이 공항에 도착해 꼭 수화물 처리하기 전 이코카 카드를 다 쓰고 환불 처리하는 걸 잊지 마세요, 저는 이번에 이코카 카드 환불 처리하는 걸 깜빡 잊고 집에 네 장 모두 기념품으로 갖고 있네요. 환불 처리하기 전 남은 잔액은 공항 편의점에서 다 쓰시면 됩니다. 220엔 미만의 잔액은 바로 현금으로 환불됩니다.


Postscript

혹시라도 4인 가족(나, 아내, 중1, 초5)의 여행 계획이 필요하신 분들은 댓글 남겨주세요. 30시간 가까이 걸려 만든 여행 계획 보내드립니다. 제 여행계획 역시 네이버 블로거 분께 받았습니다. 거기서 제 입맛에 맞게 추가, 수정,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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