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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칠마루 Apr 17. 2024

큰 아이가 날린 뒤통수 두 방

마음이 아프고 힘들다

지난주 목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큰 아이는 분리조치 대상자였다. 그래서 학교에 보내지 않는 대신 현장체험학습(원래대로라면 체험학습 3일 전에 신청서를 내고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학폭담당 선생님과 상의 후 특별히 이번만은 전날 신청서를 제출하기로 했다)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분리조치되는 총 5일의 기간 중 목, 금은 현장체험학습으로 갈음 처리되고 다음 주 월요일~수요일까지는 학교 교무실에서 혼자 수업을 받게 됐다. 선생님들이 수고스럽게도 공강시간에 번갈아가며 아이를 대상으로 1:1 수업을 해준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선거일인 수요일에는 아이 둘을 데리고 기흥호수공원에 들렀다 처갓집에 다녀왔다. 어제 큰 사고를 쳐서 야단맞은 큰 아이와 싸늘한 집안 분위기에 고생한 둘째 모두를 위로하고 싶어서였다. 공원에서 산책하고 맛있는 것도 먹이며 두 아이의 기분이 풀어지길 바랐다. 큰 아이는 목요일과 금요일엔 외할머니 댁에서 지내고 다시 내가 데려오기로 했다. 왜냐하면 목요일 오후에 큰 아이 상담 예약이 되어 있는데 나와 아내 둘 모두 출근해야 해서 아이가 할머니와 상담을 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금요일 아침에 퇴근하자마자 서둘러 큰 아이를 데리러 처갓집으로 내려갔다. 장모님과 큰 아이랑 근처 공원을 산책한 후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직도 큰 아이는 상황을 확대해석하고 배배 꼬인 상태로 이해하고 있었다. 중학교 선생님으로 정년퇴직하신 장모님이 1시간 넘게 정성 들여 아이가 처한 상황을 설명했지만 얼마나 이해했을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장모님이 아이를 달래고 설명하신 후 아이 손을 잡고 간절하게 기도해 주셨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올라왔다. 두 번이나 못 간 큰 아이의 영어학원 때문이었다. 아이가 빠져 다음 책으로 진도를 나가지 못해 금요일 수업은 꼭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학원 가기 두 시간 전, 학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 엄마가 통화하기로는 도저히 학원에서 받아줄 수 없다고 했다. 영어 시험을 보고 틀린 게 많으면 시험지를 찢거나(이상하게 큰 아이는 본인이 틀리는 걸 못 견뎌한다) 숙제를 안 해오는 것, 수시로 학원 수업 결석(감기 등으로 한 달에 서너 번 이상 빠짐) 등으로 인해 수업 분위기가 흐려진다고 했다. 또 00가 수업시간에 짜증을 내면 같이 수업을 받는 다른 친구들이 00 눈치를 보는 일이 많아졌고 결국 다른 학원으로 옮겨 갔다고 했다. 학원 선생님으로서는 두 달 넘게 아이를 지켜보다 결국엔 두 손을 들고 말았던 것이었다.      


학원에서 쫓겨난 것이 벌써 몇 번째인지... 작년부터 벌써 세 곳이 넘었다. 그런데 이번 영어 학원은 전보다 훨씬 충격이 컸다. 3일 전 학폭 사건이 있었는데 이번엔 학원에서 쫓겨나다니, 도대체 큰 아이가 무슨 생각으로 학원을 다녔던 건지, 아내나 나 모두 화가 잔뜩 났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학교나 학원의 선생님들에게 면목이 없기도 했다. 큰 아이를 혼내며 어르고 달래기 시작했다. 아내는 이번 학원 문제로 큰 아이에게 오만 정이 다 떨어진 듯했다. 이젠 큰 아이 문제에서 잠시 떨어져 있고 싶다고 해 내가 아내가 맡았던 역할을 대신해야 했다.      


너무 혼낸 것만 아닐까 해서 다음날인 토요일 잠시 바깥바람을 쐬며 아이에게 기분 전환을 시켜주려 했다. 5년 넘게 예약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던 화담숲 수선화축제에 운 좋게 예약이 되어 그곳으로 토요일 오전에 출발했다. 잘 가꿔진 나무와 숲, 꽃들을 보며 큰 아이와 1시간 30분 동안 5km를 걸었다. 그동안 큰 아이에게 여러 얘기를 했다. “자기 비하하지 않기, 넌 특별하게 태어나서 힘든 거야,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허리와 어깨 펴고 자신감 있게 말하기, 넓은 마음 갖고 살자” 얘기를 듣던 큰 아이는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 상담을 하러 갔다. 금요일 학원을 그만두게 된 것 때문에 아내가 상담선생님에게 전화했고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상담선생님이 다시 오라고 말씀하신 것 때문이었다.       


상담 선생님 : 지금 00 어머님은 아이로 인해 큰 충격을 받으셨어요, 또 아이 때문에 지쳐 있기도 하고요, 어머님 일만으로도 힘든데 거기에 이번 큰 아이 일까지 겪으니 너무 힘드신가 봐요, 큰 아이 성향도 불이고 어머님 성향도 불이라서 일단은 두 사람이 서로 부딪히지 않게 해 주세요, 아버님이 물 역할을 해주셔야 합니다. 지금 00은 화가 나면 제어가 힘든 상황이에요, 그때는 무슨 말을 해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땐 무조건 00의 화를 식혀주셔야 해요, 그 역할을 어머님이 해주기 힘든 상황이니 아버님이 가정에서 00을 식혀주는 역할을 해주셔야 합니다.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부모님마저 포기하면 안 됩니다. 지금 00은 ADHD+감각 이상(초 예민)+불안까지 세 가지 문제가 겹쳐 있어요, 그래서 더 힘든 겁니다. 일반적인 아이 4~5명 키우는 것이 더 쉬울지도 몰라요. 그래도 옆에서 계속 아이를 응원하면서, 격려하면서, 가르쳐야죠. 아버님, 힘내시고요,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나 : 사실 저도 요즘은 정말 힘드네요, 학폭에, 학원에서 쫓겨나고 며칠이 지난 후엔 어떤 문제가 터질지 두렵기도 합니다. (한숨)     


상담 선생님 : 제가 오늘 00과 다시 얘기를 해봤는데 아이 역시 힘드니까 자꾸 다른 걸로 화제를 돌리더라고요, 그래서 지난 일에 대해 얘기하고 아이가 서운하게 느낀 점, 화가 났던 점에 대해 들어주며 아이를 가라앉혔습니다. 힘드시겠지만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세요, 더디지만 좋아지고 있습니다.      

나 :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그렇게 주말이 지나갔다. 그리고 다시 월요일이 되어 큰 아이를 학교까지 태워다 주었다. 분리조치 대상자라 8시 50분까지 자기 교실이 아닌 교무실에 있는 작은 방에서 아이 혼자 선생님과 1:1로 수업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 말씀 잘 듣기를 신신당부하고 아이를 놔두고 오며 교무실에 계신 선생님들에게 아이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까지 하고 나왔다. 멋쩍었지만 혼자 있을 아이를 위해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지 세 시간쯤 지났을까? 다시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담임 선생님 : 지난주 일요일 저녁, 00가 짝꿍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그런데 그 문자를 받은 짝꿍이 속이 많이 상한다며 저한테 찾아왔습니다. 목요일부터 00의 짝꿍이 다른 사람으로 바뀔 예정입니다.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 전화드렸습니다.     


나 : 네, 네(그 말 외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중에 그 문자를 확인했더니 친구를 탓하는 내용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친구를 욕하지 않았다는 것뿐이었다. 화가 나서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아이에게 야단쳤다. “남 탓하지 말자, 왜 친구를 탓하냐.” 아이는 “네, 알았어요”라고 대답하는데 도대체 아빠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긴 한 건지는 모르겠다.    

  

월요일에 교육청 조사관이 왔다는 얘기도 다음 날인 화요일 아침에서야 듣게 됐다. 내가 월요일에 꼭 선생님께 제출하라던 현장체험 학습 결과서도 화요일 아침에 다시 챙겨야 했다. 연속해서 아이의 문제가 터지니 정신이 쏙 빠질 지경이었다. 아침부터 아이에게 소리치며 야단을 쳤다. 이젠 나마저도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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