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말이었습니다. 오른쪽 발목에 고정된 와이어 제거 수술로 00 병원에 입원 중인 날이었습니다. 수술 중인 사람이 무슨 출동이야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끔 회사에서 업무 관련 연락이 올 때가 있어 어딜 가든 전화기는 꼭 붙잡고 다녔습니다(소방관은 당번, 비번, 휴무 중 비번일과 휴무일에도 연락 상태가 상시 유지되어 있어야 합니다, 간혹 비상소집 명령이 떨어지면 1시간 이내 회사로 복귀해야 합니다, 1시간 이내 들어오지 않으면 나중에 주의나 경고 처분을 받습니다, 물론 병가 중인 사람은 제외합니다. 어딜 가든 전화기를 들고 다니는 게 버릇이 되어서...). 심심한 오후, 잠시 병원 주차장을 산책(다리가 아파 천천히 걸었습니다, 1시간 정도 걷다 보면 잠도 잘 오고 시간도 잘 가서 좋았습니다)하고 있을 때, 회사 후배에게서 카톡이 왔습니다.
후배 : 모범공무원 국내 연수 대상자를 모집합니다. 센터에서 1~2명은 될 것 같고요, 작년에 해외 연수나 유학 다녀오신 분들은 당연히 안된다고 합니다(1년에 몇 명씩 미국이나 영국으로 가는 기회가 있습니다). 문서(사진) 첨부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지원해 주세요!
저희는 3개 팀으로 나뉘어 일하기 때문에 오늘 A라는 공지사항이 내려가도 근무자가 아니면 그 소식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사항이거나 보고 기한이 시급한 경우 단체 카톡방에 공지합니다. 그래야 쉽고 빠르게 관련 내용을 알릴 수 있으니까요. 수술도 잘 끝났고 병원에서 오전 회진 중 수술부위 소독과 약 먹는 것 외엔 할 일이 없는 저였기에 알람이 울리자마자 공지사항을 확인했습니다(꼭 입원 중인 때가 아니었더라도 피곤해서 잠잘 때 빼고는 공지사항은 바로바로 확인하는 편입니다). 첨부파일을 보니 우리 서에서 00명을 모범공무원으로 선정하고 2박 3일 동안 국내 연수 비용(부부동반인 경우 80만 원, 혼자는 40만 원 한도)을 지원해 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올여름엔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게 웬 떡인가 싶었습니다. 아래 사진을 참고하세요(대국민 공개 문서라 괜찮습니다)
모범공무원 국내 연수 대상자, 제외 대상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일단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어 후배에게 지원 의사를 밝혔습니다(위와 같은 경우엔 의외로 경쟁률이 높거나 낮을 수 있어 누가 뽑힐지는 아무도 예상을 못했습니다. 게다가 평소에 잘하지 않고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직원이라면 신청하더라도 윗 분들이 알아서 거릅니다). 총 2번의 절차를 거쳐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습니다. 센터 내 심사(평소 별 탈없이 성실히 근무한 사람을 뽑습니다. 예를 들면 지각이 잦거나 근무태도가 좋지 않으면 바로 탈락입니다) → 업무 담당 과의 2차 심사를 통해 이번 여름 모범공무원 국내 연수 대상자로 최종 선정됐습니다.
이번 국내 연수는 2박 3일 출장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또한 경비 처리방식도 일반 공무원의 출장과 똑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할 일이 많습니다. 출장 1주일 전까지 연수 계획서를, 연수를 다녀온 후 10일 안에 결과 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결과 보고서에는 각종 증빙자료(통행료와 유류비, 식비, 숙박시설 예약 문자와 카드 영수증, 각종 박물관 등의 입장료, 주차비 영수증, 현지 방문 사진 : 하루에 1장씩 총 3장)가 포함되어야 인정이 됩니다. 혹시라도 미비한 자료를 제출했다가는 나중에 재작성해야 하기에 필요한 자료를 잊지 않고 꼼꼼하게 챙겨야 합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연수 대상자로 뽑힌 게 속으로는 꽤나 기뻤습니다. 그동안 제 나름대로 열심히 일해왔던 것을 보상받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시간이 될 때마다 틈틈이 국내 연수(라 쓰고 여행계획이라 생각합니다)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 결과 나온 올해 여름 여행 계획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행 일정표(구체적인 날짜는 생략합니다)
올여름,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각종 출동으로 지쳤는데 조금 뒤면 가족과 여행 갈 생각에 힘이 납니다. 여행 얘기는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