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나 저제나 언제쯤 할까 기다렸습니다. 정식 명칭은 위 제목처럼 길지만 그냥 일선에서는 장비점검이라고 부릅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상반기, 하반기에 한 번씩 하던 것을 몇 년 전부터는 1년에 한 번하는 걸로 바뀌었습니다. 점검하는 것은 말 그대로 소방서의 각종 장비 관리 상태입니다. 장비행정, 소방차량, 정보통신, 화재, 구조, 구급의 여섯 분야로 나뉘어 점검을 진행합니다. 분야로 따지면 여섯 개지만 일선(보통 각종 출동을 담당하는 119 안전센터를 말합니다)에서는 차량, 화재, 구조, 구급분야를 정리하는 데 대부분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왜냐하면 위 네 가지가 출동과 긴밀한 연관이 있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장비행정과 정보통신 분야는 각종 장비가 입력된 시스템 정비나 개인별로 나뉜 사물함에 출동장비가 매뉴얼대로 준비되어 있는지, 개인별로 구비된 무전기나 경보기를 잘 챙겨놓으면 됩니다(간혹 출동을 갔다오면 무전기나 여러 장비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생깁니다). 다만 팀별로 장비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장비점검 대비 시스템 등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아서 조금 바쁩니다(일선에서는 서무, 예방, 방호, 장비, 의소대 등 분야별로 업무 지정이 되어있어서 출근하면 출동 후 남는 시간에는 훈련도 하고 행정업무도 처리합니다).
1. 소방차량 분야
소방서는 차량이 매우 중요합니다. 소화용수인 물과 각종 장비(문 파괴 장비, 벌집제거 장비, 소방호스, 공기호흡기를 비롯한 개인 출동장비)를 모두 싣고 다니는 장비라서 평소에 잘 관리해야 합니다. 차의 종류는 여러 가지입니다. 펌프차(흔히 보는 5톤 소방차, 현대 메가트럭으로 만듭니다), 물탱크차(타타대우 노부스나 프리마로 만듦, 6000~12000리터 물을 싣고 펌프차에 물을 보급하는 역할), 화학차(가스계 또는 분말 소화약제가 실려 있으며 물 3000~10000리터가 있음, 타타대우나 벤츠 등의 차량으로 만들며 유류화재 등 물로 진화하기 어려운 화재 시 사용), 조연차(현장에서 조명과 배연을 담당하는 차량, 타타대우 트럭 사용), 사다리차(굴절사다리, 고가사다리차로 나뉘며 볼보의 차체를 이용해 현대에버다임이라는 특장업체에서 만듭니다)가 있습니다. 각 차량별로 조작능력을 평가하고 일일, 주간점검 별로 나뉜 항목을 본부에서 나온 점검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차량 운용자가 제대로 점검을 수행하는지 점수를 매깁니다. 예전에는 점검관들이 차량 전문가도 모를 만한 이상한 항목들을 질문해서 난감한 적이 많았지만(그 질문에 대답을 못하면 지적사항이 생기며 점수가 깎였습니다) 요즘은 각 소방서에서 차출된 점검관(보통 10년 이상의 경력에 차량 관련 지식이 풍부한 사람을 뽑습니다)이 이상한 질문을 하기보다는 차량 운용자가 평소에 궁금했던 점이나 운용 시 미진한 점을 알려주는 컨설팅 형태로 바뀌어 예전에 비해 부담이 줄어들었습니다.
차량별 평가표
구급분야 평가표
차량 평가에 앞서 센터에서는 먼저 차량 세차와 각종 정비를 해야 합니다. 고압세척기로 물을 뿌린다 → 밀대로 차체를 닦는다(세제는 쓰지 않습니다) → 와이프올(카센터에서 쓰는 초대형 키친타월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각종 기름때 제거에 씁니다)로 물기 제거 → 펌프실 안의 배관, 연료통, 배터리 등에 쌓인 먼지 닦기 → 소방차 실내 청소 → 그리스 니플이 있는 곳(PTO-동력 인출장치- 유니버설 조인트, 구동축 연결 부위, 방수구나 방수포 조작 부분)과 오토 그리스통(정해진 시간마다 차체 하부에 자동으로 그리스를 주입하는 장치)에 그리스 채우기 → 차에 실려 있는 각종 장비 정리를 합니다. 위 과정을 진행하는데 아무리 빨라도 4~5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그나마 출동 없이 이 일만 했다는 가정하에 예상되는 소요시간이 그 정도입니다. 한참 세차 중에 출동 지령이 나오면 세차 장비 치우고 출동했다 돌아와서 다시 마무리를 해야 합니다. 특히 차체에 그리스를 넣기 위해 분진 작업복을 입고 정비용 작업대에 누워 그리스를 넣다 보면 가끔 그리스가 얼굴에 튈 때도 있습니다. 그 느낌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압니다(허탈합니다, 불평할 때도 있구요, 그때 그때 반응이 달라지더라구요).
1. 분진 작업복, 2. 자동차 정비용 작업대
2. 화재, 구급 분야
구조분야는 거의 대부분이 구조대와 관련된 분야라서 생략합니다. 화재진압대에서는 화재분야와 구급(펌뷸런스) 분야 점검을 받습니다. 점검 내용은 동력절단기로 파이프를 자르거나 체인톱으로 각목을 자르기도 합니다. 또한 위 기구의 절단 날, 가이드바, 점화플러그, 에어필터 등을 실제로 점검할 수 있는 지도 평가받습니다.
사무실에 출근해서 행정업무와 각종 출동을 하고 남는 시간에 위 모든 준비를 해야 합니다. 간혹 출동이 몰릴 때는 장비 점검 준비를 하다가 다음 근무일에 하는 식으로 넘기기도 합니다. 추석인데도 기온이 30도가 넘는 요즘엔 출동 2~3건을 하고 나면 저희도 힘들 때가 많습니다. 거기에 낑낑대고 차량 정비 업무를 하다 보면 더위에 흘린 땀 때문에 옷이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오죽 땀을 흘리다 보니 습진이 생겨 고생한 적도 있었습니다. 10월에 있을 장비점검을 대비해 바쁜 요즘, 잠시 한숨 돌리고 조용한 하루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