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개들 2를 보며
2005년쯤 거칠마루라는 영화를 보고 무술 인생을 꿈꿨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동경해 오던 강한 남자에 대한 꿈이 다시 불타오르며 그만 쉬고 운동을 시작해야겠다는 계기를 만들어 준 영화였습니다. 그 뒤 2006년이 되어서야 극진가라테에 입문했고 2년 동안 열심히 수련했습니다. 수련하면서 알게 된 점은 전 운동 쪽엔 정말 소질이 없는 사람이란 것과 도장의 고등학생이 말만 고등학생이지 거의 슈퍼 고삐리(체력 좋고 날아다녀서 대련할 때마다 늘 여기저기 얻어터지느라 바빴습니다. 물론 걔들이 저보다 수련 경력이 2~3년 이상 많기도 했지만 암튼 말만 어린 동생이었지 운동할 때는 거의 형들한테 얻어터지는 수준으로 막기에 급급했습니다)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집에서 15분 떨어진 곳에서 넉 달 정도 사바트(프렌치 복싱, 프랑스식 킥복싱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편합니다, K-1 어네스트 후스트 선수가 사바트 세계 챔피언이었음)와 칼리 아르니스(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이 구사하던 무술)를 배웠습니다. 그 도장의 관장님은 직접 필리핀에서 칼리 아르니스를 배워와 우리나라에 이 운동을 보급한 사람이며 간혹 영화배우들을 지도하는 일을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또한 사모님 역시 운동하는 분이어서 가끔 관장님이 바쁠 때는 사모님이 대신 사바트 수업을 진행하실 때도 있었습니다. 칼리는 나무 막대나 연습용 칼로 대련할 때가 많아 저랑은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 달 정도 칼리를 배우다가 사바트만 배우는 걸로 종목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가라테를 하다 사바트를 배우니 주먹으로 얼굴을 공격할 수 있는 게 다른 점이었습니다(극진가라테는 부상위험이 높아 얼굴은 주먹으로 가격금지였습니다). 제가 느끼기엔 가라테가 기술보다는 힘 위주였다면 사바트는 힘보다는 기술 위주의 운동이었습니다(개인적인 생각이니 만약 저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분이 있다면 그분 생각도 맞습니다).
그러다 소방관 시험을 준비하며 체대입시학원으로 향했습니다. 당시 체력 종목으로는 제자리멀리뛰기(238cm 이상), 악력(49.9 이상), 배근력(141 이상), 좌전굴(16cm 이상), 윗몸일으키기(43개 이상), 20m 왕복 오래 달리기(56회 이상, 2002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이 국가대표 선수들 체력 측정할 때 사용했다고 함)이 1점이었습니다. 체력 시험에서 한 과목이라도 1점을 얻지 못하면 바로 탈락이었습니다. 제자리멀리뛰기에서 전체 응시자의 1/3 이상이 떨어졌습니다. 저 역시 그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사람들이 체대입시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하는 수요가 생겨났고 체대 입학을 희망하는 고등학생을 지도하는 입시학원에서는 학생들이 오지 않는 오전 시간에 소방관 준비반을 부업 정도로 진행했었습니다. 중랑구 쪽에 있던 체대학원이었는데 당시 같이 운동하던 사람들의 90% 정도는 지금 모두 현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월수금 아침 10시부터 12시까지 힘들게 운동했습니다. 달리기, 스쿼트, 철봉 매달리기, 팔운동, 점프 훈련 등 여러 가지를 했습니다. 그렇게 부족한 기초체력을 키워 2010년 소방관 시험에서는 체력 만점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물론 제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모두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합니다).
소방관 합격 후엔 드문드문 복싱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 회기역 근처의 체육관에서 세 달, 그 후 몇 년간은 기초 체력 운동으로 전환, 2017년 다시 외대 앞 체육관에서 8개월 정도 복싱, 2018년 남양주의 한 체육관에서 자전거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총 1년 반 정도를 수련했습니다. 그 뒤 2019년부터 자전거, 수영, 맨몸운동으로 바꾸게 됐고 2025년 8월이 되어서야 지금의 복싱 체육관에 정착했습니다. 돌고 돌아 결국은 복싱이었습니다. 작년 11월부터는 tvn의 I am boxer 프로그램을 보고 복싱에 대한 열정이 불타올랐습니다. 그리고 추운 겨울이 지나 봄이 되어 그 열정이 사그라들 무렵 넷플릭스에서 사냥개들 시즌2를 보게 됐습니다. 크아,,, 정말 멋졌습니다. 우도환, 이상이, 정지훈 세 배우의 열연이 대단했습니다. 마치 진짜 복싱선수의 경기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배우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겠지만 드라마에서 나오는 복싱장면이 왜 그리 멋있던지, 혼자 속으로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그들처럼은 못하지만 복싱 체육관에서는 최대한 힘닿는 대로 열심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체육관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른 곳과는 달리 1시간 단위로 진행되며 10분간 몸 물기, 그 뒤 콤비네이션 미트 치기, 샌드백 치기 등 15분, 샌드백 빨리 치기 20초 후 10초 휴식 10세트, 대망의 체력운동(로잉머신 2분, 실내 자전거 2분, 스키 머신 2분, 케틀벨 2분, 버피 2분 등 프로그램은 그때그때 다릅니다, 달리기를 하지 않았어도 숨이 턱까지 차오릅니다)이 이어지고 마무리 스트레칭이 끝나면 얼추 55분에서 1시간이 지나 프로그램이 끝납니다. 다들 1시간이 끝나면 집으로 가지만 저는 남아서 10여분 정도 샌드백을 더 치다가 마무리합니다. 그럼 속이 시원해지고 스트레스도 풀려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3일 중 일하는 날은 회사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하체 근력운동과 걷기를 하고 저녁시간엔 줄넘기와 원투 등 주먹 내는 것과 스텝을 주로 연습해 왔습니다. 운동신경이 젬병이라 남들처럼은 못하지만 그래도 끊어치기와 어느 정도의 리듬을 살려 복싱하는 걸 목표로 운동하고 있습니다. 아직 사냥개들 시즌 2가 4화 이상 남아 있습니다. 그 드라마를 보며 얼마나 자극을 받을지는 모르지만 디시금 복싱에 대한 열정에 불이 붙어서 요즘은 즐겁게 운동하고 있습니다. 다들 열운하시고 다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따뜻해서 운동하기 좋은 날씨니까요, 원하는만큼 실컷 운동하시고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제목 이미지는 제가 쓰고 있는 글러브입니다. 통통 튀는 타격감이 끝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