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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칠마루 Dec 26. 2022

1. 12번 만에 겨우 합격!!(컴활 1급)

2010.8 시작, 2014.7 끝.

컴퓨터활용능력 1급, 줄여서 컴활 1급이라고 부른다. 이 시험을 보게 된 계기는 응시하고자 하는 시험의 가산점 때문이었다. 2014년이 되어서야 결국엔 가산점 5점을 컴활 1급과 항해사 6급, 각 3점짜리 자격증 2개로 채울 수 있었다. 그러나 항해사 6급은 승선경력(어선이나 상선, 군함도 상관없음, 선박의 크기와 종류에 따라 필요한 승무경력도 다름, 적어도 1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걸 증명해야 함) 증명서를 통해 제출하면 된다. 6급 항해사 취득과정은 다음에 소개하겠다.      


컴활 1급을 따기 위한 과정은 멀고도 험했다. 특히 시험을 치르고 난 1주를 빼고 그다음 주부터 시작해 13일 후에야 발표가 되는 체계라서 결과가 나오기까지 피 말리는 경험을 여러 차례 했었다. 그런 발표체계 덕분에 결과를 확인할 때까지 2주 넘게 공부를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고 또 중간에 시험을 포기하는 일도 2~3번 하면서 4년이란 긴 시간을 끌었다. 게다가 필기시험의 유효기간이 2년인데 그게 지나가서 필기시험도 2번이나 다시 봤고 결국엔 시험에 합격했다.      


필기시험은 그냥 5년 치 기출문제와 해설만 외우면 된다. 어차피 모든 기출문제의 지문이 기본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나타내기 때문에 기출문제의 지문과 해설만 완벽히 외워도 어느 시험이든지 평균 70점은 충분히 얻을 수 있다. 필기시험에서 떨어진다는 것은 애초에 시험에 응시할 의지가 없거나 공부를 하지 않은 걸로 짐작하면 된다. 그냥 외우면 된다. 컴활 1급에서 필기는 그냥 계단 반 층 올라가는 수준으로 생각하면 된다. 

     

진정한 고난의 시작이 실기시험이다. 컴활 1급은 엑셀과 액세스 2개의 과목으로 나뉜다. 자격증을 얻기 위해선 엑셀과 액세스 각각 70점 이상을 얻어야 한다. 엑셀과 액세스 2과목 모두 신경 써서 공부해야 하며 한 과목이라도 70점 미만인 경우 떨어진다는 뜻이다. 공부 시작 전부터 부담이 한층 올라갔다. 먼저 엑셀 부분이다.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컴활 실기 세부 내역(출처 : 위키백과)


공부를 했던 사람은 모두 알겠지만 기본작업부터 쉽지 않다. 고급/자동 필터(5점), 조건부 서식(5점), 페이지 레이아웃/통합 문서 보호(5점)이다. 당연히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이해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컴활을 준비하면서 “왜”라는 단어는 머릿속에서 없앴다. 그저 난 문제 푸는 기계다. 문제만 잘 풀면 된다라고 생각했다. 그게 편했다. 난 자격증이 필요한 거지 프로그래머가 아니니까.     


그다음은 계산작업이다. 알다시피 함수의 향연이 시작된다. 문제를 보고 Hlookup, vlookup, match 등의 함수를 적재적소에 채우는 게 관건이다. 이건 인터넷 강의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아이티버팀목의 유동균 강사라고 그분의 도움이 컸다. 그분의 강의를 보지 않고는 아마도 이 자격증을 절대 따지 못했을 것이다. 강의를 틀어놓고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얼른 멈춘다. 문제집 여백에 풀이과정을 적어놓고 강의를 다시 듣기 시작한다. 그렇게 강의가 끝나면 문제집 여백에는 온통 내가 적은 풀이과정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리고 다시 시험문제를 보며 풀이를 따라 한다. 시험에 합격한 2014년엔 그 과정을 적어도 기출문제당 20번은 넘게 반복했다. 


컴활 엑셀 프로시저 풀이 화면(출처 : 네이버)


다음은 차트, 정렬, 시나리오, 목표값 찾기, 매크로 등 어쩌다 한 번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하나라도 소홀히 했다가는 시험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저 동영상 강의 보며 따라 할 뿐이었다. 마지막 프로시저 부분(15점)은 정말 버리고 싶었다. 연습하다 보면 내가 프로그래머인지 엑셀 수험생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혹시나 다른 부분에서 실수하면 프로시저에서라도 만회해야 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외우고 또 외웠다. 나 같은 일반 사용자에게는 낯설지만 문제 유형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에 연습하다 보면 기계적으로 영문을 타이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이젠 2과목 액세스 차례다. 이건 도서관에서 책 정리할 때는 쓰는 프로그램인 줄 알았다. 접해보지 않은 프로그램이어서 무척 낯설었다. 하지만 연습하다 보니 오히려 엑셀보다는 쉽게 느껴졌다. 처리기능 구현에 나오는 쿼리만 빼고는. 이것도 꾸준한 연습만이 살 길이었다. 액세스는 쿼리 말고는 크게 애먹었던 기억이 없다.      


2014년 마지막 시험을 준비하면서 7년 치의 기출문제를 회차별로 풀었다. 문제를 풀기 위해 키보드를 두드리며 속으로는 끊임없이 투덜댔다. “XX, 내가 이번 시험은 어떡해서든 합격한다”, “이번에 시험 합격하고 기출문제지 모두 버릴 거야” 등 여러 불평을 하며 1달 동안 하루 네 시간 이상 컴퓨터 앞에서 문제와 씨름했다. 원래 컴활 1급 실기에 합격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최소 60~100시간이라고 한다. 내 경우는 합격하기 위해 150시간 정도를 투자한 것 같다. 1.4배속으로 동영상 강의를 봐도 30시간 가까이 소비해야 된다. 일단 1 회독 후 문제집 여백에 적어놓은 풀이를 봐도 이해되지 않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다시 동영상 강좌를 찾아봐야 한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여백에 예쁘게 풀이를 적어놓고 문제에 별표를 하고 3~4번 이상 연습을 한다. 그렇게 100시간 이상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다 보니 문제를 보자마자 기계처럼 답을 적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신기했다.      


불합격한 시험 11번은 모두 시험시간에 쫓기며 아슬아슬하게 문제를 풀고 저장했다. 당연히 검토할 시간이 날 리 없었다. 간혹 1~2번 정도 컴마나 괄호를 빠뜨려 아쉽게 떨어진 적은 있지만 시간이 남은 적은 없었다. 마지막 시험은 이상하게도 4년 만에 처음으로 시간이 남았던 경험을 했다. 엑셀은 15분, 액세스는 10분이 남았고 시험지에 있는 모든 문제를 다 풀었으며 검토하고 나서도 5분의 시간이 남았다. 남는 5분 동안 다른 사람들이 다급하게 문제 푸는 걸 감상하는 여유를 즐기기도 했다. 내 짐작으로는 엑셀, 액세스 2과목 모두 아무리 못해도 90점 이상을 맞아 합격했으리라 생각한다. 아, 합격하면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 불합격할 때만 점수를 조회할 수 있다.(2014년 여름 기준) 합격 발표 후 자격증을 등기로 받을 수 있게 신청했다. 1주 정도 지나 사무실에서 도착한 자격증을 볼 때 홀가분했다. 마치 몸에 가득 달라붙은 끈끈이를 떼는 기분이라고 할까? 4년 동안 날 옭아매고 있었던 껍질을 한 꺼풀 벗겨내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뭐라고, 그저 가로 세로 5x7cm의 작은 플라스틱일 뿐인데, 그동안 11번의 불합격에 실망하고 짜증 나도 참으며 문제풀이를 연습했던 게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45년 살면서 여러 도전을 했고 성공과 실패를 했지만 무려 12번 만에 성공하기는 처음이었다. 뿌듯했다.       


제목 이미지 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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