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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칠마루 Apr 24. 2024

2. 1년간 도망다녔던 위험물산업기사

2015년 시작, 2016년 끝.

소방관들이 많이 취득하는 3가지 자격증이 있습니다.

1. 소방설비기사(전기 또는 기계, 둘 다 있으면 쌍기사라고 불린다).

2. 화재감식평가기사(화재조사 업무를 하는데 필요함, 퇴직 후 보험회사 취업에 유리, 하지만 전문적인 지식 없이 자격증만 있는 경우는 보험회사 취직 매우 어려움)

3. 위험물시리즈 : 위험물기능사(고등학교 졸업생부터 응시 가능) ⟶ 위험물산업기사(대학 3학년부터 응시가능) ⟶ 위험물기능장(위험물 자격의 최고봉, 이상하게도 위험물은 기사자격증이 없어요)     


헷갈리는 분들을 위해 잠시 설명 들어갑니다. 기능사(고등학교 졸업생 수준 ) ⟶ 산업기사(대학 3학년 수준) ⟶ 기사(대학 졸업생 수준) ⟶ 기능장 또는 기술사가 있습니다. 기술사는 억대연봉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기능장이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위험물 산업기사 응시자격, 시험과목 등


저는 그중에서도 위험물산업기사를 제일 먼저 땄습니다. 쌍둥이 동생이 화학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얻은 위험물기능사 자격증이 있어서 그나마 익숙했거든요, 학교도 바로 옆이라 저는 00 고등학교, 동생은 00 화학공고를 나왔습니다. 막상 위험물 자격증 시험을 보려고 하자 어떤 걸 고를지 망설여졌습니다. 사람들에게 묻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위험물기능사 시험은 산업기사보다 쉽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또 화학식도 거의 외울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쉬운 자격증은 왠지 시험을 치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위험물기능장 시험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응시자격이 되지 않아 위험물기능사와 산업기사 중 하나를 골라야 했습니다. 문과 출신인 제가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요건으로는 소방관으로 재직한 지 5년이라는 증명서 하나뿐이었습니다. 순수경력자(실무경력 2년 이상)에 해당되어 두 시험 모두 치를 수 있었습니다. 꼴에 자존심이 있지, 난이도 있는 시험을 보고 싶어 고른 것이 위험물산업기사입니다. 자신 있게 시험을 골랐던 처음과는 달리 자격증을 얻는 데는 2년이나 걸렸네요. 필기와 실기 모두 한 번에 붙었지만 필기 붙고 다시 실기 시험을 치르기까지 근 1년을 도망 다녔습니다(화학식 80여 개 정도를 외워야 하는데 너무나 외우기 싫어 바로 내뺐습니다).      


결국엔 15년에 필기, 16년에 실기 시험에 붙었네요. 그렇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필기시험에 이어 실기시험을 치르기까지는 1년 정도 방황했습니다. 책을 저 멀리 놔두고 쳐다도 보지 않았습니다. 계속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해가 바뀌어 16년이 되자 이번에도 시험을 치르지 않으면(필기 합격 유효기한은 2년입니다. 그 안에 실기 시험에 붙지 않으면 다시 필기를 치러야 합니다) 필기 합격을 날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울며 겨자 먹기로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필기와 실기 교재는 당시 네이버에서 산업안전기사 카페로 꽤 많은 수(아마도 2만 명 이상이었던 기억됩니다) 수의 사람이 가입된 곳에서 무료로 내려받아 공부했습니다. 기출문제와 꼭 필요한 해설만 담은 문제집이었는데 카페 운영진들이 연도별, 회차별로 기출문제를 복원, 풀이해 주셔서 이론은 잘 모르고 오로지 자격증 시험을 위해 공부하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교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이로 출력한 후 공부만 하면 되는 좋은 자료였습니다. 그 후 18년쯤인가 저작권 문제로 더 이상 그 카페에서는 기출문제 자료를 만들지 않게 되었지만 암튼 저는 위험물산업기사 자격증을 따는데 그 카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소방관 필기시험과목 중에 소방학개론이 있어 위험물산업기사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 공부하는 데 그리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화학식이나 분자량 같은 부분은 배우지 않아 잘 몰랐으나 그마저도 기출문제 해설을 읽고 쓰며 따라 하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문제를 풀고 있더라고요, 확실히 시험은 문제를 많이 풀어보고 체화하는 과정을 반복해 제대로 외우는 게 합격의 지름길인 것 같습니다.      


위험물 산업기사 필기는 하루 4시간씩 12일 정도, 실기는 하루 5시간 이상 약 3주를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문과인 제가 공학용 계산기(카시오 fx 시리즈, 3만 원 상당)도 써봤고요, 이 시험을 준비하며 나도 이런 이과 계열의 자격증을 딸 수 있구나 생각하는 계기가 됐던 시험이었습니다.      


17일 뒤인 5월 12일엔 산업안전기사 필기시험을 접수해 놓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감이 첫 자격증이 된 것이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요즘 이 자격증 인기가 높아졌다고 하는데 전 노후대비용으로 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1~2년에 자격증을 하나씩 모으는 재미도 느껴보려고 합니다(사람 머리는 가만히 놔두면 녹스니까 계속 굴려줘야죠, 또 불 0 친구가 계속해서 여러 자격증을 따고 있기에 저도 가만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 녀석은 올해만 드론 조종 1급에 바리스타 1급 두 개를 취득했습니다. 참 배울 게 많은 녀석입니다). 하루 5~6시간씩 공부하다 보니 글 쓰는 시간을 빼는 게 쉽지 않아 시험 때까지는 편하게  자격증 얘기를 쓰려고 합니다. 다음 주엔 어떤 자격증이 나올까요???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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