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류안 라멘(삿포로시 소재)
나는 일본 여행을 자주 가곤 했다. 제주도 항공편 값에 한 10만 원쯤 더 얹으면 일본에 갈 수 있는데 기왕 해외여행 갈 거면 일본이 낫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코로나19 이전 기준)
우리나라에서 접하던 일본 음식을 현지에서 먹으면 더 맛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경기도 오산이었다. 기대보다 훨씬 짠 경우가 많았고 우리나라에 있는 일식집이 더 맛있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실망이 쌓여가던 어느 날, 난생처음 큰 맘먹고 북해도 여행을 계획했다. 5월에도 벚꽃을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여행 첫날, 삿포로 역에서 길을 잃었던 것 같다. 태생적으로 심각한 길치인 나에게 그 역은 트리위저드시합의 마지막 과제인 미로 같았다. 나가는 출구만 10개가 넘었고 일부러 호텔도 역과 멀지 않은 곳으로 잡았는데 찾아가는 데 한참 걸렸다.
그렇게 벌써 밤 8시. 계획대로 역 인근의 라멘집에서 배를 채워보기로 결심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그냥 ㅇㅇ빌딩 지하상가에 있는 그런 가게였다.
늦은 시간에도 사람이 꽤 북적였고 다행히 내가 앉을자리는 있었다. 이곳은 미소라멘 맛집으로 알아둔 곳이었다. 돈코츠 라멘을 더 좋아하지만 미소라멘도 나쁘지 않으니까. 별생각 없이 제일 유명한 메뉴인 미소라멘과 나마비루(생맥주)를 주문했다.
흠. 별 다를 게 없는 미소 라멘이군.
나는 숟가락에 우선 국물을 가득 퍼서 후루룩 먹었다.
띠... 띠용...? 나니? 혼또니...? 이거 실화?
나는 믿을 수 없는 맛에 다시 한번 국물을 퍼서 먹었다. 키야. 이것이 진정한 미미로구나. 너무 짜지도 슴슴하지도 않은 것이 간의 타깃팅이 확실하다. 먹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국물이었다. 목구멍을 타고 예술적인 것이 흘러들어 가고 있었다. 오늘 하루의 피로와 노곤함이 국물 한 숟가락에 씻겨 내려간다. 이 쬐그마한 가게에서 위로의 맛을 찾게 될 줄이야.
그렇다면 이제 면발은 어떠한가. 알맞게 익었다. 너무 불지고 너무 꼬들하지도 않고 정도를 아는 면발이었다. 숟가락에 면을 얹고 국물을 살짝 적셔 먹었다. 호로로록. 다시 한번 단전에서부터 키야.
나마비루로 입을 헹구고 차슈를 향해 돌진했다.
차슈는 어떠한가. 캐시미어처럼 부드럽다. 입안에 들어가는 순간 녹는다. 질긴 단면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차슈 추가를 해야 하나 고민하지만 참는다.
아직 편의점 털이할 위장 공간을 남겨놔야 하니까.
다 먹은 게 아쉬워 다 먹은 것까지 사진으로 남겼다.
놀랍게도 이 경험은 6년 전 일이다. 아직도 난 이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뒤로 코로나다 뭐다 삿포로에 갈 기회가 없어서 마지막 기억이 되어버렸다. 언젠가 삿포로에 또 갈 기회가 있다면 여기는 무조건 첫날, 반드시 갈 것이다. 누구든 삿포로 여행을 간다 하면 이 집을 추천해오고 있다.
그립다. 이곳에서 먹었던 모든 음식이 다 맛있었는데.
참고로 아직도 있다. 6년 전에도 있고 지금도 있다.
이쯤 되면 맛 보장 아닌가?
추신) 이 가게 맞은편 스프카레집도 맛있다고 한다. 사실 맛집빌딩이었던 것일까?
https://brunch.co.kr/@runfeel/232
러너인 작가님께서 낭독을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